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매립반대대책위, 지난 23일 옛 고현여객선터미널서 반대 집회 개최
해상 시위·거리 행진 뒤 시청 앞서 권 시장 면담 요구했지만 불발에 그쳐

▲ 고현항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환경련 바다위원회가 지난 23일 옛 고현여객선터미널 부두에서 고현항 매립을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결의대회·해상 퍼포먼스·거리행진 등으로 이어졌다.

"매립행위 방관하는 정치인은 물러나라." "적법절차 무시하는 항만매립 중단하라." "탁상행정 방관하는 정치인은 각성하라."

고현항 매립을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집회가 지난 23일 옛 고현여객선터미널 부두에서 열렸다. 고현항재개발사업 추진이후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집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배진구·이하 대책위)가 주최하고 환경련 바다위원회가 가세한 이날 집회는 결의대회·해상 퍼포먼스·거리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100여명의 병력을 행사장 및 시청정문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배진구 위원장은 즉석연설을 통해 "이번 시민집회는 행정당국의 일방적 사업추진을 저지하고 민간업자를 동원한 부당한 매립사업의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 사업을 취소시켜 이 바다를 미래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공유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또 "대책위에서 그동안 시청 앞이나 거리에서 수차례 매립반대 홍보활동을 벌였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고현항 매립사업의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며 "왜 고현항이 매립되면 안 되는지, 매립이 되면 어떤 폐해가 나타나는지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장평동 지역대표 천용섭씨는 "시민을 대표하는 대변인의 역할을 하라고 시의회로 보냈더니 일부 정당의 로봇정치인은 정당의 하수인 노릇만 하고 있다"며 "고현항 매립이 필연적이라면 거제시민에게 진정 필요한 수변공원·시민광장·주차장 등을 구축하는 자연친화적인 매립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해상시위는 소형 고무보트 2척과 지원 선박 1척이 동원돼 '고현바다 매립 전면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펼친 채 30여분 간 고현항을 순회했다.

또 지원 선박에 승선해 있던 송미량 거제시의원 등 4명이 매립중단을 의미하는 'S·T·O·P' 철자 하나씩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어 글자를 조합하는 해상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책위는 해상퍼레이드가 끝난 후 곧바로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옛 고현부두에서 시작된 시가지 행진은 경찰이 안전띠를 구축한 가운데 고현사거리를 지나 시청 앞까지 진행됐다.

시청 앞은 경찰병력이 차단막을 친 상태였다. 차단막에 막힌 행진대열이 시청 앞 도로에 그대로 주저앉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주최 측의 설득으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시청 앞 정문에서 '시민의견 묵살하는 거제시는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권민호 시장의 출두를 기다렸으나, 권 시장이 청사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해산했다.

대책위는 결의문에서 "거제시가 추진하는 고현항재개발사업은 항만재개발을 빙자해 4000세대 아파트 부지 만들고 수만평의 상업지 만들어 분양하는 사실상의 땅장사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부당한 매립사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고현항 매립이 꼭 필요하다면 국가나 거제시 예산을 들여 공용지로 개발하는 최소한의 매립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책위는 조만간 감사원에 그동안 사업 추진의 절차상 문제점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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