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등면 오량초교 역도부

대회 출전하는 선수들마다 '메달 한가득' … 30일 경남역도연맹회장기도 '금빛 낭보' 기대
'타고난 소년장사' -55kg급 정태운, 무제한급 선수들 기록 능가해 관계자들 '예의주시'

역도는 단순한 힘 겨루기 경기가 아니다. 기본적인 힘은 물론 순발력, 센스, 우수한 폐활량, 뛰어난 두뇌 회전을 요구하는 스포츠다.

'역도를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속설이 붙어다닐 정도로 아직까지는 '기피 운동'인 역도. 하지만 역도는 어느 운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체력운동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재혁과 장미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역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사등면의 작은 시골학교인 오량초등학교(교장 지정대)에도 '제2의 사재혁'을 꿈꾸는 아이들이 열심히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정식 코치도 없는 오량초 역도부는 거제시역도연맹 김종원 전무(방과후학교 코치)의 지도하에 오는 30일 고성에서 열리는 제36회 경남역도연맹회장기 및 제33회 경남도교육감기 학교 대항 학생역도대회 2연패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학년 정태운·김진현, 5학년 유재민, 4학년 정동권·하영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오량초 역도부. 지난 23일 찾은 15평 남짓한 작은 연습실은 거친 숨소리와 기합 소리, 뜨거운 훈련 열기로 가득했다.

◇경남 최고의 소년장사들이 모인 '헤라클레스의 산실'

오량초교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고성군 역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제35회 경남역도연맹회장기 및 제32회 경남도교육감기 학교대항 학생역도대회 초등부에서 5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8개, 동메달 3개로 종합우승의 트로피를 안았다.

이 대회에서 당시 5학년이던 진현이와 태운이가 나란히 은·동메달 3개씩을 따내며 6학년 형들과 함께 오량초의 종합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진현이는 -45kg에서 용상 29kg, 인상 23kg, 합계 52kg을 들어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고,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즐비했던 -50kg에 출전한 태운이는 용상 41kg, 인상 30kg, 합계 71kg으로 아쉽게도 동메달 3개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6학년이 된 올해 4월 6∼8일 열린 2012 경남 초중학생 종합 체육대회에서는 4개월 전 대회를 능가하는 기록을 쏟아내며 금빛 승전보를 전했다.

4개월 전과 같은 -45kg에 출전한 진현이는 용상은 33kg에 그치며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인상에서 29kg을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합계에서도 62kg으로 극적인 금메달을 따내 금2·은1개를 기록했다.

한 체급을 올린 태운이는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내며 전체 선수 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 미래의 역도 국가대표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55kg급에 출전한 태운이는 용상 48kg, 인상 36kg, 합계 84kg을 들어올려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이 기록은 당시 대회 최중량급인 무제한급 선수와 같은 기록이어서 대회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일화가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5학년 재민이도 태운이와 같은 -55kg에 출전해 용상 30kg, 인상 21kg, 합계 51kg으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김종원 코치, 2006년부터 선수 지도에 '구슬땀' … 거제시역도연맹도 매년 장학금 '격려'
"급소 맞기도 하고 턱을 찍기도 하지만 힘든 뒤에 느끼는 짜릿한 쾌감은 최고"

◇꿈 많은 소년장사들, 꿈을 들어올린다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와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을 좋아하는 태운이는 지난해초부터 아버지와 친한 김종원 코치의 권유로 바벨을 들었다.

축구를 특히 좋아하고 투포환 선수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는 태운이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힘에 세련된 기술도 빠르게 익힐 정도로 운동은 타고났다는 평가다. 초교 6학년생 답지 않게 떡 벌어진 어깨는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태운이는 "다른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데 역도는 순간적으로만 잠시 힘들다는 게 크게 다른점"이라며 "가끔씩 그만 두고 싶지만 순간적으로 힘든 뒤에 느끼는 짜릿한 쾌감 때문에 역도를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태운이는 지난 4월 초중학생 종합 체육대회 때보다 훨씬 좋은 기록인 용상 50∼55kg, 인상 40kg을 들어올리고 있다. 태운이는 "용상은 일단 55kg 이상을 목표로 컨디션만 좋다면 60kg까지 노려보고 싶다"며 "인상은 43kg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합계 88kg 혹은 90kg 이상의 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모님의 반대로 고민하고 있는 진현이는 역도를 하고난 뒤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진현이는 "기록을 깨는 재미로 바벨을 든 지가 벌써 2년이 됐는데 그 동안 힘이 엄청 많이 붙었다"며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도 놀지 못할 때, 그리고 부모님이 공부하기를 원할 때 그만 둘까 생각을 많이 했지만 역도의 매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한 재민이는 역도보다 공부가 좋을 정도로 역도가 힘들다고 한다. 태운이와 같은 체급이지만 태운이보다 조금 마른 체형인 재민이는 역기를 들어올리다 급소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재민이는 "대회에 출전해 학교명예를 드높이려고 게으름부리지 않고 열심히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며 "모든 걸 떠나 역도의 매력은 땀 흘린 뒤에 먹는 '맛있는 간식'"이라고 말해 친구들의 배꼽을 빼놨다.

4학년 동권이와 영수는 태운이와 함께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다. -45kg급의 동권이와 -40kg의 영수는 그렇게 크지 않은 키지만 다부진 체격이다. 벌써 같은 2년 선배인 진현이와 견줄 정도의 기록이 나와 김 코치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제2의 박지성'이 꿈인 동권이와 경찰이 되고 싶다는 영수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김 코치는 이변이 없는 한 메달은 따논 당상이라고 한다. 다만 최근에 독감에 걸린 영수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을 지가 관건이라고.

동권이는 "역기를 들다 너무 무거워 역기를 든 채 무릎을 꿇은 적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게 역도의 재미"라면서 "올해 시작한 만큼 큰 욕심 없이 기록을 조금씩 조금씩 갈아치우고 싶다"고 말했다.

영수는 "사재혁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정말 대단했다"며 "인내를 배우고 남자다워지는 역도가 매력있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때로는 무거워 역기를 든 채 무릎 꿇기도 하고, 역기를 들어 올리다 급소를 맞고 턱을 찍기도 하지만 '기록을 깬다'는 그 한 가지 목표에 소년장사들의 꿈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작은 힘에 작은 힘을 더해 '더 큰 힘을'

오량초 역도부가 명성을 쌓기에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작은 힘들이 모여서 가능했다. 그 중에서도 축구와 야구 육상 수영 등 보편적인 학교 운동부와는 달리 조금은 생소한 역도부가 오량초에 생긴 것은 거제시역도연맹 김종원 전무와의 특별한 인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김 전무가 오량초 역도부의 기반을 잡고 바탕을 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무작정 학교를 찾은 김 전무는 짬짬이 역도부를 지도하겠다고 요청했고, 이후 7년 여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역도부를 지도하고 있다.

현재 방과후학교 교사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전무는 "역도는 바벨 잡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올림픽 등을 보면 선수들이 한 뼘 한 뼘 바벨 위에 손을 놓을 위치를 측정하는 것도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서다. 순간의 힘이 중요시 되는 역도 경기이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흔들려서는 좋은 기록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도는 힘 보다는 센스와 순발력, 집중력이 더 중요한 경기다. 그 때문에 어린 선수들에게 기초와 기본자세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당장의 기록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기본기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전무는 또 "무릎과 팔 동작 등 자세훈련에 시간을 많이 쏟는다. 역도가 워낙 순간에 이뤄지는 경기다 보니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언제나 부상에 노출돼 있다. 키가 안 큰다고 부모들이 많이 반대하는데 자라나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균형적인 운동으로 역도를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5명의 선수 외에도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중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역도를 포기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여기에 오량초교와 총동창회,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총동창회는 어린 후배들이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운동장 한 켠에 콘테이너 훈련실을 설치해줬고, 학교에서도 선수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수시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임 하문규 교장은 사비를 털어 역도부를 틈나는대로 후원한 걸로 소문이 자자하다.

거제시역도연맹(회장 이정무)도 빼놓을 수 없다. 연맹은 1년 예산 중 일부를 별도로 편성해 매년 오량초 역도부에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장학금은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 포상금 형식으로 지급되기도 하고, 선수들이 힘들어 포기하려할 때 격려금으로 지급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학부모들도 간식 등을 지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30일 격전지인 고성으로 떠나는 '오량초 5총사'. 경남은 물론 전국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는 태운이를 필두로 5명의 어린 장사들이 이번 경남역도연맹회장기 대회에서 어떤 기록으로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쥘지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중 자칫 다치지나 않았으면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11월 마지막 날은 고성에서 전해오는 '금빛 승전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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