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거제 대표과일 한라봉…1997년 거제 첫 도입, 2004년부터 지역 특성화사업으로

시농기센터, 기술·유통파트 나눠 작물 재배 관리부터 유통·판매까지 농가에 조력
올해부터 '천년가도' 브랜드로 명품 꿈꿔…1월 중순부터 수확 시작, 선물용으로 인기
당도 13Brix 이상에 산 1% 이하, 국내 원산지 제주산 보다 뛰어난 품질·맛 자랑

겨울철 시민들의 구미를 당기는 대표 과일은 감귤류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어린아이는 물론 어느 세대나 인기 만점이다. 감귤류는 11월께 생산되는 조생종과 12월께 생산되는 중생종, 그리고 1월 이후 생산되는 만생종으로 나뉜다.

거제에서 생산되는 감귤류는 한라봉이 대부분으로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만생종에 해당한다. 거제 한라봉은 노지감귤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이나 맛과 품질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며, 국내 대표 생산지인 제주 한라봉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설 명절이면 선물용으로 대량 판매되는 거제 한라봉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거제 한라봉의 역사와 효능

한라봉은 일본에서 교배, 육성한 교잡종 감귤의 품종 중 하나다.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에서 청견(♀)과 폰칸(♂)을 교배해 탄생한 만감류로 일본에서는 1984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는 1990년 전후로 도입됐다.

일본 품종명은 부지화(不知火)로 국내에서는 '부지마루'로 통용된다. 특히 한라봉 중에서 당도와 색깔 등 품질이 우수한 상품은 '데코폰'이라는 특화된 상표로 유통된다. 물론 한라봉이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재배되면서 국내식 표기명으로 새롭게 붙여진 것이다.

거제에서는 1997년 거제면 옥산리 백창현 씨가 최초로 한라봉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재배하고 있는 농가 중에는 거제면 서정리 정일석 씨가 1998년부터 재배를 시작해 가장 오래됐다.

그러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양일·이하 농기센터)가 알로에와 파인애플을 재배하다 방치되고 있는 하우스를 활용, 시설개보수를 통해 2004년부터 지역 특성화사업으로 4ha를 조성하며 본격적인 '거제 한라봉' 시대가 시작된다.

이후 거제면을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면적이 증가해 지난해 기준으로 37개 농가에서 12.3ha 규모에 140여 톤의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라봉 재배 농가는 거제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부면에 2농가와 일운·사등면에 1개씩 농가가 재배를 하고 있다.

거제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은 당도가 13Brix 이상, 산도가 1% 이하로 단맛과 신맛의 비율이 적당하며 독특한 향과 씹히는 맛이 특이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특히 임산부의 입덧을 없애주고 항암, 염증 예방 효과는 물론 교감신경 흥분작용을 하는 카로틴과 시네후린 성분, 뇌졸중과 천식을 예방하는 해스페리딘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보다 뛰어난 재배환경과 품질

한라봉 재배는 일조시간과 온도, 토질의 3박자가 잘 갖춰져야 고품질의 과실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일조시간은 한라봉의 당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술지원과 윤명수 주무관은 "일조지수가 제주가 연간 1900시간 밖에 되지 않는 반면에 거제는 2500시간이 넘는다"며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햇빛을 융합시켜 양분을 생성하는데 작물이 햇빛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당을 만드는 시간이 늘어나 당분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600시간 가량 차이나는 일조시간은 제주 농가에서도 가장 '두려워하는' 조건이다.

그러면서 "온도와 관련해서는 제주가 조금 낫다고 보고 있지만 전체 온도는 비슷하다"며 "제주 한라봉의 경우 당도가 13Brix를 넘어가는 게 많지 않은 반면, 거제 한라봉은 13Brix를 훌쩍 넘어 17∼18Brix에 이르는 것도 다수"라고 덧붙였다.

토질도 제주의 경우 화산회토가 대부분이어서 물 빠짐이 좋은 대신 수분과 양분 보유력이 떨어져 당도 생산력이 떨어진다.

반면 거제의 경우 점질양토가 많아 물 빠짐은 화산회토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 만큼 보유력이 뛰어나 수분 공급량 조절만 잘 하면 훨씬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 하우스의 경우 중앙 높이가 10m에 이르는 반면 거제는 중앙 높이가 6m며, 측면이 3m다. 그 때문에 작물이 하우스를 통과한 햇살을 받아들이는 거리가 가깝다. 거제에서는 보조가온으로 적정온도를 관리, 최저 3℃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거제 한라봉의 경우 산과 당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약간 새콤달콤한 맛을 유지하지만, 제주 한라봉은 신맛이 나는 것과 단맛이 나는 것이 비교적 확연히 구분된다. 껍질의 두께는 3.5~5㎜로 크기에 비해 비교적 얇고, 껍질의 감촉은 거친 편이지만 잘 벗겨진다.

윤 주무관은 "단 것은 맛있지만 빨리 질리고, 신 것은 시큼하지만 구미를 당긴다"며 "때문에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거제 한라봉이 제주산 보다 더 우수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거제 한라봉 수확은 1월 중순부터 시작하며,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철저한 선별 과정…'거제 3대 과실'로

거제 한라봉은 당도 13Brix 이상, 산 1% 이하 것으로 철저하게 선별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를 위해 거제시농업개발원에는 1억5000만원을 들여 구입한 비파괴 선과기가 갖춰져 있다.

현재 농기센터 임대 창고에 집하장과 선별장을 갖춰놓고 고가의 비파괴 선과기를 통해 우량 품종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있다. 한라봉 평균 개당 무게는 200∼300g이며, 큰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경향에 맞춰 점차 무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윤 주무관은 "점차 큰 과일을 찾는 경향 때문에 과일을 조금 더 키우기 위해 수확 시기를 조금 늦추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맛있는 한라봉의 평균 중량이 250∼300g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은 3kg 박스에 포장돼 판매된다. 따라서 6개 들이에서 14개들이 상품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가격으로는 6개 들이 3kg이 4만원, 14개들이 3kg이 2만4000원에 판매됐다.

올해 가격도 이 정도 선에서 결정되겠지만 공판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전망이다. 비파괴 선과기를 통한 선별과는 전체 생산량의 50% 가량 밖에 안된다.

선별된 한라봉은 거제농협을 통해 품질보증을 받고 판매되며, 그 외 50%는 재배농가에서 개별 선별 판매를 한다. 하지만 선별되지 못한 과실도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윤 주무관은 "당도가 13Brix 보다 훨씬 높은 15∼17Brix가 나와도 산도가 1%에서 0.01%만 넘어도 선별되지 않는다"며 "선과기 프로그램을 개선하면 훨씬 높은 비율의 한라봉이 선과기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주무관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농기센터의 선과기를 통과하는 한라봉은 당도 13Brix 이상에 산 1%이라로, 산의 비율을 당도로 나누면 0.076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예를 들어 산이 1.2%에 당도가 17Brix의 경우 이를 환산하면 0.070이라는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선과기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신맛의 정도가 적으면서도 당도가 훨씬 높다는 것. 하지만 선과기 판매업체에서 고 비용을 이유로 프로그램 수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거제 과실 생산량을 보면 유자가 375농가에서 842.8톤을 생산해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단감이 104농가에서 246.1톤을 기록해 2위를 기록했으며, 한라봉과 천혜향 등 만감류가 37농가에서 192.6톤을 생산해 파인애플(143.1톤)과 포도(137.8톤)를 제치고 거제 3대 과실로 도약했다.

◇'보이지 않는 조력가' 농기센터

농기센터는 농업인 소득 증대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농기센터 업무도 농업인 소득을 조금이라도 더 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기센터는 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위해 생력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생력화 기술은 노력은 줄이면서도 소득은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인데, 이를 위해 하우스 자동화 시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반자동으로 돼 있는 시설에 자동화가 갖춰진다면 농가의 인건비 등 생산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작물 관리 시간도 상당 부분 줄일 수가 있어 작업 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 기술파트와 유통파트로 나눠 작물 재배 관리와 유통·판매에 있어서도 농가의 노력을 최대한 적게 들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연구해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담·자문료를 받고 농가 상담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가려는 지자체도 상당수 있지만 농기센터에서는 언제든지 무료로 상담을 하며 농가에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다.

농기센터는 또 만감류의 판매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기 위해 1월이 피크인 한라봉 외에도 2월말께 출하하는 천혜향(세도까)과 한라봉 보다 앞선 12월에 판매하는 황금향(베니마돈나)도 도입했다.

천혜향은 한라봉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거제에 도입됐으며, 황금향은 3년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는 90% 가량되는 한라봉 의존도가 높다. 농기센터는 판매기간을 더 늘리기 위해 11월에 수확 가능한 품종을 연구중이며, 거제 재배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찾게 되면 바로 도입을 권유할 계획이다.

또 거제 한라봉 유통·판매 촉진을 위해 '거제 한라봉'으로 판매되던 것을 지난해 '천년가도'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올해부터 그 이름을 달고 판매되게 된다. 품질 인증을 받은 한라봉의 브랜드화로 그 가치를 더 높여 유통·판매를 활성화 한다는 복안이다.

◇거듭난 만감류연구회, 명품 도약 꿈꿔

거제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는 거제시만감류연합회(회장 이승국)는 거제도 한라봉 작목반이 모태다.

한라봉 작목반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4년여 전에 한라봉작목반과 거제영농조합법인, 거제감귤연구회 세 갈래로 나뉘고 만다. 같은 품종을 재배하면서도 세 단체로 분리돼 있다보니 경쟁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는 물론 농가 소득 부분에서도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7명이 의기투합해 거제시만감류연구회로 다시 통합하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현재 만감류 생산농가 37곳 중에서 6농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구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의기투합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조직 내에 아직 정비해야 할 현안들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거제 전체 한라봉 농가 입장에서는 분명 반길만한 희소식이다. 하지만 큰 사업을 추진하려면 자조금이 1억은 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상태. 시설 정비나 환경 개선 등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조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연구회에서는 자조금 확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감류 유통 활성화를 위해 구축이 가장 시급한 시설은 집하장과 선별장이다. 현재 농기센터 임대 창고를 활용하고 있는 연구회는 보다 체계적인 유통·판매를 위해서는 집하장과 선별장이 반드시 필요하며, 농기센터에서도 연구회 자체 토지가 확보된다면 곧바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 해 바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도 있다. 농기센터가 지난해 개발한 거제 한라봉 브랜드 '천년가도'를 특허 받는 것.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특허청 등록은 꼭 필요한 일이며, 연구회는 수확이 끝나는대로 특허 등록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감류연구회는 쉽게 말해 만감류 농가의 대표격이다. 따라서 우수한 과실을 생산하는 게 주 목적이며, 농기센터의 정보 제공과 교육 등에 힘입어 경쟁보다는 서로 화합하고 단결해 거제 전체 농가의 격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농기센터 또한 개별사업을 지양하고 모든 농가에 공통적인 생산과 판매·유통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 제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미 그 명성으로 자체 브랜드화 된 '둔덕포도'처럼 거제 만감류도 농산물공판장을 거치지 않는 완벽한 직거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농기센터와 만감류연구회는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윤 주무관은 "궁극적으로는 거제에도 농산물공판장이 들어서야 한다. 타 지역의 저렴한 농산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거제 농산물의 가격이 저평가되고 있다. 화훼류의 경우 서울까지 올라갔다 다시 거제로 내려오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유통비가 결국 소비가를 부추기고 있다. 다른 농산물도 진주와 마산 창원 부산으로 넘어갔다 다시 거제로 유통된다. 직거래를 위해서는 적정가를 매겨줄 수 있는 농산물공판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주 한라봉을 누르고 거제를 넘어 전국의 명품 과일로의 도약을 꿈꾸는 거제 한라봉. 뛰어난 품질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제시만감류연구회와 묵묵히 농가를 서포트 하고 있는 거제시농업기술센터가 있기에 '밝은 내일'은 그렇게 멀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