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⑥ - 다문화가정, 그리고 2세…진정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지역사회 구성원 흡수, 교육에서 출발해야

대한민국 최초 공립 대안학교 새날학교…평동초교 더부살이 하다 현재로 옮겨
중도입국자 자녀교육 필요성 증가…편견어린 사회 인식변화 위한 노력 중요

자율, 학생 스스로 적응하게 하는 교육

새날학교의 근본 운영지침은 자율이다. 그 누구도 강제로 학교에 오라고도 공부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학교와 공부에 적응한다.

이천영 교장은 "가방만 가지고 출석만 해라. 그러면 졸업장을 주겠다"고 학생들과 약속한다. 이 교장은 "처음 1~2달은 등·하교와 수업참여가 불규칙하지만 학생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집보다 학교를 더 좋아하게 돼 공부에도 잘 적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도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과 놀아준다. '재미있어야 한다. 보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를 교육기치로 다양한 체험학습과 자매결연학교와의 공동수업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날학교는 다문화가정 2세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중도입국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다. 새날학교가 설립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중도입국자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필요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새날학교 등장이후 중도입국자 자녀에 대한 교육 수요와 필요성에 대한 시선은 달라졌다.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서 새날학교 학생들이 중요한 교육자산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정부가 공교육기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 교장은 "새날학교는 이제 광주의 브랜드가 됐다. 현대사회에서 정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날학교가 해냈다"며 "새날학교는 명실공히 다문화교육의 선구자며, 다문화사회에 한 획을 긋고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역시 평범한 학생

국내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2세는 지난해 7월 기준 총 20만7693명으로 이 중 만6세 이하가 11만7877명, 7~12세는 5만6108명, 13~18세 청소년은 3만3708명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올해는 정부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한지 10년이 되는 해다. 정부가 심은 '다문화 씨앗'이 얼마나 자랐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나금융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하나다문화센터 '다린'에서 국내 다문화 2세들을 만났다.

재웅이의 엄마는 사업차 몽골에 온 한국인 총각과 사랑에 빠져 10년 전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 큰 딸과 재웅이를 차례로 낳고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 담당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요즘은 다문화 가정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적응을 잘한다"며 "외국인 엄마들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학교 일에 자주 참여 하는 게 자녀에게 좋다"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홍길동 군(17·가명)은 베트남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2세 청소년이다. 길동 군은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다문화가정이라고 놀리는 게 싫었다"며 "그런 것 때문인지 제 주위에는 나쁜 길로 빠진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길동 군은 "이제는 친구들도 다문화가정 출신인 사실을 다 알고 나이도 먹어서 괜찮다"며 "한국에서 기술을 배운 다음 베트남에 가서 일하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엄마 손을 잡고 센터에 들어선 순이 양(10·가명)은 연예인이 꿈이다. 베트남에서 온 순이 양의 엄마는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딸아이 학교에 가질 못했다"며 "다행히 같은 반 한국인 엄마들이 잘해줘서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필리핀 여성 메리죠이씨는 "15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도 없었다"며 "집 주변 길도 모르고 언어도 달라 밖에 나가지 못하고 혼자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부활동도 많이 한다"며 "이제 한국생활 적응보다 아이들 입시가 더 고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나다문화센터 신혜영 팀장은 "사람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어가 어눌해 차별을 받아 불쌍하다 생각하지만 그냥 평범한 학생들"이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또래가 고민하는 친구·게임·외모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오히려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수식어를 떼고 아이들이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소외된 다문화 가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편견어린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수용 인식 아직까지 미흡

 

다문화 2세는 두 개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언어 발달 초기인 영유아 시기에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지 못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로 교감하는 상대가 한국어에 숙달되지 않은 결혼이민자들이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와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언어 교육 지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하지만 다문화 2세들이 미래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지원뿐만 아니라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다문화 2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이주민을 배제하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으면 대학입시나 취업, 군 입대 등 여러 사회 현상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한국여성정책원의 다문화 수용성조사 결과 다문화수용성 지수는 51.17점으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미숙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다문화자녀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교육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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