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추행·강간사건 등 모두 82건 발생 … 2010년 22건 비해 2년 새 4배나 늘어
유흥업소 밀집 도심지역 등 주변 환경이 원인 … 피해상담 등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지난 2년간 거제시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전문성폭력상담소가 전혀 없어 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사건은 82건.

이는 2010년 22건에 비해 60건, 2011년 67건에 비해 25%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를 인구수에 대비하면 2900명당 1건이다. 성추행 등은 신고율이 20% 가량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난다.

이와 같은 수치는 16만여 명의 인구인 인근의 통영시가 32건이 발생돼 5000명당 1건인 것과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거제에서 성폭력사건이 유독 크게 증가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성의식 문제를 꼽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음란물에 쉽게 노출되고 성인들은 성폭력의 범위를 좁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노출된 성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도시환경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시각도 있다.

거제의 산업구조 특성상 조선업 종사자들이 많고 이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때문에 남성고객을 위한 유흥업소가 도심지역에 밀집해 있는 게 사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성에 대해 둔감해지고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폭력예방교육과 법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피해상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사건을 당한 피해자 사후상담이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 거제는 가정상담센터가 성폭력상담을 도맡아 하고 있을 뿐 전문 성폭력상담소는 전혀 없다. 이는 인근 통영시가 통영YWCA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사실 거제에서도 2011년까지는 사계절장애인성문화상담소가 옥포동에 위치해 운영됐었지만 운영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돼 가정상담센터가 성폭력상담까지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성폭력상담소가 설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정상담센터 관계자는 "성폭력과 관련한 상담이 많아 3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센터로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지역 사람이 타 도시 상담소를 통해 연락해 오는 경우도 있어 잠재적 성폭력피해자는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성폭력상담소가 국비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다"면서도 "전문성폭력상담소가 생긴다면 피해자로서도 보다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성폭력상담소가 설치되면 가정상담센터도 본연의 업무에 더 치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가정상담센터는 성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폭력상담과는 별도로 20명의 강사가 '찾아가는 성폭력예방교육'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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