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야산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건강 회복

'폐암 3기' 이겨낸 고옥봉 회원
"산은 내 생명을 살려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스승 같은 존재다."

고옥봉(58·선장2부 기장) 회원은 산악활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자신과의 싸움의 진정한 승리자' 중의 한 사람이다. 고 씨는 지난 2004년 청천벽력 같은 '폐암 3기' 판정을 받는다. 당시만 하더라도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18%에 불과했던 폐암 3기. 즉 수술을 하더라도 100명 중 82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 수치다.

폐암 3기 판정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고 회원은 산악회 활동에 소홀했다고 털어놓는다.

고 씨는 "폐암 수술을 한 삼성의료원에서 산을 추천해주기에 미뤘던 산행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운동장 뒤편의 충혼탑도 숨이 차서 올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고 씨는 "나보다 가족이 더 힘들어하는 모습에 차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어 힘들었지만 산행에 열중했다"며 "점차 산행에 자신이 붙으며 산행 시간과 거리를 늘렸더니 건강도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친구와 백두대간 완주에도 성공했다는 고 씨는 같이 산행하는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한 시간 먼저 출발을 해서라도 완주에 성공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고 씨는 지난해 11월 중국 차마고도의 옥룡설산(5100m) 등정에 성공했다. 폐활량이 적어 걱정을 했지만 20명 중 9명만 등반에 성공할 정도로 힘든 옥룡설산을 고 씨는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정상에 우뚝 올라선 것.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기는 하지만 올해도 8박9일 일정으로 안나푸르나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고 씨는 "산은 나에게 도전이라는 또다른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며 "산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만큼 그런 산의 고마움을 잊지않기 위해 몸이 허락하는 한 산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씨는 "올라가면 내려오고 또 올라가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살이와 똑같다"며 "가 본 사람만이 아는게 산의 매력인데 산을 통해 얻는 희열과 기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곧 60을 바라보는 고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가쁜 호흡과 식은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중간중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또 등산객들을 위한 충고도 덧붙였다.

고 씨는 "비박을 하든 1박을 하든 산에 갈 때는 먹을 만큼만 가져가 싸온 음식을 모두 먹어야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며 "산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만큼 그런 산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간을 먼저 출발해서라도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고 씨. 중간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차례 들면서도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보려고 투혼을 불사르는 고 씨. 서글서글한 눈동자 속에는 올해 계획하고 있는 안나푸르나의 높은 봉우리가 그대로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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