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획]구조라 수정봉 & 해금강 우제봉을 걷다

일운면 수정봉…샛바람소리길 따라 걷는 평온함이 일품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3월말. 거제의 아기자기한 여러 봉우리 중에서 구조라성이 있는 수정봉과 해금강이 훤히 보이는 우제봉으로 떠나본다.

수정봉은 일운면 구조라리에 위치한 해발 148.8m의 조그마한 산이다. 수정봉을 오르는 코스는 3곳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구조라항에서 출발해 샛바람소릿길-약물바위-둘레길-수정봉정상-서낭당-구조라성-언덕빠꿈공원-구조라 유람선터미널로 이어진 코스다.

초보자는 구조라항에서 올라가는 것이 좋고 등산코스를 좋아한다면 경사가 좀 가파른 구조라방파제쪽에서 출발하면 된다. 만약 방파제쪽에서 올라간다면 지형이 가파르고 낙엽이 많아 위험할 수 있으니 복장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올라가는 것이 낫다.

수정봉을 오르다보면 팥배나무, 사방오리나무, 덜꿩나무, 보리장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샛바람소리길을 걷다보면 새들의 울음소리가 종종 들려와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파른 산길을 20분 정도 오르다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수정봉 정상에서는 넓고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왼쪽으로는 장승포 망산과 내도와 외도를 조망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해금강과 홍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에서는 수평선 멀리 대마도까지 보이기도 한다.

수정봉 정상에서 신선한 봄바람을 충분히 느꼈다면 천천히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수정봉은 내려가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어 반드시 가고자 하는 길을 확인한 후 내려가야 한다. 길이 나있다고 함부로 가다가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구조라성과 서낭당 쪽을 택해 내려가기로 했다. 수정봉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바위로 성곽처럼 쌓아놓은 곳이 있는데 그것이 구조라성이다. 구조라성은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전방의 진지로 쌓은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다.

성 아래에는 구조라 마을이 있었고 성 안은 모두 논과 밭이며 성 가운데에는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1998년 11월 13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됐다.

구조라성의 오른쪽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제단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서낭당이다. 서낭당은 각 지방에 따라 성황당·할미당·천황당·국사당 등으로 불린다.

서낭신앙은 중국의 성황신앙이 전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어 왔던 고유한 토착신앙이다. 1984년까지 별신굿을 할 때 마을제사를 마치면 이곳에서 산신제(山神祭)를 지내왔다고 한다.

수정봉을 내려와 다다른 구조라마을. 일렁이는 파도와 하얀 포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정같이 맑은 바닷물을 바라보면 수정봉을 오른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뛰어난 풍광과 어우러진 초록색 바다. 수정봉에 가면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부면 우제봉…정상서 조망하는 남해의 절경에 원더풀

남부면 갈곶마을에 위치한 우제봉은 거제도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바람의언덕에서 동남쪽으로 2.3㎞ 정도 떨어져 있다. 해안 끝에 위치한 해발 107m의 야트막한 봉우리가 우제봉이다. 우제봉(雨祭峯)은 옛날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여 우제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제봉은 수정봉과는 달리 올라가는 코스가 정해져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안내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우제봉을 올라가는 입구에는 관광안내도가 있는데 여기에 보면 '마애각 서불과차(徐市過此)'라고 쓰여져 있다. '서불이 다녀갔다'는 뜻이다.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신하 서불이 해금강까지 왔다가 우제봉 암벽에 '서불과차'라는 글씨를 새겨 흔적을 남겼으나 1959년 태풍 사라호의 위력으로 떨어져나가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다고 한다.

해금강 호텔을 지나 우제봉 산책로를 조금 올라가니 길 곳곳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운이 좋으면 산책로가 동백꽃으로 빨갛게 물든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가면 도로가 끊기고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서자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지나면 동백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이 나오는데 길은 좁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푹신한 흙길이라 걷는 기분이 좋다. 또 꽃샘추위가 지나가는 3월 말~4월 초에 오면 동백꽃이 만개한 모습도 볼 수가 있으니 시기를 잘 맞춰서 오면 봄의 정취를 온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완만한 숲길을 약 10분정도 지나면 가파른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에 다다른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나무데크가 잘 조성이 되어 있으니 부담 없이 오르면 된다.

우제봉 역시 수정봉과 마찬가지로 정상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제봉의 정상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대신 정상 바로 앞 전망대에서 남해바다를 훤히 볼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눈 앞으로 펼쳐진 해금강과 대·소병대도, 내도·외도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쪽빛바다를 가르는 유람선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해금강의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유람선이 십자동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가 나온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해금강은 칡뿌리가 뻗어 내린듯해 칡섬을 뜻하는 '갈도'로 불리다가 금강산의 해금강에 버금가는 경치라 하여 '해금강'으로 부르게 됐다. 우리나라 명승 40곳 가운데 강원도 소금강에 이어 제2호로 지정돼 있다.

우제봉 정상에서 거제8경중 하나인 해금강과 저 멀리 남해바다를 보는 것을 끝으로 이번 여정은 마무리됐다.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뚫고 싶다면 주저없이 떠나보자.

기분 좋은 봄 향기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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