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주말 쓰레기, 이대로는 곤란하다⑫…서울 금천구 독산4동 '도시광부' 사업 시행마을총회, 쓰레기 무단투기 해결책 모색…시행 주체 바뀐 뒤 영향력·지속성 강화돼

▲ 서울 금천구 독산4동은 주민자치위원회·통장협의회·마을계획단이 구성된 마을총회에서 지속적인 더 나은 마을을 위해 의논하고 방안을 세운다. 사진은 독산4동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마을 안건을 토의하는 모습. <사진제공 : 금천구청>

"옥포동에 변화가 생겼는데 매립지 인근에만 한정됐잖아요. 행정이 매일 옥포동만 단속을 할 수도 없고. 과연 지금 이 모습이 3개월 후에도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업주들이 바뀔지 요즘 같은 때에도 행정의 구속력보다 스스로 지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옥포동 매립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씨(31)는 분리배출위반 집중단속 현수막이 설치되고 행정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본지 기사를 읽으면서도 현재의 깨끗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을 표했다.

행정의 단속이 이뤄지는 올해 말이 지나면 또 다시 분리배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가게들이 생겨나 결국 제자리걸음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강씨는 "한시적인 단속이 아닌 주말 도심쓰레기가 해결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은 서울시 지자체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마을총회 운영사례로 손꼽힌다. 주민들이 직접 꾸린 마을총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주민들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한지 3개월 만에 골목 어디에서도 담배꽁초 하나 발견하기 힘들만큼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빌라와 저층 연립주택이 대부분으로 이뤄진 독산4동은 8400여세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옥포1동보다 세대 수는 2.4배 많지만 면적은 1/3가량 작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독산4동은 각종 쓰레기배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체 건축물 중 단독주택이 40%가 넘는 독산4동은 거제시와 동일하게 일몰 후 쓰레기를 집 앞에 배출하는 문전배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골목길 미관 저해, 무단투기 쓰레기 발생 조장, 배출시간 위반 시 쓰레기 미수거 등 거제시와 같은 문제를 초래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산4동 역시 청소차를 늘이고 용역인원을 더 확보하는 등의 행정력을 펼쳤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일시적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독산4동에서 공사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아 250가구가 정전되고 화재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났다.

사고차량 회사는 피해보상금과 별도의 위로금 2000만원을 내놨다. 대책 논의를 위해 총회를 연 주민들은 돈을 나눠 갖는 대신 마을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사고대책위원으로 활동하던 6명의 주민이 마을총회를 구성해 위로금으로 받은 2000만원을 마을기금으로 기부했다. 그리고 마을의 발전을 위한 첫 번째 해결해야 할 안건으로 쓰레기 무단투기 척결을 꼽았다.

주민들 가운데 의욕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 '도시광부'라 명칭을 부여했다. 이들이 불법으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단속하고 나서자 무단투기 장소는 점차 깨끗해지면서 화단으로 변해갔다.

전봇대마다 종량제봉투가 대량으로 버려지던 곳은 '아이들의 전봇대 거리'를 조성했다. 전봇대를 아이들이 관리하도록 하면서 어른들이 아이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되고 있다.

'도시광부' 사업이 시행된 지 3개월 만에 이 같은 변화는 자리를 잡았고 5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생활폐기물시간 배출위반은 눈에 띄게 사라졌고 일부뿐이었던 '도시광부'는 독산4동민들 전체가 됐다.

독산4동 관계자는 "주민들의 변화에 따라 행정에서도 단독·연립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단지에서 쓰이는 '재활용 정거장'과 같은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행정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흐름이 느리게 가는 듯 하지만 주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쩌면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독산4동 주민자치위원 신모씨(여·52)는 "물론 전봇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광고 전단지가 붙지만 동민들이 한 일이 아닌 것을 확신할 만큼 깨끗해진 골목의 영향이 전 동민에게 퍼져나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단독주택이 많아 문전배출 방식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도 마을총회에서 차근차근 의논해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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