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한 힘찬 걸음 걸음 '삼성중공업 산악회'

1978년 창립, 35년간 국내·외 명산 두루 정복…회원 850명 자랑하는 명문 동호회로 우뚝
2003년 시작한 거제장애우등반대회, 올해로 13회째인 거제시민등반대회는 연중 '최대 행사'
산악활동 외에도 등산로 정화활동·장애 가정 생활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전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 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삼성중공업 산악회 회보인 '三星岳友' 38호 표지에 실린 '산악인의 선서' 내용이다. '산악인의 선서'처럼 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존재다. 욕심도 이기적인 마음도 모두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 어떤 가식적인 모습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산을 35년째 오르고 있는 산악인들이 있다. 바로 삼성중공업 산악회(회장 유승기) 회원들이 그들이다.
 
◇ 35년간 맛본 정상 정복의 짜릿함
삼성중공업 산악회는 1978년 9월29일 창립총회를 갖고 탄생하게 된다. 이후 계룡산·노자산 등 거제 10대 명산은 물론, 한라산·지리산·울릉도 성인봉 등 국내 유명 봉우리들을 하나씩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1994년에는 김재석 회원이 안나푸르나 1봉 원정에 나섰으며, 1995년에는 55명의 회원이 대만 옥산 원정 등반을 다녀왔다. 2001년에는 다테야마·쯔루기다케 등 일본 북알프스 종주 원정 등반을 다녀왔으며, 2002년에는 차정남·장경선·강정기 등 3명의 회원이 '유럽의 최고봉'인 러시아 엘부르즈 원정길에 나섰다. 백두산과 대마도 원정등반은 물론 한라산 동계산행은 수시로 이어졌다.

2004년에는 8명의 회원이 마터호른(4478m) 원정 등반에 나섰으며, 2008년 7월에는 공상인·김강용·이석수·방학모 회원이 마터호른 등정에 성공한다. 마터호른 등정에 성공한 이들은 탄력을 받아 다음달에는 몽블랑(4810m) 등정에도 성공하게 된다.

유승기 회장과 이석수·소병선·방학모·김강용 회원은 2010년 티베트 치즈봉(6206m) 원정에도 참가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정복하려는 산의 규모와 높이는 커져만 갔다.

지난해에는 한라산과 거제 계룡산은 물론 전남 담양군의 추월산, 대구광역시의 비슬산, 경기 가평군 연인산, 전남 완도군 상황봉, 전북 완주군 대둔산 등반이 이어졌다.

백두대간·낙동정맥·거제동서지맥 종주와 전남 여수 돌산종주, 경남 마산 내서환종주 등도 같이 진행됐다.

산행부의 산행 일정과 맞물려 기술부는 전국을 돌며 빙벽·암벽·페이스등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개인별 훈련은 물론 매주 수요일 3시간 가량 합동훈련을 진행할 정도다. 그런 빡빡한 등반 일정 가운데 계룡산 정상석 설치(1988년)와 등산로 정비(1991년) 등 등산을 즐기는 시민들을 위한 작은 배려도 잊지 않았다.

유승기(50) 회장은 "850명이라는 많은 회원이 있다보니 회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며 "그 때문에 전문산악인 산행은 물론 해외원정, 일반 장거리 산행, 가족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민·이웃과 함께하는 산악회로 '우뚝'
산악회는 지난 1월1일 노자산 해돋이 산행을 시작으로 올해도 매월 2∼3차례의 정기산행과 낙동정맥 종주를 시작한다. 더불어 5월에는 한라산 특별산행을 준비하고 있고, 8월과 10월에는 테마산행으로 지리산 둘레길 4·5코스 일정이 잡혀있다. 11월과 12월에는 거제남북지맥 산행도 계획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정기총회도 노자산 산행으로 계획이 잡혀있다.

정기산행과 낙동정맥 종주 외에 산악회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행사가 거제장애우등반대회와 거제시민등반대회다.

지난 2003년 처음 시작된 거제장애우등반대회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게 되며, 회원 100여 명과 장애우와 관계자 100여 명이 참가해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뜻 깊은 행사로 진행된다. 노자산과 선자산만 등반하면 거제 10대 명산을 모두 정복하게 되는데, 10대 명산 정복 후에는 한라산이나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등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반 후 장기자랑과 푸짐한 경품까지 제공해 장애우들에게 땀의 가치를 알게 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10월이면 거제시민등반대회를 개최한다. 1999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13회째인 시민등반대회는 올해는 특히 경상남도 연맹과 전라남도 연맹이 공동 주관하는 영호남 친선등반대회를 겸해서 개최할 예정이다. 스포츠크라이밍대회를 겸해서 열리기도 하는 시민등반대회는 500∼800명이 참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 올해는 영호남 친선등반대회를 겸해 열릴 예정이어서 더 많은 등산 가족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악회는 산악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매년 수시로 등산로 정화활동은 물론 다양한 불우이웃돕기 행사에도 참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는 교통사고로 일가족이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고성군 율대리 정성일 씨 가족에게 매월 생활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정 씨는 얼굴과 골반,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등 겨우 목숨을 건졌고, 두 아들도 뇌와 다리, 발목 등을 크게 다쳐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 씨를 후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 회장은 "거제와 통영 지역은 지원을 해주는 단체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후원의 손길이 모자라는 고성 지역에서 후원 대상을 찾게 됐다"며 "큰 돈은 아니지만 매월 정기적인 후원금을 보내고 있으며, 명절 때는 직접 방문해 방한복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은 산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화합과 단결로 하나됨은 물론 서로를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삶을 배우게 된다"며 "많은 시민들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산과 친해져 건강하고 혈기 왕성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 정복해 본 사람만이 산이 주는 매력을 알 수 있다고 하듯 산악회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가볍게 느껴지면서도 의미있는 발자취로 남는다. 더불어 정상에서 외치는 산악회원들의 우렁찬 함성도 귓가에 선명하게 전달돼 오는 듯 하다.

험한 산과의 싸움에 자신과의 싸움이 더해져 산악인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은 그래서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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