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마라토너 성환용씨

7시간59분.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하루평균수면시간이다. 의학계에서도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을 취침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권유를 무시한 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이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 314㎞ 태극종주. 6일 2시간, 146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며 산악마라톤을 완주한 성환용씨(56)를 만났다.

경북 예천 오미봉에서 시작해 전북 무주 안태골까지 이어지는 산맥은 그 모양이 태극 모양을 닮았다 해 한반도 태극종주라 불린다. 대부분의 산악마라토너들이 구간별로 140~280㎞를 도전하지만 314㎞는 대한민국에서 2번째 도전이자 첫 완주였다.

왜소한 체구의 성씨 모습에 첫인상에선 이 사람이 정말 314㎞를, 무수면 마라톤을 한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다부진 말투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힘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성씨는 "무 수면으로 314㎞를 평길도 아닌 산길을 마라톤 했다는 것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죠"라며 하회탈과도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반도 태극종주 길을 개척한 조평화 선생(58)의 역할이 컸다. 조 선생이 지난 6월 도전에 실패하면서 다음 주자로 하게 됐는데 조 선생이 성공했으면 따로 도전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평화씨의 계획서를 넘겨받은 후 종주 당일 4개월 전부터 314㎞의 구간마다 사전답사를 해 지형을 익혔다. 구간별 거리와 시간을 철저히 따지고 10월에는 재마다 식량과 물을 은닉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 이후부터는 성씨의 정신력과 날씨만이 성패를 갈랐다.

언제가 가장 고비였냐는 질문에 그는 "이틀 정도는 숙달이 된 상태라 무난하게 지나갔지만 마의 3일부터는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텼다. 나를 응원하기 위해 재마다 기다려준 회원들, 회사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다"며 "처음 알리지 않은 것은 나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사히 돌아온 것이 참 꿈만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날은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쏟아진 비 때문에 예상 종주 소요시간이 125시간에서 21시간이 늘어났다.

종주의 끝은 영광의 상처. 성씨의 발에는 물집이 잡혔고, 발톱은 4개가 빠졌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성씨는 "세상 뜻이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는 없지 않는가. 마라톤은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고 내 한계치를 내 스스로 정하고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며 "산에 가는 순간 속세는 다 잊게 되고 바람과 소리를 느껴 나 자신이 자연이 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지리산만 729번을 올랐다는 그는 삶의 터전이 보이는 옥녀봉을 거제 최고의 산이라 꼽았다.

성씨는 "거제는 어느 산을 올라가든 바다가 다 보여 자연경관은 그 어느 산을 꼽을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옥녀봉을 꼽은 건 내 청춘의 역사가 있는 대우조선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동네가 한 눈에 다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력이 된다면 백두대간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680㎞ 길이의 백두대간에 도전하고 싶다"며 또 다른 60을 꿈꾸고 있다.

산이 최고의 친구라는 성씨는 "그래도 가장 최고의 산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산"이라며 내년에 자녀들과 캐나다 로키 산을 등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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