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제, 깨끗한 그날까지14

▲ 류성이 기자

거제신문은 지난해 기획 연재물인 '거제, 깨끗한 그날까지'를 총 14차례 보도하면서 거제시민들의 분리배출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특히 분리배출의 문제성이 심각했던 상업지역의 현실을 보도하며 종량제봉투의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종량제봉투를 상업용과 가정용으로 분리해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기사는 '상업용·가정용 생활폐기물 종량제 봉투 분할 및 종량제 봉투 값 인상'이라는 조례로 귀결됐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생활폐기물 종량제봉투는 크기와 종류가 세분화돼 사용되고 있다. 개정된 조례안이 시행된 것이다. 종량제봉투 가격이 오르면 봉투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분리배출이 정착되고 상업지역은 더 깨끗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정된 조례안이 시행된 뒤에도 여전히 주요 도심의 주말은 지저분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주말의 도심을 자세히 살폈다. 문제는 생활폐기물 배출시간이었다. 현재 거제시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만 생활폐기물 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오후 8시 이전부터 각종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었다. 평일의 경우 배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24시간 안에 치워지지만, 토요일은 배출시간을 어길 경우 길게는 30시간 넘게 거리에 방치됐다.

그리고 그것은 관광거제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졌다. 관광지라면, 손님이 있어야 하는 곳이라면 적어도 도심 상권지역은 변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변할 수 없다면 다른 체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것이 '주말 쓰레기, 이대로는 곤란하다'의 시작이었다.

먼저 주말 도심지의 생활폐기물 배출 실태를 파악하고 관광 성수기철 운영되는 생활폐기물수거기동대의 명과 암을 취재해 현재 거제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해 나갔다. 또 생활폐기물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는 타 지자체를 취재했다.

옥포동을 중심으로 주말 상가지역의 민낯을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식 변화와 지속적인 행정의 관심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취재와 보도가 진행된 3개월 동안 거제시 자원순환과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공무원의 확 달라진 태도는 취재의 일상이 됐다. 집중취재 대상이었던 옥포지역 상인들의 항의전화는 애교였다. 쓰레기 배출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늘 욕설과 비속어가 따라 다녔다.

보도 2달째가 되면서 옥포지역 상습 쓰레기불법투기 장소에 변화가 생겼다. 인터뷰 요청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비속어를 내뱉었던 상인들도 변화된 거리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다른 동 지역 상인들에게서 취재요청도 이어졌다. 거제시도 취재 3개월 만에 행정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 도심지역의 쓰레기 문제는 산재해 있다.

주말쓰레기 배출이 지켜지고 있는 곳은 옥포지역 극히 일부일 뿐이다. 다른 도심지는 여전히 주말에 각종 쓰레기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넋 놓고 앉은 채 시민의식이 변화되기를 기다린다면 주말 도심쓰레기 문제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쓰레기 수거업체의 지역도급제는 형식적인 경쟁 입찰이 아닌 분명한 경쟁 입찰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주말 도심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수거를 위해 쓰레기 수거업체도 인력충원을 해야 한다.

이것이 힘들다면 거제시가 주말에만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를 따로 선정해 위탁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또 생활폐기물 배출자와 수거업체, 수거업체 근로자, 행정, 시의회가 지속적으로 연계해 소통할 수 있는 장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 거제시의 지속적인 행정력 투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새벽마다 수거업체 근로자들을 만났다. 취재 초기 이들이 제일 먼저 건넸던 말은 "또 왔냐"였다. 시간이 지나며 이 말은 "그래도 더 나아질 때까지 계속해보자"로 변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지금. 그 변화의 조짐이 변화의 정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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