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도 맛좋은 한라봉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 감귤부에서 교배해 만든 감귤의 일종인 한라봉. 귤보다 크고 달며 오렌지 보다는 껍질이 유하고 시큼함이 덜하다.

귤과 오렌지 보다 비타민이 많아 눈 건강이나 빈혈에 좋으며 감기예방에도 탁월하다고 알려져 명절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이 맛좋은 한라봉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을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이 제주도를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한라봉의 숨겨진 또 다른 고향은 거제라는 사실.

16년 째 거제에서 한라봉 재배를 하고 있다는 정일석 씨의 꿈은 한라봉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직접 한라봉을 재배해보기도 하고 전문적인 단지를 만들어 거제 한라봉을 알리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거제는 기후·토질적으로 봤을 때 한라봉이 자랄 수 있는 최적지"라며 운을 뗐다.

오히려 한라봉이 유명한 제주보다 맑은 날씨가 60일 정도 많아 더 좋은 과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라봉은 300g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제 한라봉은 300g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많다. 그 이유는 그래도 맛있는 과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 큼직하면서 맛도 좋은 한라봉을 만들어 내는 비결은 그들의 노하우에 있다.

정 씨가 운영하는 한라봉 농가는 열매를 맺기 전에 피는 꽃들을 미연에 잘라내는 적화작업을 한다. 꽃을 보면 열매가 얼마나 잘 열리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열매가 되지 못할 꽃들은 잘라내고 더 좋은 열매들에게 영양분을 양보하게 만들어 소수의 열매로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열매가 익기 전 초록색을 띠고 있을 무렵에도 열매의 성장을 가늠해 더 자랄 수 있는 꼭지가 울퉁불퉁한 열매를 위해 그렇지 않은 열매를 잘라내는 적과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대부분 농가들은 많은 수확을 거두기 위해 한 나무에 100여 개 이상의 한라봉을 맺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적게 열매를 맺는 것이 오히려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한 나무당 90여 개를 만들어 내고, 좋은 품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라봉이 자라기 가장 좋은 온도는 사람이 가장 알맞다고 느끼는 온도와 같다. 정 씨는 "25도에서 30도 사이의 온도가 한라봉이 자라기 가장 좋은 온도인데 올해 여름은 매일 30도를 웃도는 기온으로 한라봉이 많이 크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추운 겨울이 돼 초록색 열매가 먹음직스러운 주황빛 열매로 바뀌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수확에 나선다. 수확 방법에도 정석농원만의 비법이라면 한꺼번에 다량의 열매를 따지 않고, 가장 잘 익은 나무 위의 한라봉부터 수확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장 좋은 품질의 한라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수확된 열매는 90%가 인터넷 주문 혹은 전화주문으로 판매된다. 10% 가량은 장평동 디큐브백화점으로 납품되기도 한다.

과일이 차갑지 않아도 달달함이 느껴질 만큼 맛이 좋고, 새콤한 향기와 모양도 이목을 끌기 충분하지만 거제 한라봉이 비교적 알려지지 못했던 이유로 정 씨는 '전문인력 부재'를 꼽았다.

똑같은 시기에 심고 재배를 하고 있지만 제주는 한라봉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박사가 있는 반면 경남에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전문박사가 없다는 것. 그렇다보니 경남 등지에서 한라봉 재배를 하는 농민들은 전문지식없이 무작위로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고, 유통 경로조차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의 바람이 있다면 "우리 경남도에도 전문박사를 배치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한라봉 수확으로 거제 한라봉을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훔쳐오고 싶은 맛, 거제유자"

몸이 으슬으슬, 기침은 콜록콜록. 달달한 유자차 한잔이면 굳었던 몸이 스르르 풀린다. 단맛에 한번 기분 좋고, 사각사각 씹히는 감촉도 일품이라 누구나 가리지 않고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생으로 먹기보다 즙이나 차, 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더욱 익숙해져 있는 유자. 비타민C의 함유량이 높아 감기·신경통·풍에도 좋으며 암이나 류머티스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거제에서 유자의 효능이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거제' 하면 유자를 바로 특산물로 떠올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익히 명성이 자자하다. 뿐만아니라 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어 유자시장에서는 한국의 대표적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거제농산물수출영농조합법인에서는 지난해 거제 유자즙을 일본·중국·스위스에 5.5톤, 유자청(차)은 중국·스위스에 118톤을 수출했으며 올해는 일본·독일·스위스 등에 유자즙 20톤, 유자청은 중국에 70톤, 일본·홍콩에 70톤가량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지역 내 농협이나 지역 마트 곳곳에서 유자청이나 즙, 껍질로 판매되고 있지만 일부 관광지에서는 거제 유자가 첨가된 '유자빵'으로도 만날 수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훔쳐오고 싶은 거제의 맛'으로 꼽을 만큼 향이 좋은 거제 유자가 고소한 빵과 결합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유자빵을 맛보기 위해 거제를 찾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재배되는 유자는 하청, 사등, 거제면 산달도 등에서 재배된다. 1월이 되면 출하가 시작되기 때문에 3월 상순부터는 종자파종이 이뤄진다. 초봄에 가지치기를 시작해 5월에 꽃이 피면 그 달 말부터 10월 수확 때까지는 매달 방제작업을 실시한다.

방제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여름철에는 초록색의 유자열매들이 노랗게 익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느 작물과 같이 유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온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30도 이상의 무더운 여름이 오랜기간 지속되면 유자의 성장이 무뎌지기도 한다.

과수의 번식방법에는 실생번식과 영양번식이 이용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영양번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양번식은 모체에서 분리한 영양기관을 번식에 이용하는 방법으로서 어미 나무의 형질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원리 덕분에 품종의 특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거제 유자의 고유의 맛과 향을 오래도록 지속 시킬 수 있다는 점이 거제 유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큰 요인이다.

거제는 다른 지역보다 유자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겨울철 눈이 많이 오지도 않고 건조함도 덜하며 일조량도 풍부해 적은 노력으로도 품질 좋고 향이 훨씬 뛰어난 유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등면에서 20년간 유자농장을 운영한 김연석 씨는 "친환경으로 비싼 농자재를 이용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고 수출에 있어서도 단가가 정해져 있다보니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많다"며 "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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