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학교 외포초등

한때 전교생 수 40명에 불과해 분교장 개편 행정예고
학교·동문·지역민의 노력으로 올해 학생수 80명으로 증가

지난달 29일, 거제대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외포항이 모처럼 활기로 가득 찼다. 외포항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외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외포한마음 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재학생과 지역민·동문·학부모가 함께한 이날 축제는 학생들의 열기와 주민들의 함성으로 늦가을 밤을 수놓았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야외특설무대에서는 학생들이 준비한 각종 공연이 펼쳐졌고 교실과 급식소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축제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5시께. 급식소에서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들을 음식으로 내놨다. 저녁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호박죽과 고구마로 배를 채운 주민들의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퍼졌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따뜻하고 달콤한 호박죽은 언 몸을 녹여주며 기분 좋은 포만감까지 선사했다. 음식을 다 먹은 주민들은 급식소 한쪽에 마련된 학생들의 전시작품을 구경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가자 학부모들과 내빈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마을 축제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화기애애한 학부모들의 모습과는 달리 공연을 준비하는 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점검에 한창이었다. 단어 한마디, 동작 하나까지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에 각 교실은 긴장감과 뜨거운 열기가 공존했다. 첫 번째 야외 공연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학생들의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였다.     

공연 시작 30분 전.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가 하나둘씩 사람들로 채워졌다. 가족들과 함께 학교를 찾은 어린 아이들은 추위에도 아랑 곳 없이 운동장을 뛰어 다녔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더해갔다.

오후 7시.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올랐다. 외포초등학교를 대표하는 모듬북 동아리의 힘찬 북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지며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재학생들의 다양한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재학생과 동문, 학부형과 지역민이 함께한 축제의 무대는 가을 밤하늘을 기쁨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우며 기분 좋은 설레임을 선사했다. 80여명의 재학생과 자리를 함께한 동문들은 외포초등학교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됐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도 처음 맞이한 야외공연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자녀 3명이 모두 외포초교를 졸업했고 자신도 33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외포마을 최정신 할머니는 "손자들과 같은 재학생들의 재롱을 보니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면서 "오늘의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더욱 발전해 외포초등학교가 지역 교육의 모태로 든든하게 자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1935년 3월, 장목초등학교 부설 외포간이학교로 설립된 외포초등학교(교장 김수생)는 1943년 4월1일 당시 외포국민학교로 승격해 개교했다. 80여 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봉조 전 국회의원 등이 대표적인 졸업생들이다. 지난해 2월 열린 제65회 졸업장 수여식까지 외포초교가 배출한 졸업생 수는 32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급격한 재학생 수의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대두되면서 폐교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었다.

지난달 29일 외포한마음 축제 개최하며 새로운 도약 예고
맞춤형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부모 마음 사로잡아

특히 2011년 3월에는 전체 학생수가 40명으로 줄어들어 분교장 개편을 위한 행정예고가 있었다.

학교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곧바로 학교 측과 학부모, 동문들 간 논의가 이어졌다. 결국 분교장 개편을 반대하며 올해 말까지 전교생 수가 61명이 되지 않으면 폐교하기로 결정이 났다.

이 때부터였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추진됐다. 학생 수가 적어 폐교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동문과 학부모, 지역민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2011년 9월 외포초등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가 발족돼 본격적인 학교 살리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개교 77주년을 맞아 학교 살리기 기금을 조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1일 기준 학생수가 50명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폐교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부족한 숫자였다. 특히 올해 입학예정자가 1명에 불과해 큰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과 동문회 등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5인승 통학버스 3대를 마련해 옥포지역 학생들의 전학을 유도하고, 학교의 중점교육 활동 등을 알리기에 주력했다.

결과는 좋았다. 지난 3월 학생수가 74명으로 늘어났고, 10월 현재 전교생이 80명에 이르게 됐다. 내년에는 전체 학생 수가 9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외포초등학교의 약진은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비전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위한 다양한 학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교직원 역량 강화, 정리공책을 통한 탐구학습 및 표현력 신장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영어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해 영어 인증제 시행, 방학 중 영어마을 집중캠프 참가, 방과 후 학교 수준별 영어프로그램 운영 등을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관현악·모둠북·방과후 학교를 통한 1인1악기 다루기 운동, 전교생 나의 꿈 발표회 참여 등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학력향상 지역 중심학교 도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습 부진학생 선별 및 학습수준 진단, 학생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교원 역량 강화, 학부모 연수 및 상담을 통한 협력방안 구축, 지역사회 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학습부진 예방지도 및 조기지도, 학생 맞춤형 교육실시, 방학 중 학습 결손 방지 및 학습 연속성 유지 등으로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 기초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각종 교육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정리공책을 활용한 가정 연계 프로그램 적용, 학습활동이력관리 프로그램 활용 등 기초학력 정착 프로그램 운영으로 공교육 내실화 및 교육 양극화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한 때 많은 아이들이 도회지로 빠져 나가 쓸쓸했던 외포초등학교는 현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정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외포항 바다만큼 풍요롭고 아늑한 학생들의 배움터. 대금산 진달래처럼 아름다운 학교. 장목면 외포초등학교에 가면 학생들의 꿈이 하나, 둘 영글어가는 사랑스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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