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피해 눈덩이로 불어 지난 9일 기준 경남도내 합계 148억원…1840만 마리 어류 폐사
해수부·경남도·거제시 등 대책수립 및 현장방문 등 방제 집중에도 불구 세력 확장 계속

적조로 인한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확산속도도 예년과 달리 훨씬 빠르다. 연안에 접한 지자체들은 모두가 적조로 인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최초의 적조 피해자가 발생한 거제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적조는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른 7월17일경 발생했으며 동해안으로 북상하는데 1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동해안으로의 북상은 예년의 경우 2주 이상 걸렸지만 올해는 확산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예년보다 2주 정도 일찍 찾아온 적조가 앞으로도 한 달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산과학원은 올 적조가 지난 2003년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해 남해안 적조는 동해안으로 확산돼 62일간 지속됐으며 해상 가두리와 육상양식장 등의 어류가 집단폐사해 2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올해 발생한 적조로 인해 지금까지 경남 남해안에서만 발생한 양식어류 폐사 피해액이 모두 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 2003년 피해액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온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적조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거제 연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적조 피해가 처음 발생한 뒤 지금까지 모두 1840만 마리의 어류가 폐사했다고 경남도는 밝혔다. 폐사한 어종은 넙치, 쥐치, 우럭, 참돔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경남도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적조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선박 672척과 장비 66대를 동원해 적조 발생 해역에 2950t의 황토를 뿌리기로 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적조가 해상가두리와 육상 양식장까지 덮쳐 148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새로운 패턴의 적조 출현인가?

올해 적조가 처음 발생한 시기는 예년에 비해 2주 정도 빠르다. 보통 7월말이나 8월초에 발생하는 적조는 20도 이상의 적정 수온이 유지돼야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적조는 냉수대에서도 활동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7월 중순경 처음 적조가 발생했을 때 17~18도의 수온에서도 적조가 발생했다.

당시 거제를 비롯해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서는 유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적조주의보 기준치(㎖당 300개체)를 초과해 최고 4000개체까지 발견됐다.

또 이러한 고밀도 적조는 빠른 속도로 주변지역에 확산됐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저수온과 냉수대가 형성되고 일부지역에서는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고수온이 발생하는 등 해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지만 적조는 수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저온에서도 활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적조발생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어민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난해 일본에서도 발생했다"며 "저온에서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겼거나 새로운 종류의 적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이번에 발생한 적조가 예년에 발생했던 적조와 달리 저수온에서 활동하고 기존 적조띠가 수심 5m까지 분포했던 반면 이번 적조는 10m까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온이 떨어져 활동성이 떨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활동성이 강하고 수온이 낮아지는 야간에도 활동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다른 주장은 이번 적조가 외양성 적조이기 때문에 저수온에서도 활동성이 강하고 확산속도도 빠르다는 것.

(사)거제어류양식협회 박태일 이사는 "거제의 각 수계별로 저수온이 형성되는데도 적조가 발생하는 등 패턴이 다른 적조가 발생하는 이유는 이 적조가 외양성 적조이기 때문"이라면서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남부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고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등 외양성 적조가 발생하기 유리한 저수온 고염분의 조건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외양성 적조는 지난 1995년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부근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인 '씨프린스호' 사건 발생 직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적조는 기존 적조와 달리 저수온 고염분에서 활동하며 지난 2008년에도 발생했다가 5년만인 올해 다시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남해안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평년보다 일조시간과 일사량이 늘어 코클로디니움의 증식에 적합한 고수온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해류를 타고 빠르게 연안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어나는 적조 피해

지난 9일을 기준으로 경남 남해안에서 적조로 발생한 양식어류 폐사 피해액은 모두 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 거제 연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적조 피해가 처음 발생한 뒤 지금까지 모두 1840만 마리가 폐사했다.

거제에서 처음 발생한 적조 피해로 38만여 마리의 어류가 폐사했으며 피해금액은 거제시 집계 3억4000여 만원이지만 실제로는 2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피해 양식장은 남부면 소재 양식장이며 이후에도 일운면 구조라 수계의 어장들과 둔덕면 수계에 위치한 어장들도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9일 하루에만 거제·통영·고성연안 등에서 53만여 마리가 폐사해 5억27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폐사어종은 주로 이 지역에서 많이 양식되고 있는 넙치 쥐치 우럭 참돔 등이었다.

거제시의 양식어가들은 양식장을 한 곳에 모아 매일 황토를 뿌리는 등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적조의 기세가 워낙 강해 계속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9월 이후까지 한달 이상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통영 산양해역에 ㎖당 6600∼7500개체, 거제해역과 동부해역에 ㎖당 2380∼1만8320개체의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각각 분포해 있다.

▲김한표 의원이 적조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양식 어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남부면과 둔덕면을 찾았다.

휴가도 반납하고 적조 현장으로

지난달 18일 통영 산양해역에 적조주의보가 발령되고 22일 도내 전 지역으로 적조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24일 '적조대책위원회(위원장 윤한홍·경남도행정부지사)'가 개최됐다. 이날 적조대책위원회는 통영 산양 해역의 적조발생 현장을 윤한홍 위원장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꾸려진 적조대책위원회는 윤 부지사를 위원장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기술사업소, 지방환경관리청, 통영해양경찰서장, 통영·거제·남해수협장, 대학교수, 어업인 등 각계 전문가 14명의 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위원회는 적조피해 예방을 위한 기관별 협조사항과 예방대책 등 관련 사항들을 논의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또 적조방제를 위한 국고지원과 연구개발을 위해 국가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 적조전담조직을 부활시켜 다양한 방제기법 연구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지난달 28일 통영 오비도와 곤리, 거제 둔덕의 양식어장을 방문해 실의에 빠져있는 어업인들을 위로하고 복구 및 추가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제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홍 도지사는 적조방제를 위해 예비비 4억원(도비 2억원, 시·군비 2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부족분은 국비와 특별교부세 지원을 중앙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8일에는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방제작업을 진행중인 통영 산양과 한산해역, 거제 저구와 둔덕해역의 적조 방제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어업인 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통영 곤리도 지역을 방문해 적조방제 상황을 둘러보고 피해어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데 이어 경남도에서 건의한 국비 20억원 지원요청에 대해 적극 지원의사를 밝혔다.

거제지역 적조피해 현장을 살피기 위해 지난달 25일에는 권민호 거제시장이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선기·김창규 도의원과 함께 남부면 저구해안의 적조 방제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또 김한표 국회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적조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부면과 둔덕면 일대 현장을 살피고 피해 어민들을 위로하며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김 의원은 둔덕면 호곡리 앞 해역의 방제작업 현장과 피해 양식장 등을 둘러보고 양식어류 폐사체 처리와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한표 의원은 "적조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적조방제 작업은 물론 폐사어의 신속한 처리로 추가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경남도·거제시가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적조피해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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