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농업발전에 기여해 온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이양일 기술지원과장

제21회 대산농촌문화상 농업·농촌정책 분야 수상자로 선정

오는 25일 양재동 aT센터에서는 의미있는 시상식이 열린다.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선정·시상하는 제21회 대산농촌문화상이 그 것. 이 자리에는 평생 농업과 관련된 공직에서 농촌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다 싶이 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이양일 기술지원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과장은 1974년 공직에 입문한 뒤 40년 가까이 농촌 발전을 위해 손발이 닳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농업인 소득 증대와 관광농업 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농업·농촌정책 분야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양길로 접어든 유자 농가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키워 부활시켰고, 한라봉을 제주에서 도입해 명절 특산품으로 육성해냈다.

또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거제섬꽃축제를 만들어냈으며, 전국 최초로 꽃꽂이 소재류 재배단지를 조직하는 등 지역 농가를 위해 평생을 보냈다.

'농민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그런 농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암시적인 메시지가 지금의 이 과장을 만들어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 뿐이지 '천생 농사꾼'인 이 과장의 휴먼 스토리를 지금부터 하나하나 풀어내본다.

재미삼아 벌인 일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사양길 접어든 거제유자, 클러스터 결성 통해 100억원대 효자산업으로 육성
한라봉·포도, 명절 특산품 개발…홍가시나무 삽목증식으로 새 소득원 창출

제21회 대산농촌문화상 농업·농촌정책 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이양일 기술지원과장(59)은 일명 '하고잡이'다. 때문에 각종 사업들을 '재미삼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재미삼아 시작한 일들이 재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다스의 손'에 의해 화려한 결과물로 승화됐다.

대산농촌문화상은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에 따라 제정된 농업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매년 농업·농촌 발전을 이끈 농업인과 단체를 발굴해 4개 부문에 대해 시상을 하고 있다.

방치된 거제 유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화려한 탄생'

이 과장은 방치된 유자과원을 농업인과 유통업체·유관기관이 함께 클러스터를 결성, 100억 상당의 유자산업으로 육성했으며, 유자차 수출, 유자 관련 식초·화장품·빵·음료 등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농업인 소득 증대는 물론 관광농업 육성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과장은 전남 구례와 고흥 등지에서 벤치마킹까지 하러 올 정도로 모범 사례였던 거제 유자가 어느 순간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게 안타까워 '어떻게 살릴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수매 단가가 낮아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물량이 모자라 운영장을 폐쇄하는 가공업체가 늘면서 위기를 맞는 거제 유자.

이 과장은 "거제 유자가 한 때는 1kg에 3,500원에 수매되던 게 어느 순간 700원 대로 급락했다. 손익분기점을 1,500원으로 보는 데 수매가가 낮다 보니 유자 농가가 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성수기 때 247ha나 되던 재배 면적이 50ha로 줄기도 했다. 지금은 167ha 정도로 확대했지만 분명 어려운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자 농가를 살리기 위해 이 과장은 생산 농가와  가공업체, 유통업체가 함께하는 '유자 클러스터'를 구성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작됐지만 이를 위해 이 과장은 5∼6년을 연구하고 준비했다.

생산 농가를 중심으로 '거제유자연구회'를 구성해 유자 생산과 관련된 연구에 몰두했으며 10are(0.1ha·약 30평)에서 0.7톤 가량 생산하던 유자를 2톤 가까이 생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고령화 된 농가에 파쇄기와 모노레일 등 장비와 시설을 투입해 영농기계화를 유도, 경영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1kg에 700원까지 급락했던 수매 단가도 2,000원 대로 회복시켰다.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이를 가공할 업체를 확보하는 것도 급선무. 이 과장은 8곳의 가공업체에서 2군데를 자체 선정하도록 유도해 2억5,000만원 상당의 자동화라인을 무상으로 도입시켰다.

또한 폐쇄·방치된 업체를 물색해 부지를 임대, 저온저장고로 활용하고 기존 반제품에서 완제품 생산으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연간 1,500톤 정도 생산, 100억원 대의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대정농산에서 반슬라이스 공정을, 수출영농조합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이원체제로 운영하면서 거제 유자산업은 활황세를 띄고 있으며, 지금은 중국으로 상당수 수출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상생할 수 있도록 '완벽한 조율'을 하고 있는 이 과장이 있었다.

명절특산품 등 새로운 농업소득도 하나씩 하나씩 창출

유자 산업 부활 이전에도 이 과장은 농가 소득 창출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 고민들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 중 하나가 명절특산품 육성.

이 과장은 명절용 관광농업상품을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한 농가 하우스에서 한라봉을 발견, 이를 특화시켜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제주에서 난지과수인 한라봉을 도입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일조지수가 제주가 연간 1,900시간 밖에 되지 않는 반면에 거제는 2,500시간이나 됐다. 작물이 햇빛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당분이 증가하게 된다.

제주 한라봉의 경우 당도가 13브릭스를 넘어가는 게 많지 않다. 때문에 거제 한라봉이 모든 여건에서 더 낫다고 보면 된다"고 거제 한라봉 연구 계기를 설명했다.

거제 한라봉을 설 특산품으로 육성해내면서 추석 특산품으로 둔덕 포도를 활성화 시켰다.

이 과장은 비 가림 시설만 해도 각종 병해충을 막아내고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지원을 시작했으며, 덕분에 수입이 늘어나면서 재배 면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두 명절 특산품으로 연간 15억원 가량의 소득도 창출했다.

이와 함께 이 과장은 전국 최초로 꽃꽂이 소재류 재배단지를 조직해 홍가시나무를 제주에서 도입, 대량 삽목증식으로 남해안 일대 도로변 수벽조경용으로 납품해 새 소득원을 창출해냈다.

홍가시나무 만으로도 연간 1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가 생겨날 정도로 이 사업이 활황을 누리면서 재배면적도 30ha에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탄생했다.

이 과장은 "반대급부 민원이 들어올 때 가장 힘들지만 소심껏 당당하게 각종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 농업 관련 사업은 기획부터 기반 조성까지 4∼5년은 지나야 성과가 나타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다. 직원들의 팀워크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부하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년이 2년 가량 남은 이 과장. 그는 지금도 10ha 정도 규모의 다양한 관광농업 품목 개발에 고민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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