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청소년 위기실태조사 결과 발표…자살·교내폭력·음주·흡연 무방비 노출
1302명 1년간 자살생각 한적 있다 … 부모의 정서적 지원 부족을 큰 문제로 지적

거제의 청소년들 중 절반 가까이가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과 음주·흡연, 학교폭력 등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지역사회와 어른들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침을 가했다.

이같은 사실은 거제시 주민생활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거제시 청소년 위기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 4563명 중 548명(12%)이 부모(혹은 조부모·친척 등)로부터 고민상담·대화·관심·칭찬 등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서적 지원이 '보통'이라고 답한 청소년은 1690명(37%)이었으며 2325명(51%)이 '받고 있는 편이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중 절반이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부모님은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11명(6.8%)이 도움과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71명(3.7%)는 가족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362명(7.9%)의 청소년은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27명(7.1%)은 마음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자살 음주 흡연 교내폭력 등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전체 대상자 4552명 중 1302명이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주 1회 이상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은 619명이나 됐다. (본지 1036호 보도내용 참조)

음주와 흡연에 대한 노출도 심각했다. 4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1회 이상 음주를 하는 청소년이 179명(4%)로 나타났으며 주 1회 이상 흡연하는 청소년도 180명(4%)에 달했다. 특히 매일 흡연하고 있다는 청소년이 101명(2.2%)이나 됐다.

청소년들이 음주·흡연하는 이유는 호기심, 불안감을 줄이고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멋있게 보이기 위해 등 다양했다.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지원 결핍, 음주·흡연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의 교내생활 또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체폭력, 따돌림, 괴롭힘, 심한 언어폭력, 갈취, 절도 등 학교폭력의 가해 건수는 1281건이었으며 피해경험은 1317건이나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체폭행을 한번 이상 당한 적이 있다고 밝힌 청소년은 4529명 중 205명(4.5%)으로 나타났으며 '주 1회 이상' 신체폭행을 당하고 있는 청소년만 무려 110명(2.4%)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지난 한 해 동안 친구를 폭행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96명(4.3%)이었으며, '주 1회 이상' 친구를 폭행한 적이 있는 청소년도 81명(1.8%)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모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청소년상담시설의 확충 △범죄예방 및 범죄로부터 보호 △상담 활성화 △진로교육 및 정보제공 △ 학교 및 가정의 기능 회복 △청소년문제 해결 △청소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 △여가·문화활동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답은 위기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이 행복하고 건강해지기 위해 지역사회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4840명의 청소년이 주관식으로 제출한 결론이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청소년 이해를 위한 실태조사 및 연구들이 형식적인 조사에만 그치지 말고 청소년의 의견을 정책에 꼭 반영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10여년째 청소년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한 상담사는 "청소년들이 사회로부터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은 매우 심각하지만 학교에서 진행되는 상담에서는 말을 안하거나 말을 해도 문제시 되는 것은 감추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문제점을 편하게 말하고 이에 대한 비밀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밖에서의 상담도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거제시 청소년 위기실태조사'는 지난 해 10월11일부터 25일까지 보름 동안 거제시 초등학교 5~6학년,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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