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둔덕포도를 빼놓고 말하면 섭하지"

보라색 껍질 속으로 녹색의 알맹이를 머금은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맺히는 여름.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송이에 촘촘히 달린 포도알을 한 알 한 알 떼어 먹으면 달콤한 과즙이 입 안에서 맴돌아 더위에 지쳤던 몸이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이면 해수욕장만큼 바빠지는 곳이 또한 포도농장이다. 쉽게 맛볼 수 있고, 먹는데도 번거롭지 않을 뿐만아니라 껍질·씨 조차도 당뇨·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원기회복' 과일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거제 둔덕면에 가면 한창 수확을 기다리는 거제의 거봉포도들을 만날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둔덕 포도'만을 먹기 위해서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을 정도로 알도 꽉 차고, 당도도 높으며 향도 뛰어나다.

거제를 찾은 피서객들 조차 피서를 왔다가 둔덕 포도의 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런 맛있는 포도를 만들기 위해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이면 매일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포도를 관리하고 수확하는 임달명 씨 부부를 만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그 때도 후덥지근한 비닐하우스와 땡볕이 드는 노지를 오가며 포도재배에 여념이 없었다.

둔덕포도의 특징은 '거봉'과 '포도'의 장점을 골고루 섞었다는 데 있다. 풍성한 송이에 촘촘히 큼직한 알이 달려 있는데 껍질이 얇고 씨가 없으며 속알은 토실토실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 달콤함은 말할 것도 없다.

알차고 신선한 포도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영양제 투여나 정기적인 물주기는 물론 항상 곁을 지키며 포도의 성장을 방해하는 순을 쳐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봄이나 가을에 보통 포도 모종을 심지만 포도는 한 번 심어두면 10년 가까이 매년 열매를 맺기 때문에 매년 모종심기 작업은 거치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대신 포도라는 과일의 특성상 한알 한알이 모여 한 송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단 한 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부인 곽성연 씨 역시 포도재배에 가장 힘든 것이 "매달린 송이 아래로 무너져 내려오는 포도알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익는 속도가 다른 포도알이 중간에 익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면 송이의 가지가 축축 쳐지는 성질 때문에 값어치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도알들을 솎아 낼 때마다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것 마냥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와 노지재배가 있지만 노지에서 자라는 포도가 더 촘촘하고 알차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재배를 선택하는 이유는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포도는 온도 조절이 자유로운 덕분에 빨리 익어 재배를 서두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비닐하우스가 더 세밀한 기술을 요해 어려운 편이다.

노지 재배는 보통 추석 때까지 재배 및 수확돼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 편이다. 올해는 거제에 비가 많이 오지 않고 무더운데다 이른 추석으로 노지에서 재배하는 포도들이 빨리 익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판매는 3kg와 5kg 포장으로 팔려나간다. 대부분 5kg 포장이 많이 팔려나가는데 가격은 3만5000원대. 가격은 시기에 따라 변동되기도 한다. 포도농장에 직접 방문하면 금방 나무에서 딴 포도를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이 얹혀진 포도까지 덤으로 만날 수 있다. 

"조상이 남겨준 최고의  선물을 지켜내겠습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드넓은 대나무밭 사이로 갈색의 작은 죽순이 솟아나 있다. 땅을 박차고 솟아나 단단한 밑동으로 버티고 선 죽순이 바로 거제 특산물 중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맹종죽이다. 흔히 죽순·대나무 하면 전라남도 담양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맹종죽 생산량의 70%는 거제 맹종죽이라는 점은 알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다.

거제 맹종죽은 소남 신용우 선생에 의해 1926년 그 역사가 시작됐다. 처음 맹종죽이 시작되고 나날이 규모가 커져 30여 년 전부터 맹종죽은 거제 최고의 고소득 작물이 됐다.

하청면에서 20년 전부터 맹종죽 재배를 해온 옥무근 씨도 "처음 죽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소득 작물로서 최고의 가치를 올리던 맹종죽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거제 맹종죽은 4~5월쯤에 생산된다. 담양보다 2달 정도 빨리 재배돼 5월에 열리는 담양대나무축제의 죽순 대부분이 거제 맹종죽이라고 한다. 죽순은 대나무 분을 떠서 심어 3년 동안의 비배관리(토지를 기름지게 하여 식물을 가꿈)를 거치는데 그 때부터 점점 땅을 박차고 솟아난다.

제각기 다른 크기를 가졌지만 큰 맹종죽의 경우 60cm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기도 한다고. 이렇게 수확하는 맹종죽만 해도 20톤에서 40톤 가량이 된다. 껍질을 벗겨내 5~6월 경부터 판매를 시작하게 되면 때를 기다린 손님들의 전화주문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철 재배의 특성 때문에 제 때 팔리지 못한 죽순은 밀봉포장해 냉장보관되며 소비자가 주문할 때마다 택배로 보내진다.

나머지 일부분은 '섬미리내체험마을'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맹종죽을 가까이에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죽순요리 가게를 운영하며 다양한 죽순 요리로 선보인다.

죽순은 날 것으로 먹기보다 요리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식이섬유, 섬유질이 풍부해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중풍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적격인 식품 중 하나.

그러나 이런 성공 뒤에 그의 숨겨진 어려움과 노력도 많았다고 한다. "맹종죽을 시작할 즈음부터 거제 맹종죽을 위협하는 중국산 죽순이 '우후죽순'으로 몰려들어 오면서 거제 맹종죽이 자리를 잃어갔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또한 맹종죽 농가가 점차 고령화 되면서 거제 대밭의 일손이 부족해지고 따라서 관리도 소홀해지면서 담양에게까지 그 유명세를 내주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그런 맹종죽의 위상을 되찾고자 그는 새벽시장을 다니며 맹종죽을 알리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러한 맹종죽 농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거제시는 올해 5월 하청면 소재에 맹종죽 테마파크를 정식 개장하며 거제 맹종죽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도 쭉 맹종죽을 키우며 맹종죽이 거제 제일의 특산품을 넘어 전국에서 이름난 맹종죽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맹종죽 테마파크도 체계적으로 운영돼 거제의 휴양지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맹종죽 농가의 고령화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젊은 사람들이 거제 맹종죽의 대를 이어가야 함에도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은데 오랜 역사를 간직하는 거제의 대표 작물인 맹종죽의 명성을 이어가는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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