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조선산업 경기후퇴로 실직 기간이 길어진 1인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재정적, 신체적 위기에 처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시는 고독사에 대처하고자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 예방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거제신문은 고독사 실태와 원인, 그리고 예방대책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존엄하게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고통없이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을 함께함을 뜻한다.
'존엄하게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고통없이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을 함께함을 뜻한다.

고독사의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고립에 처해진다. 재정적·정서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신이 원해서 1인 가구가 된 사람들은 보통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지 않는다.

고독사 위험군 사람들은 사회복지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요양시설 입주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오랫동안 자신의 집에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는 67세 남성·48세 여성·29세 남성·27세 남성으로 이뤄진 지적장애 가족을 집중적으로 통합사례관리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고, 장애인연금을 수령하고 있어 월 지원금 165만원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았지만, 부모에게 폐지수집 저장강박증이 나타나 건강을 해치고 이웃들과 마찰이 심각해졌다.

방에 각종 고물을 쌓아놓아 악취가 심하고 해충이 다량 발생했다. 집에서는 조리가 불가능해 컵라면 등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웠다. 옥포지역의 바퀴벌레는 다 이곳에서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옥포2동은 민관 협력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처해 나갔다. 옥포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주민설득 및 청소 자원봉사, 옥포2동 맞춤형복지담당직원들은 급여 관리 강화와 방역, 쓰레기 처리업체 섭외, 옥포종합사회복지관은 급식제공, 이·미용 서비스, 세탁물 세탁과 건조, 주거환경 개선사업, 지역교회는 청소·방역봉사 및 상시관리를 담당했다. 지난해 9월22일 옥포종합사회복지관 회의실에서 통합사례회의를 개최했고, 9월30일 같은 장소에서 주민참여 사례회의 개최, 10월6일 대상가구 참여교육 및 대책 설명, 10월10일과 11월3일 대청소, 10월30일부터 11월7일까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화장실 방수, 도배, 장판 교체, 방역은 9월22일·10월10일·11월10일에 이뤄졌다.

지원책 상세하게 규정한 제도적 틀 필요

이처럼 대상자가 노인이거나 기초수급자이면 심각한 위기에 처하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때 소득이 있었고 여전히 근로가능한 계층으로 인식되는 40~50대 남성 1인가구의 고독사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전국적으로 노인돌봄기본서비스가 도입되고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독거노인에게 정서적인 안전 확인 및 정서적 지원 건강 영양관리 등 보건복지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소득이 있었던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전기 및 도시가스 사용량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거제지역의 고독사 문제에 대해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명기하는 새로운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됐지만 자신의 생활상과 삶의 방식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한 행정의 개입이 어디까지 이뤄져야할지에 대한 기준 확립도 필요하다.

상세한 조례안이 만들어져야 도움 대상자를 확정하고 예방 계획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공영장례절차 근거를 마련해 마을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이를테면 병원에서는 만성질환 투약환자가 방문하지 않을 때 고독사 센터에 연락하도록 의무화하고, 1인가구가 부동산을 계약하면 중개소에서 비상연락처를 확보하도록 할 수도 있다. 거제시가 지난 2015년 10월 고독사 예방조례를 만들었지만 노인만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데다가, 독거노인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간략한 조항만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는 사회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고독사 지킴이단 발대식.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는 사회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고독사 지킴이단 발대식.

지역공동체 연결성 강화 효과적

최근에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초연결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을 적용한 대책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쪽방촌 1인가구에 고주파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설치해 놓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노인가정에 활동감시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도록 했다.

케이티(KT)는 안부알리미와 일정알리미 등 올레티브이 알리미 서비스 2종을 내놨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올레티브이가 24시간 이상 작동하지 않았을 때 지정된 보호자에게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를 발송하는 서비스다.

한국보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먼저 생겨난 일본은 더 많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키타현 추지사토정은 고독사 위험가구 맵을 만들고 관계 기관에게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한다. 긴급신고 장치와 복지전화, 인체감지 센서, 태블릿 단말기, TV를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오사카부 도요나카시,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등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결합력을 높이는 대책도 고독사 예방에 효과적이다.

일본 이와테현 우슈시는 이웃 복지원을 배치해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돌보며 협력하는 지역만들기 시책을 운영한다.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는 지역 주민을 케어 간병인으로 양성하고자 지역포괄센터에서 강사를 위촉해 교육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이 좋은 이웃들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요구르트 배달원·우체국 집배원·미용사·통장 등 이른바 동네 '마당발'들이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면 지자체가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센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센서.

 

수용 아닌 함께 하는 주거시설 각광

요즘 주요 선진국에서는 공동체 결합력을 강화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대책 중에서 주거공동체 지원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의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는 일종의 도시형 임대주택이다. 2003년 도입 당시에는 노인이 주된 입주자였으나 점차 30대 싱글이 많아지고 있다. 입주자들은 당번을 정해서 이웃 상태를 점검하고 장보기·조리·청소·모임 개최를 담당한다. 집밥을 함께 하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으로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을 함께 쓰면서 얼굴을 맞대고 밥을 함께 먹는다.

주거공동체 사업의 시작은 복지선진국 북유럽이다. 덴마크는 1970년대부터 코하우징(Co-housing)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도입했고 지난 1988년에는 미국에 소개됐다. 한편 프랑스는 독거노인과 대학생들과의 동거시스템을 활성화하고자 중앙정부에서 임대료를 지원해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거공동체 지원사업 비용은 정부 재정만으로 충당하기가 어렵기에 민간의 협력도 많이 받는다. 핀란드에서는 슬롯머신협회(RAY)가 노인주택 개선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유제품 배달회사 야쿠르트가 안심지원대를 결성해 통합사례관리에 주체적으로 나섰다. 아직까지 고독사 통합방지시스템을 비용 문제로 활발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거제시가 참고할 만하다.

고독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도 생겨나고 있다. 고독사에 특화된 특수청소업체는 혈흔제거·악취제거·시취제거·구더기제거·자외선 오존살균으로 현장을 처리한다. 또 유품정리과정에서 재활용·폐기·매립·소각·기부·기증·매입 등 필요에 따라 진행한다. 특수업체는 아직까지 대도시 위주로 활동하며 거제지역은 고독사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는 고독사 보험도 있다. 자신이나 가족 등 지인이 고독사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시신정리와 유품정리, 주택 개보수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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