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15중 거제 벽파정 박용섭

우리 민족은 선사시대부터 활쏘기를 즐겨하고 궁시(弓矢-활)의 제작기술이나 다루는 능력이 주위 어느 민족보다 뛰어났다. 이에 중국은 우리를 동이족(東夷族)이라고 칭했다. 동이(東夷)의 이(夷)는 대(大)와 궁(弓)의 합성어로 '동쪽의 활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민족의 대명사였던 궁도는 삼국시대 이래로 평시에는 심신단련 및 정신수양의 방편으로 삼았으며, 유사시 국가를 방위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전통무예로 500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면서 오늘날 전통 스포츠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창원시체육회가 주최하고 창원시궁도협회(회장 윤득수) 마산 용마정이 주관한 '제5회 정열공최윤덕장상배 전국 남녀 궁도대회'가 지난 7일부터 용마정에서 개최돼 3일간 뜨거운 열전을 펼쳤다.

단체전 88개팀, 개인전 78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거제 벽파정의 박용섭씨가 남자부에서 15시(矢) 15중(中)(15발을 쏘아 15발을 맞춤)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거제도 50년의 궁도정 역사에 처음 있는 일로 거제궁도인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궁도에 발을 디딘지 2년만에 이룬 그의 쾌거는 그가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서 궁도에 임했는지를 증명한다.

우승소감을 묻는 질문에서 박씨는 "궁도를 시작하고 1년에서 3년 사이에 제일 좋은 시수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며 "멋모르고 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 했다.

박씨는 직접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체육인이다.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활은 그에게 굴욕감을 안겨 줬다. 호기있게 잡은 30파운드의 활이 당겨지지 않은 것이다. 30파운드의 활은 여성들이 주로 드는 무게다. 물론 활을 당길 때 사용하는 몸의 근육은 태권도나 일상 활동에서 사용하는 근육과는 다르다. 그렇게 2년이 지나 그는 전국대회에서 60파운드의 활로 145m떨어진 과녁에 15발 모두를 명중시켰다. '멋모르고 열심히 했다'라고  들리기에 충분할 만큼 결과가 보여주는 바가 크다.

그의 시작을 지켜봐왔던 스승 박송열 사범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에 놀랐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면서 "우승을 예감하기보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번씩 우스갯소리로 활도 못 들었던 사람이고 놀렸지만, 이렇게 벽파정을 빛내 줄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는 4단이다. 그리고 이제는 지금껏 함께했던 개량궁을 버리고 '각궁'에 입문해 활을 다듬고 있다. 5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궁도는 9단까지 있다. 5만의 활인구들은 9개의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가 다듬고 있는 '각(角-물소뿔 사용)궁'은 옛 선조가 사용했던 전통방식 그대로인 활이다.

경력 10~20년 된 사람도 힘들어 할 정도로 쏘기도,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비싼 가격에 비해 잘 부러지는 단점이 있다. 계량궁(카본)이 1980년도 초에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궁보다는 계량궁을 선호하고 있다.

대한 궁도협회는 궁도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1단에서 4단까지는 계량궁을 사용을 인정하지만 5단부터는 '각궁'만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고 있다. 활인들 또한 이를 인정하고 우러러 본다.

활을 다듬는 수고를 마다않고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박씨는 "활은 힘으로 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쏘는 것이다. 마음으로 쏘는 활이다"라고 활의 정의를 내리면서 "내가 하는 태권도나 궁도가 내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실업팀에도 욕심이 있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