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 다문화가정, 그리고 2세…진정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교육현장에서 발견한 희망②-부발중·새날학교

도농복합지역 이천 부발중학교방과후 프로그램 적극 활용해 적은 예산, 효율 극대화
각종 동아리 활동 시도하며 학생 모두가 친구될 수 있는 환경 및 친밀감 형성 주력

2013년 제5회 전국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최우수상 수상, 제5회 전국 방과후학교 대상 교사부문 다문화 관련 우수상 수상. 전교생이 250여명에 불과한 경기도 이천시 부발중학교(교장 류광우)가 이뤄낸 쾌거다.

하지만 부발중학교의 다문화 교육이 빛나는 이유는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다문화 자녀와 비(非)다문화 자녀의 자연스러운 융화, 그리고 이를 위해 윤활유처럼 활동해온 교사들의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부발중학교가 위치한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은 도시와 농촌이 결합된 도농복합지역이다.

전교생 중 다문화 자녀는 약 10%를 차지한다. 대부분 일본·중국·필리핀 등에서 건너온 결혼이민자나 근로자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이다.

부발중학교에는 다문화교육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기부터 다문화 자녀들이 진학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도 다문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007년부터 가져온 관심은 2010년 혁신학교로 선정되며 활성화됐다. 여기에는 당시 다문화 담당 채용기 교사(현 여주여자중학교 교사)의 역할이 컸다.

채 교사는 지난 2009년 부발중학교에 부임하면서 다문화 자녀를 처음으로 만났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당황했지만, 담임교사를 맡으며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가장 큰 계기는 지난 2010년 만난 중국 중도입국자녀 쑨쓰판 덕분이었다.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 타 학교보다 다문화 이해도가 높았다는 것 이외에 쑨 양을 위한 준비는 없었다. 하지만 채 교사는 6인 배드민턴 동아리를 만들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쑨 양은 친구들을 만나며 한국문화에 융화됐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전자사전을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언어공부도 열심이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쑨 양의 모습에 비다문화 학생들도, 채 교사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천시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해 무패의 전적으로 우승을 기록할 만큼 단합이 돋보였다. 틀에 박힌 다문화 교육보다 교우관계의 중요함을 확인된 것이었다.

채 교사는 "쑨쓰판은 집 근처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통학이 1시간30분이나 걸리는 부발중학교로 진학해야 했다"면서 "다행히 친구들과 잘 적응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다문화에 대한 차별과 역차별을 떠나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과후 프로그램 적극 활용 '다문화' 단어 사용치 않아

부발중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도록 했다. 학교 예산을 쪼개 다문화교육에 사용해야 했기에 예산을 크게 활용하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같은 목표를 위해 뛰면서 친밀감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차별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다문화'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새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프로그램 속에서 다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선입견을 자연스럽게 전환하고 다문화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임을 알려준 것이다.
 
'다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정속 서로의 문화 이해

지난 2013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에 선정되면서 예산을 지원받게 된 부발중학교. 하지만 다문화교육이 사업 성과주의에 물드는 순간 아이들이 상처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이 학교의 입장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문화를 강조하게 돼 차별·역차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대신 글로벌 선도학교로 부르며, 다문화 교육에 비다문화 학생도 부담없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참가 학생을 위한 언어교육 이외에는 모두 함께 어울리고 체험하는 교육을 진행했다.

토요일마다 역사체험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경기평생진흥원과 연계한 다문화 진로캠프에 다문화·비다문화 학생이 모두 참여해 글로벌 리더로서 역량을 키웠다.

부발중학교를 졸업한 다문화 학생들과의 인연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대학생이 된 졸업생들이 모교로 돌아와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을 펼친다. 여러 활동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다문화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친구와 함께 '희망'을 찾아 변하는 것이다.

부발중학교의 다문화교육은 '변화', '친구', '희망을 찾다'가 중점이다. 다문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름을 인정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 다문화와 비다문화를 나누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이끄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 교육이라는 의미다.

미니인터뷰…여주여자중학교 채용기 교사
학교 교육만으로는 한계, 사회적 편견 사라져야
Q.교육현장에서 다문화관련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 다문화 교육이 학교 교육과정 속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이 워낙 많다 보니 관리자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또 각 교과에서 다문화 관련된 자료를 추출해 교과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각 교사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 관련 교재 및 각 교과에서의 다양한 다문화 교육 지도안 개발이 부족한 편이다.
 
Q.가장 근본적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되는지
= 부발중학교의 경우 다문화교육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 시골 외곽에 소외된 학생들이 많다 보니 한국인 가정의 학생들 중에서도 학업능력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즉 성적이나 특기능력 등에서 차이가 없다보니 다문화 가정 학생이라고 해도 친구들 사이에서 존중받거나 높이 평가받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대도시지역, 특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역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이미 서열화 돼 있다. 다시 말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성취가 한국인 가정의 학생들보다 뛰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누적되다보면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적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보니 부부가 경제활동에 매이게 되고 이 때문에 다문화센터 등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Q.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된 생각, 즉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가의 문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의 근간을 살펴보면 사회에서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 학교도 결국 사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사

회 속에서의 인식과 편견,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각, 공동체의 소중함, 겉모습이나 환경을 넘어선 존재의 소중함 등에 대한 깨우침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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