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안전지킴이 옥포지구대

7명 3개조 교대근무 … 관할 지역 구석구석 누비며 각종 민원 점검
운전면허증 분실·접촉사고 등 상황실 찾는 시민 발길 끊이지 않아
각종 범죄 예방 단속, 절도사건 '뚝' … 주취 관련 민원은 '골칫거리'

◇ 쉴 틈이 없는 지구대 경찰들

옥포지구대는 모두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영호 지구대장과 관리부 순경 한 명을 제외하고는 21명이 7명씩 3개조로 나눠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경찰들의 표정은 생각 외로 밝다. 3팀을 이끌고 있는 박정원 팀장(경위)이 반갑게 맞아주는데 제복만 벗으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다.

야간 근무팀은 하번을 하고 3팀이 주간 근무를 준비 중인데 9시 1차 순찰을 나가기 위해 분주하다. 대원들은 순찰 준비로 바쁜 가운데 지구대 한켠에서는 주 대장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뭔가 중요한 메모를 하듯 손 움직임이 바쁘다. 경찰청 주요 업무보고를 화상을 통해 전달받는 중이다.

주 대장은 "화상 업무보고가 도입돼 경찰 행정이 엄청 편리해졌다"며 "즉각 즉각 업데이트가 돼 대원들한테 바로바로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시간은 물론 여러 방면에서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박 경위는 "업무보고 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나 공지사항 등도 원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하다"며 "복잡한 절차가 간소화 돼 1분 1초라도 아낄 수 있어 이렇게 번 시간을 순찰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3대의 순찰차가 나가고 첫 일정은 상황근무다. 말 그대로 지구대를 지키며 방문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임무다. 대원들이 출동하고 30여 분이 지났을까 첫 민원인이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온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인데, 운전면허증을 분실해 지구대를 찾았다고 한다. 상황근무 중인 여은정 순경이 민원인을 상대로 재발급 신청서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데 재발급까지 보름여가 걸린다고 한다. 잠시 뒤에는 대우조선 근무복을 입은 50대 남성이 찾아왔는데 오토바이 분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또 렌터카와 접속사고가 나 억울해서 지구대를 찾았다는 택시기사와 애완견을 잃어버렸다는 아주머니 등 지구대를 찾는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여 순경은 "오전에 지구대를 찾는 대부분이 면허증이나 오토바이 분실과 관련해서 방문한다"며 "가끔 전날 주취 문제로 사과를 하러 오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전날과는 180도 다른 모습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고 순찰 나갔던 대원들이 지구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10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이번에는 다른 대원이 상황근무를 맡고 순찰지역을 바꿔 다시 순찰을 나간다.

◇ '거북이 운행'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박 경위와 이민우 순경과 한 팀을 이뤄 오전 순찰에 나섰다. 박 경위 조의 오전순찰은 덕포·팔랑포 지역. 강·절도 예방을 위해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 때문에 차량 운행은 시속 20km 언저리다.

옥포지구대는 다양한 범죄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구석구석 순찰 △교통사망사고 요인 행위 단속 △주취 폭력 지속 단속 등을 3대 과제를 꼽고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옥포지구대 실적을 보면 절도가 208건으로 2011년의 284건 보다 76건(26.7%)가 줄었는데, 이는 구석구석 순찰로 사전 예방에 주력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폭력사건의 경우 2011년의 202건보다 54.4%가 는 312건 발생했는데, 이는 주취폭력 등을 적극적으로 단속·검거한 결과다.

팔랑포 마을을 순찰하는데 박 경위가 차를 멈춰 세우고 누군가에게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지난해 KBS 1TV 인간극장에 방영됐던 8남매 가족의 아버지 변영수 씨다. 흔한 안부정도를 묻는데도 자주 만나는 사이처럼 정감이 느껴질 정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안부를 묻기 위해 차를 세우는데 이번에는 수녀다. 작은예수의집 수녀인데 이번에는 아이들 소식을 묻고는 조만간에 한 번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옥포대첩기념공원과 하덕·상덕마을을 지나 지구대로 돌아오는 길에 박 경위는 "지구대의 주요 임무는 모든 사건사고의 예방"이라며 "주민들과 사소한 안부를 주고 받는 인사도 친근한 경찰 이미지를 심어주고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인식을 갖게끔 하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같이 순찰에 나선 이민우 순경은 "가끔 길을 묻는 시민들도 있고 길거리에서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도 가끔 만난다"며 "바꿔 말하면 경찰이 할 일이 없어지는게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 이웃에 따뜻하고 정감있는 경찰로

점심을 후다닥 먹고는 이번에는 아주 지역으로 순찰을 나섰다. 강도훈 경장이 박 경위와 한 조를 이뤘다.

강 경장은 "가끔씩 교통위반 사례를 적발할 때도 있는데 대부분이 생업에 쫓기는 서민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무단횡단도 자주 접하는데 단속 보다는 계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시민들 스스로가 법규를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지난해에는 안타까운 소식도 제법 있었는데 11월에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대전 소재 렌터카를 몰고 덕포바닷가로 와 차량에 탄 채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보다 몇 달 전에는 이성문제로 고민하던 20대 남성이 자살 소동을 벌였는데 경찰과 주민들의 설득으로 해프닝으로 끝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참을 돌던 순찰차가 이번에는 어떤 건물 앞에 멈춰선다. 아주동 경로당이다. 경로당을 방문한 박 경위와 강 경장은 10여 명의 노인들을 상대로 안부를 묻고는 보이스피싱과 문단속 등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을 곁들인다.

한 할머니는 "지구대 경찰관들이 가끔씩 이렇게 들러줄 때는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며 "특히 요즘도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때는 꼼꼼하게 메모까지 할 정도"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다시 순찰을 도는데 이번에는 무전기로 연락이 온다. 7살짜리 김모 군이 또 가출을 했다는 것.

강 경장은 "김 군 가출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얼마전에 고현동에서 한 번, 장승포동에서 한 번 찾아준 적이 있는데 비슷한 사례가 자주 있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그 외에도 농작물 절도,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마침 옥포 시내에서 탱크로리와 승용차 추돌사고가 일어났다는 연락이 들어온다.

박 경위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경찰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며 "모든 사건·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경찰의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숨가쁘게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면 자정까지는 비교적 업무가 수월한 편.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과다한 음주로 인한 '주취자들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박 경위는 "폭력 사건의 경우 대부분이 음주로 인한 사례"라며 "주취자들 관련 민원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고 넋두리를 한다.

그러면서 "야간이나 새벽 순찰은 주취 폭력 단속 위주로 하고 있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길거리에서 잠이 든 사람들이 꽤 많아 동사 사고를 막기 위해 이 부분도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주 대장은 "지구대 업무 중 가장 피곤한 일이 주취자를 상대하는 일"이라며 "그 때문에 야간 근무자들의 경우 간·쓸개 다 떼놓고 출근한다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다가오는 설 연휴도 지구대 대원들에게는 먼 나라 남의 얘기다. 밤 낮 없이 민생 치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대원들의 유일한 바람은 뭘까?

"뭐 있겠습니까? 그냥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요. 하하하."

당연한 말인데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지구대. 지구대 대원들의 향긋한 땀방울이 있기에 시민들은 보다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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