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현 칼럼위원

▲ 남소현 동아대병원 외과 교수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유심히 살펴보는 것 중의 하나가 '응가'를 얼마나 잘 하는지 입니다.

갓 태어나서는 태변이 잘 나오는지 귀찮지만 수시로 기저귀를 갈면서 조금이라도 색깔이 바뀌거나 끈적이는 정도가 달라지면 다급하게 소아과를 찾기 마련입니다.

이유식을 하면서 변  보는 횟수가 줄어들면 또 걱정이 들고, 왠지 변을 볼 때마다 얼굴에 힘을 많이 주는 것 같거나 울면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염으로 설사를 많이 하는 것도 걱정, 엉덩이가 헐어서 아플까도 걱정,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안심보다는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일이 바로 '응가'입니다.

그 중 소아외과를 찾아오는 흔한 일 중의 하나는 항문 출혈과 통증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항문을 잘 살펴보면 딱딱한 대변이 훑고 지나가 아이의 여린 항문이 찢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항문이 찢어진 자체로 심하게 아프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변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플까 봐 두려워서 대변을 참는 동안 대변은 물기가 흡수돼 더 딱딱해집니다. 밥을 먹고 대장이 움직이면서 대변이 어쩔 수 없이 밀려 내려와 응가를 하게 되면 한 번 찢어졌던 자리에 더 깊은 상처를 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즈음에서 변비가 오지 않도록 아이의 식습관을 바꿔주고, 수시로 따뜻한 물에 좌욕을 시켜주면 금세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비에 대한 치료가 우선되지 않으면 탈홍이나 변실금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직장벽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 벽 전체가 꽃봉오리처럼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는 탈홍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되는 변비로 대장이 점점 늘어나면 대장 안에 대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가 힘없이 대변을 질금 질금 밀어내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막혀있거나, 다른 위치에 있어서 수술을 받았던 아이들, 장에 신경 세포가 없어서 수술을 받았던 아이들도 수술 후 변비를 예방하고 부단히 노력해서 배변 습관을 잡아 주면 변을 지리는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았던 아이들이 변을 지리는 일은 잘못된 식습관과 변비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모님들의 걱정처럼 괄약근이 약해서는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대변을 볼 수 있도록 식이 요법과 약물치료, 필요하면 단기간의 관장 등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물론 뒤늦게 유아기나 학동기에 진단되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변비에 대한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흘에 한 번, 보름에 한 번 대변을 본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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