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세/ '문장21' 시조 등단

 절간 가는 길 숲에서
 새하얀 별꽃들이
 
 새벽녘 이슬 먹고
 송골한 까만 진주
 
 정오의 
 뜨거운 열기
 입속에서 숨 고른다
 
 참매미 울음소리
 이명으로 와 닿고
 
 먼 고향 그리운
 까만 머리 동자승이
 
 정오에
 내린 수마(睡魔)에
 어머니를 마중한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까마중은 가짓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여름에 피는 흰 꽃의 모양이 별을 닮았다. 이 시는 연시조이다. '까마중'과 '까만 머리 동자승'을 동일시하고 있다. 일종의 언어유희이다.
 1연에서 화자가 "절간 가는 길 숲에서" 흔하디흔한 까마중과 마주한다.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앉은 것처럼 "새하얀 별꽃들이" 피어 있다. 여름 내내 "새벽녘 이슬 먹"으며 송골송골 "까만 진주"로 변해 간다. 그 까만 진주가 한여름 "정오의/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까마중이 화자의 입속에서 특유의 맛과 향을 풍기며 숨을 고른다. 2연에서 여름의 "참매미 울음소리"가 "이명으로 와 닿"는다. "먼 고향 그리운/ 까만 머리 동자승이" 견딜 수 없는 졸음에 꾸벅거린다.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난다. 동자승은 반가워 어머니 품을 향해 뛰어간다. 이 시처럼 우리도 어머니에게로 회귀를 꿈꾸며 몽상의 상상력을 펼쳐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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