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씨름연합회 … 창단 1년 만에 각종 대회서 잇따라 '승전보'

'씨름 최고권위' 대통령배 전국씨름대회 경남대표로 이강수씨 등 7명 배출
중앙초 씨름부 창단 '눈앞'...기반 다지기 등 저변 확대, 내년 신학기에는 창단 가능

들배지기, 호미걸이, 뒤집기, 빗당겨치기….
명절 때면 TV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용어들. 바로 우리 민속씨름 경기에서 나오는 다양하고 화려한 기술들이다.

그 화려한 기술들이 멋진 장면을 연출하던 민속 씨름은 프로팀의 해체로 대학·실업팀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 '고난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민속씨름이 올해들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씨름 진흥법(법률 제11168호)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18일부터 시행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민속씨름발전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음력 5월5일 단오를 '씨름인의 날'로 제정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씨름대회와 씨름 관련 세미나·포럼 등 학술행사, 씨름 유공자 포상 등을 지원토록 한 씨름 진흥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3722호)도 함께 시행됐다.

▲ 경상남도 씨름왕 선발전에 앞서 지난 5월20일 열린 제1회 거제시씨름연합회장배 씨름왕 선발대회

◇ 창단 1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국가 전체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거제에서도 씨름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그리고 지난해 부활을 위한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국민생활체육 거제씨름연합회(회장 하대인)가 창단된 것. 거제씨름연합회는 지난해 10월5일 창단, 이제 만 1년이 됐지만 창단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출발부터 탄탄한 뼈대를 갖추고 출범했다.

하대인 회장은 "전통씨름의 체계적인 육성을 목표로 씨름연합회를 만들었다"며 "갈수록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우리 전통을 부흥하기 위해 거제 씨름인들이 똘똘 뭉쳐 하나하나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걸음마 수준'인 거제씨름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 회장은 "거제에는 제대로 된 씨름부가 하나도 없다"며 "초·중·고교 때부터 제대로 된 씨름 교육을 받아야 씨름도 살리면서 훌륭한 선수도 양성할 수 있다"고 학교 씨름부 창단을 첫 과제로 꼽았다. 또 제대로 된 씨름장이 없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로 지적했다.

하 회장은 "생각보다 씨름을 하고자하는 꿈나무들이 거제에 많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제대로 된 씨름 기술을 구사할만한 씨름장이 거제에는 없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틀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월12일∼13일 양산에서 열린 경상남도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부문별 우승을 차지해 경남대표로 선발된 이강수(중년부·왼쪽), 박창식(청년부)씨.

◇ 햇병아리? 골리앗 제압하는 다윗의 힘이

빈약한 인프라에 비해 씨름연합회의 활약은 '괄목상대'할만 하다. 현재 씨름연합회에는 삼성중공업·거제면·사등면·옥포1동 등 4개의 씨름동호회 170여 명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창단 초기여서 많은 대회나 행사에 출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활약상을 들여다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지난 3월 창녕에서 열린 전국생활체육연합회장배 씨름대회에서 정윤교(자영업) 씨가 45세 이상 장년부에서 예상을 뒤엎고 3위를 차지하며 '첫 낭보'를 전해온 것.

이어 4월26일부터 29일까지 거제에서 열린 제51회 경남도민체전에서도 씨름연합회는 당당하게 4위에 오르며 잰걸음을 이어갔다.

씨름연합회는 이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5월20일 '제1회 거제시씨름연합회장배 씨름왕 선발대회'를 개최했고, 사등면씨름연합이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어 9월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전국대천하장사대회에서 이강수(21세기크레인) 씨가 준우승을 거두며, 개인전 첫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리고 대망의 개인전 우승은 지난 12일과 13일 양산에서 열린 경남대표선수 선발전을 겸한 '경상남도 씨름왕선발전'에서 나왔다.

이 대회에서 씨름연합회는 한 달여 전 준우승에 그쳤던 이강수 씨가 중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박창식(삼성중공업)씨도 청년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명의 우승자 외에도 박세현(대우조선)씨가 청년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이석민(거제제일고·고등부)군과 노석주(21세기크레인·중년부)·정윤교(장년부)씨가 각 부문에서 3위에 입상하며 씨름연합회는 종합 3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또 지난 21일 통영 충무중학교 씨름장에서 열린 경상남도생활대축전 씨름대회에서도 조금은 아쉽지만 4위에 올라 한껏 물오른 기량을 선보였다.

▲ 거제시 씨름연합회 하대인 회장. 평생 씨름밖에 모르고 살아온 하 회장은 고향이 진주지만 현재는 씨름만큼 거제를 사랑하는 거제시민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씨름연합회의 이 같은 '밝은 행보'와 발맞춰 연합회의 노력의 결과물도 하나씩 쏟아졌다. 가장 먼저 도민체전 개최와 맞물려 보조경기장 한 켠에 '멋진' 실외 씨름장이 건립된 것.

이 또한 하 회장을 비롯한 씨름연합회 임원과 회원들이 그동안 권민호 시장을 여러차례 만나면서 건립을 건의하고 약속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삼성중공업씨름동호회 씨름장도 오픈했다.

이곳에서 씨름연합회는 틈틈이 자체 연습은 물론 교류전을 펼치면서 기량을 쌓는데 땀방울을 쏟고 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학교 씨름부 창단도 사실상 '테이프 커팅'만 하면 되는 상태다.

중앙초등학교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는 하 회장은 학교와 거제교육지원청 등을 부단히 다니며 씨름부 창단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교육장의 재가를 받아 원래 이번 달에 창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교육청 인사로 교육장이 바뀐데다 중앙초도 교장이 바뀌면서 인사 뒤의 분위기를 고려해 창단 시기가 조금 미뤄졌다.

하 회장은 내년 신학기에는 창단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창단과 함께 씨름장 건립도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구두로 약속받아 놓은 상태여서 하 회장은 중앙초 씨름부가 창단되면, 이에 탄력을 받아 2∼3개 학교에 추가로 씨름부 창단을 유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 당장 원대한 꿈보다는 내실 다지기부터

몇 년전부터 거제시청을 모태로 하는 '씨름부 창단설'이 있었다. 하지만 하 회장은 당장 프로나 실업 씨름팀을 창단하는 것에 '시기상조'를 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 회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씨름에 대한 인식과 문화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그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된 씨름을 배워 민속씨름의 보존·발전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육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하 회장은 당장의 프로나 실업팀 창단으로 거제시 홍보나 결과물에 의존하기 보다는 기초부터 다지는 '학교체육'의 육성을 강조하는 것.

이와 함께 하 회장은 여자씨름단의 창단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특히 거제시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구례군의 경우 군청 소속의 여자씨름단이 구성돼 있는데 생활체육 최고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여자씨름단이 창단만 된다면 교류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마어마하다는 것.

하 회장은 "생활체육의 중요성은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젠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체육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경제·사회적 가치를 잘 살린다면 씨름이 거제의 '명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거제씨름연합회는 전국씨름연합회가 11월1일부터 4일까지 개최하는 씨름인의 최대 축제인 '2012년 대통령배 전국씨름대회'에 앞선 경남대표 선발전에서 뽑힌 7명의 선수를 출전시킨다.

이번 대회에서도 '거제의 장사'들이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사고(?)'를 친다면 그 누구도 거제시 씨름을 결코 얕잡아볼 수 없을 것 같다.

'1등'만을 기억하는 프로의 세계와는 달리 아마인들의 생활과 축제의 장인 생활체육은 그들이 거둔 성적보다도 그 동안 흘린 굵은 땀방울을 기억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금상첨화지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의 대회에서 최상의 노력을 다한다면 그 만큼 값진 결과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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