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면 옥산 금성에서 바라본 석양

거제시가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경치를 선정해 거제팔경(巨濟八景)을 자랑하고 있지만 원조는 거제면에 전해져 오는 기성팔경(岐城八景)이다.

조선시대 귀양 온 선비들이나 관료들이 거제면에 거주하면서 정한 것인데 黃砂落雁(황사낙안)·竹林捿鳳(죽림서봉)·水晶暮鍾(수정모종)·烏岩落照(오암낙조)·燕津歸帆(연진귀범)·內浦漁火(내포어화)·五松起雲(오송기운)·角山夜雨(각산야우) 등이다.

이 팔경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지금도 그 멋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수정모종·오암낙조·황사낙안·각산야우 등일 것이다. 이번 거제면 관람에서는 이 네 가지 경치에 맞춰 일정을 잡아보면 조금이나마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오전을 전통장과 행사장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계획하고 오후에 거제면 5개 마을 쪽으로 들어섰으면 오전에 농업개발원으로 가던 것처럼 이번에는 황사낙안으로 유명한 죽림둑을 걸어서 죽림해수욕장으로 가보자.

죽림둑의 건설로 인해 붉은 모래가 아름다웠다던 황사날은 사라지고 없지만 둑길을 걷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내간둑길이 포장된 반면 죽림둑길은 흙길이라 옛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둑길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조금은 쓸쓸해졌을 해수욕장 모래톱을 거닐다 보면 이전에 갖지 못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발길을 다시 돌려 마을로 들어서면 거제기성관, 거제질청, 거제향교 등 전통미 넘치는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 건물들은 예전 거제의 영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각의 건물을 찾아가다 보면 다른 지역보다 더 잘 발달된 거제면의 골목길들을 만날 수 있는데 7080세대를 살아 온 사람들에겐 추억을 떠올리는 아늑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거제향교에서 조금만 가면 거제초등학교 뒤편에 작은 동산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겐 학교동산으로 불리는 곳인데 거대한 소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거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곰솔과는 종류가 다른 홍송이 자라고 있다.  이 지역 주변을 거닐다 슬슬 해가 지려고 할 때 학교동산 뒤에 있는 수정봉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거제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수정모종과 함께 오암낙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정봉과 맞은 편 송곡마을 뒷산에 있는 오암(옷바우) 위로 지는 해는 거제면의 진면목이 해넘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해넘이를 구경하고 나서 세진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해 내려오다 보면 세진암 바로 옆에 있는 반곡서원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각산 선착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면 거제섬꽃축제와 함께한 거제면 관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각산 선착장은 원래 거제팔경 중 각산야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각산이 허물어지고 없어져 안타깝지만 각산 선착장의 가로등 불빛을 벗삼아 밤바다를 구경하는 운치가 있다. 운이 좋으면 가을을 지나는 때가 되면 꼭 나타나는 어떤 로맨티스트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밤 각산선착장을 찾아 색소폰 연주를 하는 그가 나타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과 어우러진 색소폰 소리가 가을밤의 운치를 더할 것이다. 또 운이 좋다면 야간 사냥에 나선 수달의 헤엄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4~5년 전부터 영역을 구축한 수달이 매일 밤마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각산 선착장을 중심으로 한 거제만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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