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겨울철새들 발견
안전하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면 계속 찾아드는 습성 맞춘 관리장치 절실

관광과의 접목 위해 민·관 협력 통한 천혜의 철새도래지 조성 노력 병행해야

'알락해오라기, 기다려온 반가운 녀석인데 갈대숲에서 온전하게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바람은 거칠고…갈대는 흐느낀다. 몇 시간을 꼬박 기다려 녀석을 만난 것이 지난달 19일이다. 11월24일, 같은 장소에서 참수리·흰꼬리수리를 발견했다.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다시 또 찾아 왔다. 이번 겨울을 앞두고 처음 목격했다. 14마리 정도다. 천연기념물인 조류가 며칠째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아직 지난 겨울에 찾아왔던 재두루미는 보이지 않는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만큼 딱 그만큼의 고집을 가진 거제에코투어 김영춘 대표. 불혹을 넘겼으면 새로운 것에 대해 자중할 법도 한데 녀석들만 대하면 흥분하기 일쑤다. 환경단체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관찰하기 시작한 새(鳥).

20년 넘는 세월을 지켜봐 왔으면 무덤덤할 때도 됐지만 해마다 찾아드는 각종 새들은 그를 흥분시킨다. 그래서 그는 카메라 셔터에 녀석들을 담기 위해 몇 시간의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인기척이 나면 자리를 떠버리는 녀석들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갈대숲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녀석들을 카메라속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몇 시간을 자동차 속에서 숨죽인 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이 오히려 그에겐 즐거움이다.

▲ 재두루미

산촌습지를 찾는 사람들

경제적 풍요를 위해 개발지상주의에 점착(粘着)된 세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웰빙(Well-being)이 급격히 대두됐다. 웰빙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에 방점을 두는 사람들과 보존을 주장하는 웰빙족의 혼재는 정책방향을 표류하게 만들고 있다.

거제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제시의 모토처럼 돼버린 '조선해양관광도시 거제'는 그러한 개발과 보존이 혼재하는 이름이다. 조선해양을 위해 끝없이 매립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한편으로 관광산업을 위해 자연자원의 활용도를 고민하고 있다.

관광산업적 측면에서도 보존보다는 파괴가 주를 이루는 것이 거제시의 정책이지만 일부 민간에서 관광산업적 측면에서 보존에 집중하는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산촌습지다. 매립에 따른 환경단체와의 분쟁으로 일부는 농지가 조성되고 일부는 습지로 방치되면서 철새들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 되면서 사람들의 방해를 거부하는 철새들이 쉼 없이 찾아들고 있다.

계절에 따라 찾아드는 각종 철새들은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에 이동할 장소를 향해 떠나는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 계절에 맞춰 찾아드는 철새를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일부 시민들이 산촌습지를 찾아들고 있다. 알음알음 학교나 청소년 관련 단체들은 자연생태학습의 장으로 산촌습지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서서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겨울철새를 보기 위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녕의 주남저수지나 순천만을 찾던 시민들 중 일부가 산촌습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산촌습지를 찾는 새들

거제에서 철새들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거제에코투어 김영춘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많은 곳이 대상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가 꼽은 곳은 몇 곳이 되지 않았다.

그가 추천한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는 산촌습지였다. 이외에도 거제면하수종말처리장이 있는 황사날 부근과 연초천 등을 거론했다. 연초면의 이목댐 상류부근에도 이전에 황새가 찾아드는 등 철새들의 쉼터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찾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목면 송진포마을 재방 뒤에 있는 습지에도 일부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으며 둔덕면 방답습지에도 이전에는 찾아들었지만 새우양식이 진행된 이후에는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산촌습지를 제외한 다른 지역 대부분은 찾아드는 철새의 종류도 많지 않고 개체수도 적다고 밝혔다. 따라서 철새를 관찰하려면 산촌습지가 최적지라는 것.

산촌습지에 찾아드는 철새는 계절에 따라 틀리지만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 본래 철새였지만 산촌습지에 정착해 텃새화 돼버린 경우도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특히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에 찾아드는 철새들이 종류와 개체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 찾아드는 겨울철새들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중백로 △대백로 △뿔논병아리 △논병아리 △아비 △쇠물닭 △물닭 △도요새 △삑삑도요 △알락해오라기 △홍머리 오리 △독수리 종류 등이다.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겨울철새들이 찾는다.

특히 산촌습지를 찾는 겨울철새들 중 주목해야 할 종류는 재두루미,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촌습지를 찾은 노랑부리저어새는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돼 있으며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철새다.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국내에서는 충남 서산의 천수만이나 경남 창녕의 우포늪, 경기 시화호 등에서 월동하고 있다.

산촌습지에서 발견된 노랑부리저어새는 1마리에 불과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찾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한 번 찾은 장소가 월동하기에 적절할 경우 매년 찾아올 가능성이 높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찾게 돼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방문했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김 대표가 기다리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김영춘 대표는 "겨울철에 거제시가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그나마 철새를 보고싶어 하는 시민들은 주남저수지나 우포늪, 순천만 등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나마 환경연합에서 산촌습지 매립에 반대해 일부가 남아있어 철새들이 철마다 찾아들고 있다"면서 "이곳에는 철마다 10종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들기 때문에 생태조류관을 만들면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들이 찾아들게 하려면

산촌습지를 철새들이 마음껏 찾아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관광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 있다.

김영춘 대표가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산촌습지 주변의 쓰레기 무단투기 및 불법소각이다. 마을주민 일부가 이 지역에서 쓰레기 불법소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말에 이 지역 주변 개활지를 찾아 RC(Radio-controlled) 자동차나 헬리콥터 등을 하는 동호회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쓰레기 무단투기를 일삼는 경우가 많고 모터엔진을 단 RC 제품들의 소음으로 인해 철새들이 휴식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

세 번째는 수시로 드나드는 차량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관문을 설치해 차량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차량의 엔진소리와 함께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을 방문객들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한 다음 산촌습지 주변의 지주들 및 시민들의 협조가 더해지면 천혜의 철새도래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촌습지 주변의 경작지들이 순천만처럼 겨울이 되더라도 논을 갈아엎지 않고 그대로 두면 철새들이 먹이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리 종류의 철새들은 논에서 볍씨나 벼뿌리, 풀 등을 먹이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논에 물을 채워두면 휴식과 먹이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김 대표는 "철새들은 안전하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면 계속 찾게 된다"면서 "일본에 전 세계 재두루미의 80%가 찾는 이유는 지자체에서 먹이를 주고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호해주기 때문이다"고 예를 들었다.

고성군에 독수리들이 찾아드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성 철성고등학교 교사 이덕성 씨가 독수리들이 날아들 수 있도록 먹이를 계속 주기 때문에 찾아들고 있으며 이 중 일부가 거제까지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철새들이 마음 놓고 찾아들게 하기 위한 마지막 장치는 행정의 적극적인 동참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3년전쯤 산촌습지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제시에 요청해 현수막을 걸고 차량통제가 일부 진행됐지만 흐지부지하고 말았다는 것. 그는 "거제시가 이 지역을 철새도래지로 만드는데 대해 적극적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시에 몇 번을 요청했지만 생색내기만 하고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거제시의 적극적 동참과 안전장치의 확보, 철새들을 멀리서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探鳥臺)' 설치 등이 이뤄진다면 산촌습지는 천혜의 철새도래지로 재탄생해 거제관광의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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