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9명뿐이었다. 거제에도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안 순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역사를 좋아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행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하라고 강요를 한 적도, 시킨 적도 없었다. 순수한 학생들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이 순수한 선택으로 '소녀상 지킴이'가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연초고등학교 시리얼(See-real) 동아리 부원 9명에서 8월 현재 이제는 연초고뿐 아니라 옥포·해성·중앙고등학교 학생들까지 40여명에 이르렀다. 매주 토요일 소녀상을 지키는 소녀들은 그렇게 1년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는 소녀들에게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말했고 그 시간에 공부나 더 하라는 질책도 있었다. 대학입시 준비만으로도 바쁜 고등학생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냐며 야단치는 어른들도 있었다.

소녀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작한 소셜네트워크 홍보활동은 성적수치심을 느낄 막말과 욕설 등 상처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또래였을지도, 어쩌면 동생이었을지도 모를 나이에 엄청난 일을 겪은 할머니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소녀상 지킴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조은지(연초고 2년)양은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데 왜 굳이 네가 이 일을 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어른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인 것은 변함없다"며 "여전히 소녀상을 모르는 이들에게 소녀상 확성기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 홍보활동도 열심인 김민주(중앙고 3년)양은 "교내 동아리에서 SNS 페이지를 개설해 소녀상 지킴이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졸업 전 그동안 기록해온 소녀상 지킴이 활동에 대해 사진전을 개최하는 게 꿈"이라며 바람을 전했다.

소녀상 지킴이가 유지되는 힘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각 학교 대표학생들의 꿈 모두 사학전공인 것이 우연이 아닌 이유다.

김가희(해성고 2년)양은 "국사를 배울수록 근현대사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며 "잘못된 역사인식은 결국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본지 학생기자 김주아(옥포고 2년)양에 따르면 옥포고등학교는 지난 6월18일 학생회 중심으로 교내 소녀상 설립을 위한 모금활동도 하는 등 역사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한 운동도 활발하다.

노원실(옥포고 3년)양은 "처음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했던 현 3학년 뿐 아니라 후배들도 관심을 갖고 이어가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대학생이 돼서도 대학생으로서 사회문제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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