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경청해주는 여러분들이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줍니다"
"내 말을 경청해주는 여러분들이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줍니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5.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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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
거제문예회관 전시실서 오는 26일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는 1년여 전 거제시민의 힘으로 세운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에 이어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세워졌다.

현재는 이화여대 앞 대현문화공원, 경기 성남시청 광장, 경기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 등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세종시에서도 건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클렌데일시립공원에도 세워져 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1주년을 맞아 지난 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폭로하는 '지지 않는 꽃'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현세, 박재동, 김정기, 최인선 등 국내 20명의 만화가들의 작품 50여점이 전시돼 있다. 몇몇 작품은 '도라지꽃', '나비의 노래', '시선'이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지지 않는 꽃' 전시회는 지난해 프랑스의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열려 국제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순회전을 열고 있으며 경남에서는 경남도립 미술관에 이어 두 번째로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0명 이상 학생들이 단체 관람할 경우에는 사전 신청만 하면 전시해설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짚어보는 학예사와의 대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거제문화예술회관 유은지 학예사는 "초·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이 많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로만 접한 학생들이 전시회를 감상하고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시 이틀째인 지난 9일 찾은 전시실은 다소 한적한 편이었다. 한두 명이 드문드문 찾아와 오랫동안 전시실에 머물며 일러스트와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을 감상했다.

김보라씨(30·장승포동)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운을 떼다가 눈물을 흘렸다. 본인도 당황한 듯 눈물을 훔치고서 말을 이은 김씨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둘러보면서 내가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실제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그림과 영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화가 났고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유은지 학예사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며 "이 잔인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른들이 적절한 감상지도만 해주면 무리없이 감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거제로 가족들과 여행을 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들러 전시를 보게 됐다는 남진경 학생(성동초5)은 "할머니들이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 나와 비슷한 또래였을 때라는 점에 무척 놀랐다"며 "할머니들의 용기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하루빨리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영현 학생(성동초4)은 세 편의 애니메이션을 모두 감상한 뒤 "일본이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이런 아픔과 슬픔이 절대로 없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차유림 어린이도 "슬프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면서 "할머니들이 다 사라지기 전에 일본이 사과를 해서 활짝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각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전시의 소감을 밝혔다. 

70여년이 흘렀음에도 이 문제는 현재진행중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린다.

올해로 23년째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할머니들은 238명이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55명, 할머니들의 평균나이는 89세다.

많은 이들이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내 증언을 경청해주는 여러분들의 반응이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전시회를 방문하여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 역시 할머니들의 증언을 경청하는 중요한 방식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더 많은 목격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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