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를 소개합니다

전교생 18명 3개 학급에 불과하지만 개별학습의 긍정적 효과로 개인 역량은 월등
바이올린·수영 등 특별수업 통해 적성 강화에 힘쓰고 전교생 모두 형제이자 친구

"탕! 와아아~ 달려라 달려."

바닷바람 소리만 머물던 조용한 어촌마을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가득했다. 푸른빛 바다를 눈망울에 가득 머금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 손을 잡고 즐겁게 뛰노느라 여념이 없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한 어른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해 보였다. 이날은 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의 즐거운 운동회날.

아이들만의 운동회가 아닌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는 율포분교 연중 최고의 축제다.

그래서일까. 하루 종일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어달리기, 2인3각, 물풍선 던지기 등 10여 가지의 게임을 함께 하며 서로 한 뼘 더 가까워진 그들에게 운동회는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했다.

 
유일무이 한 거제의 자랑

동부면 율포마을 한 자락에 위치한 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이하 율포분교). 거제에서 유일하게 하나 남은 분교다. 유치원생 5명을 포함해 18명의 전교생이 있으며 1·2·3학년 1개 학급, 4학년 1개 학급, 5·6학년 1개 학급으로 세 학급을 이루고 있다.

한용희 교장을 비롯해 정식 담임교사 3명과 1명의 유치원 담당 교사, 매주 2회 방문하는 스포츠강사와 과학교사, 그리고 원어민 강사가 학생들의 맞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균형잡힌 식단을 위해 영양교사가 방문해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소수인원으로 구성되다 보니 최대 장점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친밀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 친밀감은 교육과정에서도 크게 발휘돼 개별적 맞춤교육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장점과 단점을 쉽게 파악해 단시간에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이 일반 학생들과 정정당당하게 겨룬 과학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졸업생들이 일반 중학교를 진학해서도 전교 1등은 물론 대부분 좋은 성적을 유지한 사실이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율포분교의 특이한 수업방식도 주목해볼만 하다. 일반 학교와 다르게 오전시간에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오후부터 정규수업을 실시한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한 율포분교만의 특별한 수업은 바이올린과 수영이다. 음악교육을 배우기 힘든 여건을 고려해 음악 강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바이올린 수업을 진행한다.

음악적 역량을 높이는 발판이 될 뿐만 아니라 연습을 바탕으로 매년 맘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바다소리음악회'도 개최하고 있어 개인의 특기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매주 방문하는 스포츠강사와 함께하는 수영을 특별수업으로 지정해 수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취미생활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승마 체험이나 영화관람 등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다르지 않은 '특별한 아이들'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일제히 한 곳을 주목했다. 낯선 사람에 대한 평범한 아이들의 기본적인 경계 습관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은 저마다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심지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저도 찍어주세요"라고 먼저 다가오기까지 한다. 요즘 평범한 또래 아이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그 나이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율포분교 아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아이들이었다.

넓은 교실에 책걸상은 불과 대여섯 개뿐. 비록 평범한 초등학교처럼 쉬는 시간 수많은 아이들이 북적이는 기분을 이 곳에서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더 소중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요즘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집단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은 그들에겐 먼나라의 이야기일 뿐. 누가 먼저랄 것없이 선배는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후배들은 언니, 오빠를 잘 따르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우정을 넘어 친형제와 같은 우애를 간직하고 있었다. 결국 하나 된 단합으로 '행복한 학교, 아름다운 학교'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4학년 담임 박옥희 교사는 1년째 이 곳에서 근무 하고 있지만 율포분교 교사들과 학생들간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대부분 가슴속에 하나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들"이라며 "또래들과는 다른 교육환경과 가정환경임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매사에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등하교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함께 등하교를 하기도 하며 학생들도 교사와 학생들간에 생길 수 있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어려운 점을 먼저 의뢰하곤 한다고.

순수한 아이들과 진심으로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사들, 적극적인 학부모들이 만들어 가는 '거제의 조그마한 분교'에는 그 규모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랑과 정이 넘쳐흘렀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율포분교가 있기에 점차 사라져가는 분교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기분 좋게 주어진 일을 즐기는 율포 아이들이 됐으면"
공자의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지호락(知好樂)·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 한용희 교장이 평소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생활지침이다.

한 교장은 "우리 학교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지지 않고 주어진 일을 스스로 즐기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지침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운동회를 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 함께 손을 잡고 운동장을 뛰는 그는 바로 한용희 교장이었다.

한 교장은 참석한 학부모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며 힘든 기색 없이 아이들과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난 3월4일 취임한 한 교장은 처음 학교에 오던 날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의 첫인상을 '구름 한 점 없는 햇살'이라고 표현했다. 대부분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니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한 교장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자신부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하는 일에 참여를 꺼리지 않고 아이들의 편리함을 위해 고가의 체육복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다가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는 푸근한 교장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런 한 교장의 노력을 느낀 학생들도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행사를 오히려 즐거워하고 어려움 없이 다가오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율포분교를 '노래하는 학교, 운동하는 학교, 책 읽는 학교'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물론 억지로 하는 의무적 교육으로 만들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노래하고, 운동하고, 책 읽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그는 딱 한 가지의 바람이 있다면 몇번의 폐교위기에서도 살아남았 듯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율포분교가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 할 것"이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임기가 더욱 기대된다"며 "남은 임기동안 학생들과 함께 교류해 좋은 추억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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