전국 평화의 소녀상 그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전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그림으로나마 거제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전국을 누비며  평화의 소녀상을 직접 그렸다."

김세진(31·상명대)씨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전국 곳곳에 세워진 74점의 평화의 소녀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그린 작품 74점이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관에서 거제시민들과 만난다. 지난해 8월 광명시청 앞 야외전시회를 시작으로 파주·전주를 거친 전국 순회전시회다. 전시회 주제는 '대한민국 74곳의 소녀상들이 거제에 모이다'이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부터 거제를 포함해 미국 뉴욕에 세워진 소녀상에 이르기까지 50여 곳에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 추모 조형물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도 참여해 오는 17일 특별강연을 연다. 거제지역 학생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김씨가 전국을 돌며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게 된 계기는 남달랐다. 그 여정도 순탄치 않았다. 김 씨는 일본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법적 보상과 사과에 대해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관련 행사나 모임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호주 워킹홀리데이 귀국길에 한 학생이 '국정 교과서 반대 1인 피케팅' 시위를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고, 사회문제에 참여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는 것.

처음에는 '소녀상지킴이'로 나서 침낭 하나로 노숙을 하며 평화의 소녀상들을 지켰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이제 그만 덮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옛날 문제를 이제 와서 거론하느냐' '우리나라만 왜 일본에 식민지를 문제 삼느냐'며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과 길에서 맞섰다. 그렇게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며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약해질 때 어떤 이가 다가와 물었다.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총 몇 개인지 아느냐."

그동안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만 높였지 소녀상 지킴이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앎이 부족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소녀상 위치를 확인했다. 전국의 평화 소녀상을 수채화로 담아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계기였다.

마음만 앞섰던 것일까? 시민단체나 NGO 후원없이 사비로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따랐다. 폭염과 장마와도 싸워야 했다. 비가 오면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 평화의 소녀상 지킴에 나서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곤 했다. 어느날 한 여중생이 말없이 다가와 힘내라며 두 손을 꼭 잡아줬다.

김씨는 "주변 분들의 따듯한 관심으로 74점의 평화의소녀상 수채화를 그릴 수 있었고 전시회까지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본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렇게 많은 소녀상이 전국에 있는 줄 몰랐다.", "모양이 같은 소녀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각기 다른 소녀상과 의미가 달라 놀랐다."

김씨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이 가진 각각의 의미를 알릴 수 있어 보람된다고 말한다. 국내·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모두 90여개다. 그 소녀상들은 각각 그 사연과 의미가 다르다.

김해 한 병원 로비에 있는 소녀상은 그 병원장이 사비를 들여 제작했다. 산청군 소녀상은 대안학교인 간디마을학교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봄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경기 고양 국립여성사전시관에 세워진 소녀상은 할머니 상으로 위안부 문제를 처음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가 모델이다.

또 부천 소녀상은 유일하게 소녀상 뒷모습 보여준다. 앞모습은 거울로 만들어졌다. 부천 소녀상 앞에서 사람들은 어느덧 소녀상의 일부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김씨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한다.

거제예술문화회관 앞 야외에 세워진 소녀상은 빈 의자·서있는 소녀상 그림자·나비·비문 등으로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앉아 있는 소녀상과 달리 서 있는 소녀상은 일본의 역사 은폐와 왜곡에 당당히 맞서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빈의자는 일본의 사과를 받지못한 채 세상을 먼저 떠난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김씨는 "위안부 문제에 눈감고 국가 이익논리로 일본과의 관계개선만을 얘기하는 이들에게 화가 난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거제시민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과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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