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원탁시 동인

 모두가 내 그늘에서 쉬어 가길 바랐다
 머리 희끗해진 겨울 산에서
 발밑을 바라보니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등을 딛고 서 있었다

·시 읽기: 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물에게'(2011)에 실린 시이다. '정자나무가 되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대춘수(大椿樹), 즉 오래 산 커다란 참죽나무를 말하고 있다. 이 나무는 1만6천 년이 한 살이었다고 한다. 사람에게 쓰임이 없어 오래 살아남아 큰 그늘을 만들었다는 우화이다. 그 그늘에 사람들이 쉬어 갔다. 쓰임이 없어 살아남았지만, 그 그늘이 쓰임이 있다는 비유이다. 
 장자는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으므로 베어지고, 옻나무는 쓸 수 있으므로 껍질이 벗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며 '유용의 쓰임'과 '무용의 쓰임'을 비유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오래 살아남은 정자의 나무가 되어 "모두가 내 그늘에서 쉬어 가길 바"란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 산에서/ 발밑을" 내려다본다. 그때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등을 딛고 서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도 정자의 나무 그늘처럼 '무용의 쓰임'을 깊이 생각해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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