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홍혁 / '문장21' 등단

 마음에 쌓아 두고
 가슴에 새긴 정을
 슬며시 건네주는
 봉지 속 노오란 곶감
 정 가득
 받아 들고서
 고마움에 젖는다.
 
 고마운 정을 한 입
 베어 무니 입속에서
 사르르 내 가슴이
 녹녹해지는 순간
 갑자기
 어머니 생각
 목이 메어 눈물 난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30호(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이 시는 2연으로 구성된 연시조이다. 1연에서 화자는 오랫동안 "마음에 쌓아 두고/ 가슴에 새긴 정"이 가득하다. 먹음직한 곶감이 든 봉지를 "슬며시 건네"주는 것을 "받아 들고서" 다시 "고마움에 젖어" 들기도 한다. 이 곶감이 바로 정이다.
 2연에서 "고마운 정" 그 곶감을 "한 입/ 베어 무니 입속에서"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다. 화자의 마음도 사르르 녹으며 녹녹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떠올라 울컥 목이 메고 눈물이 흐른다. 누가 읽어도 2연의 종장에 시선이 머물 것이다. '어머니 생각'이라는 구가 평범하면서도 이 시의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 시처럼 먹을거리가 생기면 어버이를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늘 간직하며 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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