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축구가 세계적 흐름에 맞춰 각 리그로 진행되고 천연잔디나 하다못해 인조잔디라도 깔린 구장에서 경기를 진행하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맨땅이 주류를 이뤘다. 아마추어도 그냥 아마추어일 뿐 리그라고 불릴 수 있는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이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속칭 '공거레이'라고 불리는 축구 마니아들이 팀을 만들고 전국 대회에 출전했다. 거제의 축구가 현대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과정도 축구 마니아들의 자발적 노력에서 시작됐다.

거제축구계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은 거제시축구협회 이원준 고문(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이다. 지금 보면 작고 왜소한 체구에 반백을 넘어 흰머리가 덥수룩하지만 70~80년대 청년시절 이원준 고문은 거제축구를 이끄는 리더였다.

그를 중심으로 거제고등학교 윤정업교장을 비롯해 김기수·옥영진·황익식 씨 등이 거제의 축구를 이끌었다. 당시 이 계보의 막내로 있었던 진양민 고문(전 거제시축구협회장)은 주저없이 이들을 거제축구 발전의 기틀을 닦은 원로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당시는 요즘처럼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기 전이라 선수구성이 힘들었지만 이원준 씨를 중심으로 아마추어 팀을 구성해 거제시를 대표해 출전했다"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경남매일신문 사장배 축구대회, 수협장기 대회, 경남도민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거제시를 대표해 축구팀을 구성한 선수 대부분이 순수 아마추어였다. 체계적인 축구기술 지도를 받은 적 없는 비선수 출신이었지만 열정만큼은 축구선수들을 압도했다"고 진양민 고문은 회상했다.

지금은 대부분 환갑을 넘었거나 바라보는 나이에 있는 이들이 거제축구의 중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1세대들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축구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쌓은 토대 위에서 본격적으로 거제축구가 중흥기를 맞게 되는데 대우조선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프로축구가 출범하던 1983년을 전후해 실업축구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은 프로선수로 전향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해 떠났다. 이 당시 실업축구를 떠나 대우조선에 직장을 잡은 선수들이 팀을 구성하면서 거제의 축구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유기홍 감독을 축으로 김정용·최만호·정용우 씨 등으로 구성된 대우조선 축구팀은 거제축구 발전의 전환점이 됐다. 대부분 실업팀이나 당시 부산대우로얄즈 등의 팀에서 활약하던 이들은 뛰어난 개인기로 거제축구 활성화에 촉매제가 됐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본격적인 '족쟁이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우조선 축구팀의 탄생은 얼마 후 거제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옛 장승포시를 중심으로 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당시 신현읍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대항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이들이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임성근 씨와 권현명 씨 등이다. 실업축구팀에서 활약했던 이들은 역시 실업팀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대우조선 축구팀과 함께 거제축구 발전을 이끌었다. 

이후 거제는 양대조선을 비롯해 각종 축구 동아리가 번창하고 엘리트체육의 육성을 위해 학원 축구팀들도 생겨나면서 거제축구의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이처럼 거제축구를 이끌어 온 세대들 대부분이 현재 엘리트축구를 중심으로 하는 거제시축구협회나 사회인 축구를 이끄는 거제시축구연합회(회장 정용우)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축구를 찾는 사람들

지난 2009년 조영제 회장이 물러난 뒤 진양민 전무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2010년까지 회장을 지낸 뒤 2011년부터 김일배 회장이 거제시축구계를 이끌고 있다.

김일배 회장과 함께 50여 명의 거제시축구협회 이사들은 겨울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거제시 축구발전과 관련된 각종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 구성원 대부분은 자신들의 생업을 따로 갖고 있으며 협회 관련 일들은 자발적 참여를 통한 무보수로 하고 있다.

거제시축구협회는 매년 4월께 열리는 '거제시축구협회장기 축구대회'를 비롯해 10월에 열리는 '거제교육장기 초·중등 학생축구대회' '거제시장배 전국 우수 학생 축구스토브리그'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제시민의날 행사가 열릴 때면 축구경기 전체를 진행하고 3~4월께에는 거제시축구협회에 등록된 축구회 회장단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연말에는 '거제시축구인의 밤' 행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각종 행사를 통해 축구협회는 거제축구의 발전을 위한 각 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또 축구협회는 '거제시장배 소년체육대회'에서 축구경기와 각종 축구대회에서 심판을 요청할 경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축구협회에서 심판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협회 이사 및 소속 회원들 중 일부가 심판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대회를 유치하면서 전문 자격증을 갖춘 심판들과 새롭게 바뀐 축구규정에 대해 토론하고 진행방식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특히 거제시축구협회는 경남도민체육대회 일반부 축구경기에 거제시를 대신해 선수들을 발굴해 참가시키고 있으며 초·중·고등부 대교눈높이 주말리그 축구대회 및 각 연맹별 주요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처럼 축구 관련 각종 대회 및 지원을 통해 거제시축구협회는 거제시민들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축구를 통해 건강을 다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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