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올해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국제무대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공연장들이 조수미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공연들이 전성기를 결산하는 의미 있는 연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조수미의 다음 행보와 관련이 있는 8월30일자, '조수미, 창원시와 함께 예술학교 세운다'라는 기사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조수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창원출신이라 예전부터 창원시 행사에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출연한다는 소문이 있어 왔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예술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예술학교를 설립하고 향후 운영도 직접 맡기로 하고 이에 수반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창원시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모양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조수미 씨가 평소 후학 양성의 큰 뜻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예술학교 설립 추진으로 이어졌다. 창원이 지금까지 기계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앞으로는 문화예술의 성장을 통해 문화예술특별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행 과정이 원만하지만은 않겠지만, 진심으로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잘 진행돼 훌륭한 기능을 가진 예술학교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A후배가 작년에 중학교 시절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줬던 과학선생님을 찾았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이 후배는 사업가인데 학구열이 대단하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친구다. 무엇보다 겸손한 태도로 실행력을 갖추고 있어 주변에서 칭송이 끊이질 않는다.

근데 몇 해 전, 이 친구가 어느 지역에 땅을 조금씩 매입하고 있는데 그걸 합해 보면 꽤 큰 덩치가 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투기를 할 친구도 아니고 그럴만한 위치도 아닌 것 같아서 그 많은 땅을 뭐 하려고 사냐며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 왈, "중학 시절 과학선생님이 독일의 바우하우스라는 학교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 당시 그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한국에도 꼭 그런 학교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죠."

바우하우스는 독일어로 '집을 짓는다'는 뜻의 하우스바우(Hausbau)를 도치시킨 것으로 주된 이념은 건축을 공학적으로만 보지 않고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보려는 것이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미술학교와 공예학교를 병합해 설립했는데, 초기에는 공예학교 성격을 띠다가 1923년에 이르러서야 예술과 기술의 통일이라는 연구성과를 평가받기 시작했다.

교육과정을 보면, 우선 예비과정에서 반년 간 기초 조형훈련을 받고 토목·목석조각·금속·도자기·벽화·글라스그림·직물·인쇄의 각 공방으로 진급한다. 거기서 형태교사에게 조형 이념을 배우면서 공작교사에게 실제적인 기술을 배워 익히는 식이다.

바우하우스는 이후 정치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다 1933년 급기야 폐교가 되기에 이르지만 그 사이 배출된 많은 졸업생들과 교수진들이 독일의 건축과 미학 관련한 분야에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특히 설립자 그로피우스가 하버드대학교 건축부장으로, 마지막 교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일리노이공과대학 건축학부장으로 각각 부임했으며 또 다른 멤버 모호이너지가 시카고에 뉴바우하우스를 개설하면서 미국 건축계는 이른바 '바우하우스 학파'가 장악하게 된다.

바우하우스의 이런 외형적 성과는 당연히 역사적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에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가 아닌 '바우하우스'라는 색다른 이름으로 혁신을 예고했고 각 예술가 영역에서 기술자와의 만남이 이뤄지는 지점을 철학적, 미학적, 공학적 고민을 통해 풀어내려 했던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예술학교의 커리큘럼을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시기이다. 깜짝 놀랄 만큼 전근대적인 교육방식이 거의 전체 예술학교에 공히 적용되고 있는 몰창의성으로는 흉내 내기나 베끼기 선수들만 예술가란 이름으로 배출할 뿐이다.

좋은 학생들 모아 놓고 형편없이 만들다 못해 입시부정까지 끼어드니 아예 실기시험을 보지 않는 미술대학도 늘어가고 있다. 창의성 검증의 본질이 그것이 아님은 그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아무튼 A후배의 '바우하우스 만들기 꿈'이 잘 영글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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