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뜨거운 열기 발산
협소한 장소·부족한 샤워실·외국인 안내 미흡 등 옥에 티

11회를 맞는 국제펭귄수영축제.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말은 "안 추워요?"였고 가장 많이 들은 말도 "안 추워요!"였다.

몇 겹씩 옷을 껴입은 구경꾼들은 팔짱을 낀 채 찬바람을 막으려고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힌 수영복 차림의 참가자들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연초에 열리는 축제인 만큼 새롭게 마음을 다잡으려는 사람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매년 펭귄수영축제에 참가하고 있다는 문경보씨(51·능포동)는 울트라마라톤에도 참가한 적이 있는 열혈 스포츠맨이다.

문씨는 "추운 겨울에 바다에 뛰어든다는 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는 의미도 있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어 참가할 때마다 뿌듯하다"며 "올해는 대우조선에 입사한 지 20년째 되는 해라 지나온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잘해보자는 마음을 담아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울산의 문수수영장 동호인끼리 왔다는 홍승례씨(59·울산)는 "차가운 겨울바다에 뛰어드니 머릿속이 시원해진다"며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올해 하려는 일이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밝혀 들뜬 기분을 드러냈다.

국제대회라는 명칭답게 외국인들의 참여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출신 루이씨(능포동)는 "한국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참가했다"며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추위에는 약한지 바다에 뛰어든 소감을 묻자 한국말로 "뼛속까지 춥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참가했다는 라이언씨(37·고현동)는 "한마디로 익사이티드 한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엔 조금 추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열이 오르면서 몸이 뜨거워진다"며 신나는 경험으로 기분 좋게 한해 출발을 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함을 전했다.

반면 아쉬운 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성월선씨(62·울산)는 "해변도 작고 공연무대도 작은 것, 축제장소가 협소한 것이 아쉽다"면서 "샤워실이나 탈의실 시설이 부족한 점, 수영거리가 짧은 점 등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동기들과 함께 참가했다는 이창민씨(28·여수)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대체로 만족하지만 안내 부족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참여했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가 미흡한 것 같다"며 본인이 나서서 외국인들에게 탈의실이나 샤워실을 안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가인원에 비해 샤워시설이 부족하고 물품보관소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믿고 짐을 맡길 만한 곳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크고 작은 아쉬움 속에서도 참가자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 이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년에는 나도 바다에 뛰어들어보자고 결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용우씨(47·사등면)도 작년에 구경삼아 왔던 것이 올해 참가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씨는 "지난해 구경하러 왔을 때 바다에 뛰어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추운 겨울에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들 하나같이 신나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라 올해는 나도 참가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며 "막상 물에 뛰어드니 별로 춥지도 않고 기분도 상쾌해져 올해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The first penguin'이라는 말이 있다. 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이라는 뜻으로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관용구로 쓰인다.

올해는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처럼, 국제펭귄수영축제에 참가하여 바다로 뛰어들던 많은 인간 펭귄들처럼 모든 일에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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