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위원

▲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동의보감에 '여름철 석 달 동안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활동하고 만사에 신경질 내지말고 좋은 성과를 올리게 하며 순리대로 기운을 펴는 것이 여름에 순응해 양생하는 길'이라고 기술돼 있다.

여름 장마철에는 높은 습도로 인해 인체의 내분비 및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신진대사가 떨어진다. 따라서 고혈압·심장병·당뇨병·관절염 등 만성 질환자의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나친 더위로 탈수 현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장애가 오거나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수인성 감염병은 6~9월에 발병률이 높다. 식중독 증상은 살모넬라균·비브리오균·황색포도상구균·대장균 등 원인균에 따라 다양하다. 장염비브리오균 식중독의 임상적 특성은 어패류·생선회 등을 먹은 후 10~18시간 내에 급성위장염·복통·설사·구토 등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증상은 대개 1~2일 이내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식중독균의 종류에 따라 발열·구토·마비·혈변 등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날로 먹는 것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어패류 구입 시에는 신속하게 냉장 보관해 식중독균 증식이 억제되도록 한다. 식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을 제조하고 유통과 철저한 식품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식중독 예방 3대 수칙인 '손씻기·익혀먹기·끓여먹기'를 지키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건강한 여름나기'를 할 수 있다.

찜통 더위로 인한 폭염 피해는 대부분 일사병이나 탈수 등 경미한 신체 증상을 초래하지만, 폭염에 취약해 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노인·만성질환자·체온조절이 안 되는 열사병 환자의 경우에는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질 경우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야외활동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여름철 한밤 중에도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수면을 방해하는 현상인 '열대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이 흥분 상태가 되어 생체 리듬이 깨지기 쉽고, 체력이 떨어지고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 환경(온도·습도·조명 등)을 조성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야간에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야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배가 고파서 잠을 못 이룰 때는 잠과 관련 있는 트립토판이 들어있는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시도록 한다. 저녁마다 명상·복식호흡 등 이완요법을 하며 잠자기 30분 정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몸도 식혀주고 피로를 풀어줘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 문명은 에어컨 같은 냉방기를 이용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만들었지만 옛날에는 없었던 냉방병을 생기게 했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피로·권태감·두통·코 막힘·기침·소화불량·근육통 등이다. 심지어 월경 불순을 호소하는 여성도 있다. 여름철 에어컨 찬바람은 무릎 안쪽의 압력을 높여 염증·부종을 심하게 하며 관절과 주변 근육을 경직시켜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이 에어컨에 사용하는 냉각수나 냉각탑에 서식하다가 에어컨 가동 시 인체의 호흡기에 들어와 '레지오넬라 증후군'을 일으켜 전신 증상과 함께 고열과 오한까지 생긴다. 이 때는 항생제 복용이 필요하다. 또한 냉방 중에는 환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 세균의 농도가 높아지고 실내 먼지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농도가 올라가서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질환에 잘 걸리게 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 적정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온도와 바깥 기온 차이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며, 실내 온도는 섭씨 25~26도 정도로 유지한다. 습도는 50~60% 정도가 좋다. 습도를 낮춰줄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은 환기이다. 가정에서는 숯을 집안에 놓아두면 도움이 된다.

여름철 보양식에는 삼계탕을 비롯해 민어·뱀장어 등이 인기가 높다. 삼계탕에는 보통 인삼·황기 등 한약제를 첨가한다.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며, 허약해진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황기는 땀을 조절하며 세포 재생력을 증가시킨다. 삼계탕에 첨가된 한약제의 효능을 높이는 밤과 대추를 넣는다.

식욕이 떨이지고 온몸이 나른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피곤함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나면 인삼·맥문동·오미자를 함께 넣어 달인 한방차를 마시면 좋다. 하루 두세 번 정도 시원하게 마시면 더위로 인해 떨어진 기운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3~5회, 매회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