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다문화가정, 그리고 2세…진정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교육현장에서 발견한 희망①-한누리학교

전국 최초 초·중·고 통합 기숙형 공립 다문화 대안학교 인천한누리학교
한국적응 기초과정 디딤돌 역할 자임…인천교육청·시청·교육부 지원 분담

꿈을 실현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 지난 2013년 개교한 인천한누리학교(교장 박형식)의 교육 목표다. 전국 최초로 초·중·고 통합 기숙형 공립 다문화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한누리학교는 학교 곳곳에서 다양한 국가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또 24개국의 국기와 다양한 언어로 쓰여진 표어, 여러 나라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 등도 마련돼 있다.

인천한누리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공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성됐다. 공단이 위치하고 있어 다문화가정이 많은 인천광역시 남동구와 인근 안산시를 중심으로 학교 위치를 선정했다. 학교 부지와 건물 등을 마련하는 데에는 인천광역시교육청·인천시청·교육부가 협력해 분담했다. 특히 다문화지역사회협의회나 다문화교과연구회 등 다문화에 관심을 갖는 지역민들의 영향도 컸다.

학생은 지역적 차별 없이 전국에서 모집하며, 위탁교육으로 운영돼 원적교를 두는 형태다. 올해의 경우 중국·우즈베키스탄·베트남·러시아·이집트·미얀마 등 19개국의 학생 100여명이 한누리학교에 입학했다.
 
정규교육과정과 특성화교육과정 절반씩 운영

인천한누리학교는 중도입국자녀 등 일반학교 진학 및 적응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 체계적인 공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청이 23여억원을 들여 제공한 세종학사 기숙사는 120명을 수용할 수 있어 타 지역에서도 한누리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일반 정규교육과정이 50%, 특성화교육과정이 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정규교육과정을 모두 가르치되 시간을 줄여 한국어·한국문화·상담프로그램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응의 기본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전교생 태권도 교육과 요리·밴드·스포츠댄스 등의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박형식 교장은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잘 시켜 한국문화를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 청소년기에 꿈과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면 졸업 후에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학년은 1학급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기초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딤돌 학급을 운영 중이다. 학급당 15명이 정원이지만 위탁교육의 특성상 학급인원은 끊임없이 변동된다. 초등학교 과정은 6개월, 중·고등학교 과정은 1년이며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한 학생들은 한 번의 재위탁 기간을 제공한다.

각 나라마다 학교진학 문화가 달라 진로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국가는 중학교만 나와도 괜찮다는 문화여서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한누리학교 교사들은 지원서류를 제출하고 우선 선발과정을 통해 선정돼 다문화 교육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기숙사 생활로 부모 걱정 말끔히 해소

인천한누리학교에 입학하려면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 한누리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개 학년이 각 1학급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초등디딤돌반과 고등디딤돌반 2개를 합쳐 총 15개 학급 225명이 정원이다.

학생모집은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전국단위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는 학생 희망에 따라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입학 자격은 중도입국자녀 및 외국인 근로자 자녀, 학교장 추천을 받은 일반 학교의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다. 지난 2015학년도 수료생은 20개국 199명이었다.

박 교장은 "학교에 학생들이 잘 적응하면 다문화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걱정이 적어져 일터에서의 능률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잠재력을 조기에 발견해 이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이 학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상처받은 학생들 마음치유가 최우선

박 교장은 "세계 곳곳이 다문화로 변하는 사회인만큼 한국도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다문화 학생들이 겪은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열어 진정으로 융화될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이 인천한누리학교의 교육관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한누리학교에 처음 방문한 학생들은 표정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원적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결혼이민자가정 자녀, 한국어 부족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던 중도입국자녀 등 마음속에 상처를 지닌 학생들이 많아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갈 곳 없던 무국적 난민 아동들도 인천한누리학교에 입학하고 있는 추세다.

인천한누리학교는 사회진출에 앞서 청소년기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문화 학생들이 가진 끼와 원하는 꿈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하겠다는 포부가 가득하다. 학생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진로를 찾는 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신념 때문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모국과 한국 사이에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3명의 상담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수시상담을 진행한다. 물론 입학 시에도 상담교사를 거친다. 또 다문화 사회적 협동조합인 '어울림 이끌림'에서도 고충상담을 돕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이 각 나라의 대표라는 자긍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풍물전시장을 비치하고 다국가 도서관, 세계의상 체험실 등의 공간을 만들었다. 교내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다문화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의식하지 않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다문화교육을 진행하려는 섬세한 노력이 엿보이는 학교가 바로 인천한누리학교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가 사회문제 방지 지름길

인천한누리학교는 다문화학생들이 비(非)다문화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기초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서도 적응할 수 있게끔 좋은 교육과 사랑으로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인천한누리학교는 다문화학생과 비다문화학생들이 원적교에 돌아가서도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원적교 학생들을 초대해 캠프도 진행한다. '세계의 아이들 친구맺기'라는 주제로 100여명이 함께 1박2일간 이야기도 나누고 놀이체험을 하며 마음을 나눈다.

학생들은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함께 수업을 받는 친구의 국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교과과정 외에 급식실 나라별 음식모형·세계전통의상·풍물전시장·간단한 국가별 인사말 포스터·외국어 명언표어·벽화 등을 마련해 한국 이외의 국가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지속적인 증가로 다문화대안학교 설립 필요성이 커져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국에서 운영 중인 10여개의 다문화 대안학교는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문화 자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위한 것"이라며 "다문화 학생들을 올바로 교육함으로써 사회문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고, 이들이 민간 외교인으로서 선기능적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