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죠"
  • 곽인지 기자
  • 승인 2014.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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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회관, 정숙애 한지공예전 거제시청, 한땀회원 퀼트전시회
손으로 하나하나 인고의 시간 아로새긴 작품들 선보여 호평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천천히'를 외치며 정성스레 일일이 손으로 작품을 일궈낸 사람들이 있어 화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양 하나하나 정성스레 칼로 새기며 한지공예품을 만들어 온 이들과 자투리 천을 이어붙여 큰 예술품을 만들어 퀼트작품 전시회를 연 이들을 만났다.

한지늘솜회 세 번째 한지공예전이 거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24년 간 작품활동을 해온 정숙애 작가와 제자들이 만들어낸 작품 40여 점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거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한지로 꾸민 색실상자·갑개수리·서랍장·반닫이·선비상·머릿장 등 우리 전통이 살아숨쉬는 가구들이 전시됐다. 정숙애 작가는 그동안 부산에서 민화와 한지공예 등의 강좌를 통해 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려왔으며, 1995년 지승공예(종이를 좁다랗고 길게 잘라 엄지와 검지로 비벼 꼬아 노끈을 만들고 이를 엮어 만드는 공예기법)로 전통공예대전에 입선하는 등 작품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정 작가는 "전통 가구 한 점을 제작하는 것은 여간 고된 작업이 아니다. 가구의 몸체가 되는 부분부터 문양 하나하나 새기는 작업에서 마감재를 칠하는 과정까지 전통방식으로 일일이 손으로 제작하고 있다. 그래서 서랍장의 경우 꼬박 6개월이 걸릴 정도다. 그러나 요즘 쉽게 생각하고 빨리 작품을 만들려고 조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세월과 손때가 묻어나야 진정한 수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또 그간의 인내와 정성으로 제작한 작품을 소개하며 한지공예만의 매력에 빠져 고된 줄 모르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제자 공경옥씨는 "흔히 종이는 습기에 약하다고 하지만 한지는 그 어떤 종이보다 습기를 머금었다 증발시키는 속도가 빨라 가볍고 질기다"며 "'비단은 500년 가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는 말처럼 세월이 지날수록 은은한 기품을 품어내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거제는 한지공예의 불모지나 다름없다"면서 "한지공예의 메카인 전주나 원주에 비해 턱없이 인식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한지의 우수성에 대해 알려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시청쉼터전시실에서는 이불·가방·인형·파우치 등 30여 점의 퀼트작품을 전시한 제1회 한땀회원전이 열렸다.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발전한 퀼트는 천이 없어 조각조각의 작은 천을 연결해서 옷과 가방을 만들면서 유래됐다. 각기 다른 색과 재질의 천들이 실로 이어져 조화를 이뤄 하나의 큰 천으로 재탄생 된다. 바느질로 작은 천을 이어붙이는 작업은 일정한 패턴으로 이뤄진다. 300여 개가 넘는 패턴들은 유래와 의미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베들레헴'은 소망을 의미하며 집의 모양을 형상화한 '하우스'는 자신만의 집을 갖고 싶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또 '할머니의 정원'은 꽃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양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형상화 했다.

다양한 패턴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퀼트는 버려지는 작은 천 조각에 지나지 않던 자투리가 실과 바늘의 교차로 그 어떤 작품보다도 멋스러운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매력을 지닌다.

전시회를 개최한 한땀회 전성실 대표는 "같은 패턴 소재라 하더라도 색의 조합에 따라 개성을 살릴 수 있으며 기존 패턴의 변형으로 새로운 패턴을 창작해낼 수 있다.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모양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늘 새롭다"고 퀼트의 매력을 설명한다. 또 "중앙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인내심을 길러줘 좋은 교육적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이태남씨는 "쌍둥이를 키우며 전시할 작품을 준비하기에 6개월이라는 오랜 시일이 걸렸지만 완성해 놓고 보니 뿌듯하다"며 "바느질 잘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부심이 생긴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전시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포부도 잊지 않았다. 빠르게 찍어내는 기계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손맛'의 매력에 빠진 이들의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기대된다.

한편 정숙애 한지공예전은 5일부터 이달 말일까지 장목면 문화예술창작촌 갤러리에서 추가로 전시되며 한땀회원전은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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