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성이 기자
"우리 사업장이 직접적 영향이 있다고 할 순 없지 않나요. 법적으로 제기된 것도 없는데…."

한 달 전 오존농도 저감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자 지역 조선소 두 곳에 제의했을 때 한 조선소 홍보팀 관계자로부터 받은 답변이다. 그 답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는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조선소의 불참통보로 토론회는 결국 열지 못 했다.

지난 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전 세계 공기오염 수준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공기오염이 최악인 지역으로 나타났다. 그 최악인 곳에서 거제는 오존농도 경남도내 1위, 오염물질 배출량 전국 지자체 2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오존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직 오존농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2차 오염물질인 오존이 생성된다는 것은 밝혀졌다.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 조선 산업에 쓰이는 석유화학·정유·페인트나 접착제 등의 자재와 같은 곳에서 활발하게 발생한다.

취재 중 아주동 오존농도가 높은 것에 대해 조선 산업보다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로 인구유입으로 인한 차량 증가를 꼽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럴 경우 거제시보다 도시화가 더 진행되고 인구수가 많은 창원·김해·진주시보다 오존농도 순위가 더 높은 것이 설명되지 못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만난 조선소 인근에 거주하는 아주동 주민 A씨(31)는 "맑은 날이라 할지라도 빨래를 베란다에 말린 적이 없다"며 "베란다에 말리면 다시 세탁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47)는 "덕분에 장사가 잘 되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하나, 벌이야 쏠쏠하죠"라 답했다. B씨는 조선소 인근에서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아주동은 도시대기측정망이 있어 대기질 측정이 가능하지만 장평동은 그렇지 못하다. 장평동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 17종을 검토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측정망이 2020년 내 설치될 예정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동안은 장평동의 대기질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유해화학물측정망이 설치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실시간으로 대기질을 확인할 수가 있다. 유해화학물측정망이 조속히 설치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점검하거나 불시단속을 하기에는 인력부족과 다른 업무들로 인해 한계가 있다"며 "오존에 대해 거제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사업장 스스로 경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지역 양대 조선소 등의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감시·점검할 수 있는 시민대책감시단이 필요한 것이다. 자외선이 강하지 않은 날 혹은 새벽 시간대의 오존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기준치를 초과했다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또 사업장에서는 오존농도 기준치 초과가 작업 현장과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맑은 하늘을 보고도 오늘 오존농도가 높을지 생각하게 된다면 관심이 형성된 것이다. 그 관심으로 양대 조선소 시민대책감시단이 결성돼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양대 조선소는 거제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책임 질 의무가 있다.

대기질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져나고 있다. 이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양대 조선소가 지역 경제를 볼모로 지역민들에게 대기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정거제, 관광거제를 외치는 거제시에서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존농도 저감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민감시단 운영 등 필요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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