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의 그림 '빨간옷을 입은 소녀' 작품의 소녀는 수줍은 듯 살짝 고개 숙이고 둘곳 없는 시선으로 어색해 하고 있다. 발그레한 볼과 꼬옥 다문입술은 요즘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 볼수 없는 아이의 얼굴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배여나니 작품을 보면서 내내토록 입가에 웃음을 지울 수 없다.

문득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수줍은 응시가 생각난다. 물기어린 시선과 반짝이는 입술이 아름다워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그 소녀의 맑고 투명한 모습이 이 붉은 볼을 가진 소녀의 얼굴에 반추된다. 서로 다른시간과 공간속에서 존재했던 두 작가는 시공을 초월해 각자의 미감을 공유했던 것일까.

아니면 순수함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일까?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마음이 아득해 진다. 순화되고 정화되는 감정선들을 놓고 싶지 않음은 위대한 작품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리라….

빨간옷을 입은 소녀는 이인성의 1940년대 작품이다. 서양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1920년대를 근대미술의 시작으로 본다면 이인성은 이중섭·박수근 같은 화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미술의 한세대를 이끈 소중한 작가이다.

한국적인 풍토미와 강렬한 색채, 간결한 터치로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서양화계의 거성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안타깝게도 1950년도에 비운의 사고로 38살의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 했다.

글쓴이: 권용복 서양화가(한국미협 현대미술분과 이사/ 現 미술교사)

● 작가: 이인성(李仁星)= △1912∼1950 경북대구 출생 △1923 일본 태평양 미술학교 수학 △1931~1936 조선미전 6번 특선. 26세 추천작가로 추대 △해방 후 이화여고·이화여대에서 후학 양성 △제1회 국전 심사위원 △한국적 향토미 분활적 필치와 풍부한 색채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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