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맹종죽테마파크'서 지난 29일까지 '제2회 죽림포레스티벌' 개최…
죽순요리 시식·체험·볼거리 풍성해 건강·재미 동시에 만족

두 볼을 살며시 감싸는 상쾌한 바람이 닿는 곳에 발길이 멈출 때쯤 눈앞에는 곧은 기개를 상징하는 대숲이 펼쳐진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튼튼한 뿌리를 땅에 박고 힘차게 솟은 대나무들은 바로 거제의 자랑 '맹종죽'이다.
 
맹종죽, 거제에서 다시 태어나다

대나무 종류 중에서도 가장 굵고 단단한 맹종죽(孟宗竹). 중국 삼국시대 효자 맹종이 아픈 노모를 위해 한겨울에 구할 수 없는 죽순을 하늘의 도움으로 구해 병을 낫게 했다는 설이 전해지며 붙여진 이름이다. 맹종죽의 껍질은 흑갈색을 띠고 윤기가 적으며 탄력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속이 비고 튼튼해 장식품에 이만한 것이 없다.

'거제가 자랑하는 명물'이 된 맹종죽은 1927년 처음 하청면에 뿌리를 내렸다. 경상남도 모범영농인 대표로 일본 큐슈지방을 방문한 소남 신용우 선생이 지역을 시찰하던 중 동죽(중국화남지방 원산지)의 자태에 반해 귀국과 동시에 3그루를 들여오면서 집 뒷산에 식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번식과 보급에 힘써 고장 전역에 맹종죽림이 조성됐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처럼 거제시는 흔히 '대나무의 고장'이라고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에 뒤지지 않는 환경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명성이 담양만큼 알려지지 않아 맹종죽의 참된 진가를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소남 신용우 선생이 남긴 소중한 보물을 보전하고 거제 맹종죽의 위상과 자태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자 거제시는 지난해 하청면에 '맹종죽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쉽게 맹종죽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개장 이후 꾸준히 공원조성에 힘쓰며 지난해부터는 죽순 발순기에 맞춰 '죽림포레스티벌'도 개최했다.

올해도 지난달 26일에서 29일까지 맹종죽 판매 촉진에 기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맹종죽테마파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제2회 죽림포레스티벌이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건강도, 재미도 있는 '죽림포레스티벌'

"아삭한 죽순요리 맛보고 가세요"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광장에는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죽순요리가 한창이었다. 대회의 첫 포문을 연 죽순요리 시식회가 진행되자 삼삼오오 테마공원을 찾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올해 생산된 맹종죽 죽순의 맛을 본 관광객들은 저마다 “과연 이 맛이지”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시식회 뿐만아니라 축제 둘째날 펼쳐진 죽순요리 대회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죽순을 이용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며 경쟁을 떠나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물했다.

올해로 두 번째 개최를 맞는 죽림포레스티벌. 축제가 죽순 발순기에 열리는만큼 그 해 가장 신선한 죽순요리를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에 열려 화창한 날씨에 가족 혹은 연인과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부모들이 죽순의 달콤쌉싸름 하고 아삭한 맛과 대숲의 풍경에 매료됐다면 아이들은 대나무 공예만들기와 모험의숲 체험에 사로잡혔다.

서툰 솜씨로 보조교사의 설명에 따라 대나무 조각을 자르고 붙이던 아이들은 기어코 곤충모양의 공예품을 스스로 완성해 낸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이 익숙치 않던 아이들도 금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공예체험이 끝나고 대숲길을 따라 산 중턱에 머무르면 '모험의숲'도 만날 수 있다. 각자 준비된 장비를 갖춰 공중으로 이어진 줄타기, 나무다리 건너기 등을 한 가지씩 해보면서 잠재돼 있던 근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체험이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짜릿한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경험으로 코스는 가장 간단한 오리코스부터 갈매기코스, 가장 어려운 기러기코스로 나뉘어져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이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심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것에 대비해 완벽한 사전연습은 필수다.

모험의 숲을 완벽하게 마친 아이들은 금세 부모들에게 달려가 "진짜 무서웠어", "근데 진짜 재밌다"라며 재잘재잘 떠들기 바쁘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이진희(42) 씨는 "도심 속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경험을 마친 아이들이 대견하다"며 "그 땀방울이 아이들을 한 뼘 더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죽순캐기 행사와 공원 내 사진촬영대회 등 건강도 챙기며 거제 맹종죽을 알아가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맹종죽테마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힘들다기 보다는 소소한 행복이 가득 서려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 열린 축제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축제기간 이외에도 맹종죽테마파크의 문은 관광객들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 주최측인 숨소슬 관계자는 " 앞으로는 평소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맹종죽에 대한 인식을 많이 심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반드시 어떤 것을 이루어내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해피바이러스'가 되는 것들이 있다. 거제 맹종죽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활동에 시원한 댓바람이라는 '영양분'이 더해져 심신을 이롭게 만들어주는 맹종죽의 마력을  만나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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