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주·정차 단속요원 동행취재

협박에 욕설이 난무하는 고현동 단속현장…30여분 만에 35개 예고장 발부
차주들의 일방적 항의에 설득하며 비지땀…여자요원이어서 심한 경우 많아

◇오후 2시20분= 단속활동 스타트

주차단속요원을 만난 곳은 고현동의 파출소 앞이었다. 교통지도 차량이 도착하고 차량의 문이 열렸다. 교통지도라는 문구가 박힌 형광색조끼를 입고 큰 모자와 안경으로 얼굴을 감춘 단속요원들이 내렸다. 손에는 카메라와 경고스티커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누가 봐도 단속요원이었다.

"하루 종일 같이 다니면 힘들어요. 괜찮으시겠어요? 얼굴은 찍지 마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단속을 진행하면서 협박을 많이 받아 얼굴이 알려지면 곤란하다며 사진을 찍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A씨는 "예전에 얼굴을 기억했다며 두고 보라는 식으로 협박당한 경우가 있었다"며 "그런 협박이나 위협을 많이 받는다. 차로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의 계도활동 중 욕설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일일이 세지도 못 했다. 

◇오후 2시40분= "1·2·3·4…"

이들은 도로와 인도를 누비며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들을 빠르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A씨가 "1"이라고 말하자 B씨가 예고장에 날짜와 시간번호를 빠르게 써서 차량 와이퍼에 부착하고 A씨가 빠르게 단속차량 번호판을 찍었다.

과태료를 발부받은 사람들이 주차한적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번호를 같이 적어 사진을 빨리 찾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예고장을 발부하며 '1·2·3·4·5·6…' 숫자를 세어나간다고 B씨가 설명했다.

단속을 시작한지 30여 분만에 B씨의 입에서 '35'라는 숫자가 나왔다. 잠시 동안 35장의 예고장이 발부된 것이다. 예고장이란 견인이나 벌금을 부과하기에 앞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예고장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고 가까운 주차장으로 이동해 달라는 안내문구와 즉시단속이 가능한 경우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예고장을 받은 차량은 반드시 5분 안에 차량을 이동해야 한다.

"이 차량은 즉시단속 차량입니다."

횡단보도위에 당당하게 주차된 흰색 경차에 예고장과 함께 과태료 부과 스티커가 함께 발부됐다. 인도나 모퉁이·횡단보도·버스정류장·스쿨존 같은 집중단속 구역 또는 이중주차를 하는 경우에 예고장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힘들죠! 그래도 일이니깐…."

힘들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요원들은 답을 하면서도 예고장에 시간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단속을 이어 나갔다. 한숨 쉴 일도 많지만 A씨와 B씨는 시민들에게 웃으며 안내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오후 3시= "뭔데 저거?"

취재 내내 말수가 적었던 단속요원 A씨와 B씨는 단속 중의 힘든 일들을 한풀이 하듯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평소에 단속을 하면서 욕을 정말 많이 듣는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욕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면서 "이유를 묻기도 전에 욕을 한바가지 먼저 던진다. 여자라서 그런지 더 무시하고 깔보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한 번은 차로 갈아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적도 있다. 협박을 받으면 무서워서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 때도 많다"며 "과태료가 부과됐다고 차량으로 받을 것처럼 다가왔다 휙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과거의 에피소드를 말했다.

담당구역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같은 자리로 오는데 10분이 넘게 소요된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예고장을 받고 아직 이동하지 않은 차들에 일일이 과태료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저기요, 이거 뭐에요."

건장한 체격의 남성과 여성이 요원을 불렀다. 과태료를 부과하자마자 항의가 들어온 것이다. 과태료가 이미 부과됐지만 왔으니 빼라는 식의 일방적인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요원들은 이유를 설명하며 차주를 설득했다.

"저것들 뭔데?"

상가의 공사를 위해 정차돼있는 차량을 이동해주길 부탁하며 예고장을 놓고 자리를 옮기자 거리를 두고 따라가던 기자의 귀에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들려왔다. 융통성 없이 공사차량에 스티커를 발부했다고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요원이 들었을 만큼 크게 말했지만 그냥 못들은 척 넘어가버린다.

"아까 끊었잖아, XX"

길모퉁이에 세워진 외제차에 이동해 줄 것을 부탁하자 다짜고짜 욕설이 날아왔다. 방금 전 과태료 스티커를 받은 차주였다. 단속요원들은 욕설을 듣고 그냥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B씨는 "단속된 차주들이 앙심을 품고 욕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분이 나쁜 것은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욕설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아 힘들다. 가끔 어린 차주들이 욕설을 하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융통성 발휘하지만 형평성 맞춰…휴식시간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이야기 꽃
교통흐름 원활해지는 것 보며 보람…무시당하고 힘들지만 단속은 계속된다

◇오후 3시 30분= 단속요원도 융통성은 있다

"병원을 가야하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요."

차량을 이동시켜달라는 말에 차주가 훌쩍이며 말했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야하는데 주차공간이 없어 인근을 한참을 돌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단속요원들에게 딜레마 같은 상황이다.

차주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주차를 할 수밖에 없지만, 단속요원의 입장에서는 모든 차량을 단속하는데 한 명만 제외시켜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예고장을 붙이고 몇 분 안에 차를 빼줄 것을 요구하고 자리를 옮기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해결한다. 

상가를 찾은 시민들의 차량 또한 문제다. 가게주인들이 밖을 보고 있다가 단속요원들이 차량에 과태료를 발부하려고 하면 나와서 손님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가지역을 단속하던 중 식당에서 손님이 나와 차를 옮기겠다며 시동을 걸었다가 단속요원들이 자리를 옮기자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단속요원 A씨는 "얄밉게 예고장에는 가만있다가 과태료 스티커를 붙이려고 하면 나왔으니 발부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어느 정도는 융통성을 가지고 일한다"고 말했다. 공사 때문에 정차된 차량이나 시장에서 물건을 내리기 위한 차량들은 건드리지 못한다. 소상공인들의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무작정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후 3시50분= 휴식시간 이동에도 계도는 계속

"쉬는 시간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쉬어요. 그런데 하필 공사를 해서 오늘은 시청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1시간 동안 단속활동을 한 후 단속요원이 기자에게 물었다. 고현동 시내에서 시청까지는 20~30분 정도 걸린다. 시청에 도착해서 쉴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다. 휴식하러 시청으로 가는 동안에도 계도활동은 계속된다.

시청에서 휴식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B씨는 "거리가 멀어서 힘들긴 하다. 그런데 이번에 고현시장주차장이 생기는 곳에 요원들이 쉴 수 있는 장소가 생긴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청이 가까워지자 다른 구역을 담당하는 요원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단속요원들의 쉼터는 시청 뒤편의 컨테이너박스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도착해 쉬고 있는 요원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흡사 아주머니들이 찜질방에 놀러온 인상이다. 험한 길거리에서 일하는 단속요원이 아닌 그저 우리의 어머니들과 같은 모습이다.

산에 봄나물 캐러가자는 이야기부터 담금술, 집안일, 아이들 이야기 등 평범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단속요원이 저번에 먹었던 초밥사진을 보여주자 하나같이 모여 작은 화면을 보는 모습이 정답다. 

"오늘은 생각보다 욕 덜먹었어."

커피를 마시며 B씨가 말했다. 일하며 힘든 일을 한명씩 한풀이하듯 늘어놓는다. 형광색조끼를 빨아서 베란다에 걸어두었다가 급하게 치운 이야기부터, 아는 사람들 만날까봐 껄끄럽다는 이야기까지 많은 고충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속요원들은 총 8명, 2인 1조로 4개의 구역을 관리한다. 매일 파트너가 바뀌고 구역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이날 기자가 동행한 구역은 4곳 중 가장 힘든 구역이었다. 단속요원들은 "남자가 같이 다녀서 그런 것이다"며 "평소보다 욕을 하거나 강하게 못나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후 4시30분= 민원인 상대까지 이중고

휴식시간이 끝나자 단속요원들은 일사분란하게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이번에는 반대편 구역으로 따라가 봤다. 골목을 누비며 빠르게 단속을 이어나갔다. 앞 시간과 다를 것 없이 불법주차 단속을 시작했다. 신우성아파트 인근에서 단속도중 갑자기 한시민이 단속요원 C씨와 D씨를 불러 세웠다.

"여기 있는 차들 전부 다 단속하는 거여?"

시민의 질문에 C씨는 일일이 설명하지만 여느 민원인과 다를 것 없이 본인의 주장만 계속 내세우며 단속요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주차할 곳도 없는데 단속만 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민원이었다.

단속요원들은 하루에 4시간 일을 하는 평범한 주부들이다. 민원을 처리할 만큼 자제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하루에 몇 번씩 민원인을 상대하는 상황이 생긴다. C씨가 민원인과 대화를 하는 중 D씨에게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이 민원을 제기 하기 시작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 단속요원들은 인상한번 구길 수 없다. 일하는 동안은 시청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던 민원인이 주변을 의식하며 자리를 옮기자 한숨을 쉬며 하던 일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런 일이 많으냐는 질문에 D씨는 "흔한 일이다. 곤란한 상황을 알기 때문에 설명하기 참 힘들다"고 답했다.

◇오후 5시50분= 고단함 보다는 책임감으로

일을 끝내고 시청으로 복귀하는 길에 C씨는 "단속을 통해서 교통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을 볼 때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많은 수모를 당하고 무시를 당해도 일에 보람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잠시 동안 흩어졌던 단속요원들이 시청에 다시모였다. 이들은 "힘들죠? 따라다닌다고 수고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했다.

정작 힘들어야 할 사람은 단속요원들이다. 이들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 가사를 돌봐야 한다. 하루에 겨우 4시간이지만 쉴 틈 없는 계도와 시민들과의 마찰, 심한 언어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을 봤을 때 어떤 사람들 보다 힘든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얼굴에서 피곤함이나 지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의 모습에는 고단함 보다는 책임감과 즐거움이 엿보였다.

 

거제시는 불법주차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단속요원과 차량을 이용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법주차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 교통행정과 유진석 주무관은 "거제시민들은 소득이 높다보니 자가용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적다"며 "단속요원들이 여성들이다보니 무시를 많이 당하고 수모를 겪는 일이 많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법주차를 삼가 주셔야한다"고 말했다.

주차단속요원들은 거제시의 교통지도에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지독한 욕설과 협박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거제시의 교통을 위해 일하고 가정까지 책임지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슈퍼우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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