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2동 주공아파트 앞 「수라간 한상궁」
요리는 수학과 같다…한상궁의 계산법과 규칙으로 100여 가지 반찬 만들어

'싱글 라이프'. 대세가 된 싱글족들을 겨냥해 생활용품과 가구, 주택, 식당 등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거제의 싱글족들을 위해 일류 요리사가 혜성처럼 등장했으니 바로 옥포 2동 주공APT 앞에 위치한 '수라간 한상궁(대표 한지연)'이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지만 제 아무리 좋은 재료도 비율과 양이 맞지 않으면 싱겁거나 짠 음식이 되기 십상이다.

"간을 혀로 본다면 요리사의 몸 상태에 따라 항상 맛이 달라져 버린다"며 한 번도 간을 직접 본 적이 없다는 한지연 대표. 기계적인 비율이나 계량이 아닌 한 대표만의 계산을 통해 요리가 만들어진다.

"요리는 수학과 같다"는 게 그의 지론. 맛을 위한 한 상궁 나름의 계산법과 규칙이 있다.

퇴근시간, 가게 안은 유달리 혼자 사는 싱글족 남성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형형색색 맛깔스러운 반찬들 앞에 서서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지난 2003년에 개업해 10년간 100여 가지의 반찬을 만들고 있는 이 가게는 싱글족 뿐만 아니라 요리가 서툰 주부들의 밥상까지 책임지고 있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 남편 몰래 종종 반찬을 사러오다 들켜 혼이 났다는 한 손님이 있었는데, 처음 바깥 음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반대하던 아저씨가 이제는 우리 반찬만은 믿고 먹을 수 있다며 직접 사러 오신다"며 미소짓는 한 대표.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 것은 물론 장까지 직접 담그기 때문에 가게 뒤편에는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국 또한 소금 간을 하지 않고 발효된 장류로 간을 맞춘다고.

평소 가게는 낮 12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30분까지 영업한다. 주 5일 영업에 주말이면 시외로 재료를 구매하러 간다.

신선한 야채들은 옥포 중앙시장에서, 시외의 산지에서는 곡물이나 늙은 호박 등을, 통영이나 부산 자갈치에서는 축산물과 어패류를 구입한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구입해 요리의 맛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찬들은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요일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토·일요일에 가족들의 외식이 잦은 것을 고려해 월요일은 깔끔한 음식이나 청국장·육개장을 주로 만든다.

화요일은 시락국과 같이 부드러운 음식을, 금요일은 손님을 초대하는 집이 많아 갈비찜이나 잡채와 같은 행사음식을 주로 만든다.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이나 추어탕 같은 보양식을 주로 만들며 늦가을이나 봄에는 늙은 호박죽과 같이 제철 음식을 만드는 편이다.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 화창한 날에는 쌈 종류를 만든다. 김치 종류 또한 계절마다 다양하다.

고객의 90%가 단골이다 보니 이제는 손님들의 식성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메뉴를 권한다.

이처럼 지금은 반찬가게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지만 그의 시작은 초라했다고. 요리를 좋아해 이웃들과 나누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시작한 반찬 가게.

개업 당시에는 '오이소박이' 한 가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서툰 시작이었지만 가게를 개업하기 위해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요리자격증을 취득하는 열정이 오늘의 한 대표를 만들었을 것이다.

'수라간 한상궁'만의 특징이 있다면, 결혼 이바지 음식이나, 제사음식 또한 해준다는 것. 이 많은 음식들이 남으면 어떻게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푸드뱅크에 음식을 기부한다"며 "부끄러우니 이 부분은 빼달라"고 말했다.

거창하게가 아닌 소박하게 글을 적어달라는 말을 들으니, 요리의 비법이 그녀의 따뜻한 인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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