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농법으로 메뚜기부터 방아깨비까지…미꾸라지 추어탕은 '덤'

건강한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 있는 논의 모습은 어떨까.

우렁이 농법으로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있는 김학수 이장의 논은 수많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였다.

논바닥을 기어 다니며 피와 잡초를 먹고 자라는 우렁이에서부터 메뚜기와 방아깨비, 거미와 잠자리, 개구리와 미꾸라지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모내기 철, 손톱보다 작은 크기였던 우렁이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자라 물속을 휘젓고 다녔다.

7월말부터 8월 초순까지는 논 중간 중간에 올라온 잡초에다 분홍색 알을 낳으며 종족 번식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김 이장은 "우렁이들이 거의 모든 잡초는 먹어치우지만 몇몇은 먹지 않고 내버려 둬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다 알을 낳더라"면서 "처음에는 잡초가 보이는 족족 뽑아냈지만 지금은 우렁이들을 생각해 그냥 내버려 둔다"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렁이들은 물이 고여 있는 지역보다는 일정하게 흐르는 곳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논물이 들어오는 곳과 빠져 나가는 곳에 많이 모인다.

그렇다보니 제법 많은 양의 우렁이들이 논에서 빠져나가 용수로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보인다.

최근 들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우렁이가 있다는 소문에 많은 이들이 논 주변에 와서 구경을 하고 몇 마리씩 잡아가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김 이장의 논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었다. 논둑에 난 풀도 일정량은 우렁이의 먹이로 쓰인다고 했다.

김 이장은 "우렁이는 먹이가 부족하면 나락을 잡고 기어 올라가서 벼를 갉아먹는 습성이 있다"며 "여름에 논둑을 베고 나면 풀이 놓여진 곳에 수백마리가 넘는 우렁이가 몰려들어 풀들을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락을 헤치자 투명한 거미줄이 눈에 들어왔다. 거미줄 위에는 메뚜기와 방아깨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파란색 논 위로 잠자리의 힘찬 날개 짓이 어우러졌다. 건강한 생태계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물이 자박하게 고인 논바닥에는 개구리들이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논 이곳저곳에 먹이가 되는 곤충이 널려 있다 보니 먹이를 찾아 자연스럽게 이동해온 것이다. 가끔은 물뱀이 출연해 먹이사냥을 하기도 한단다.

가을철이면 용수로 등지에서 미꾸라지들을 잡을 수 있다. 친환경 재배에 따른 행복한 덤이다. 마을주민들은 통발을 이용해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넣어 한 소금 끓여낸 추어탕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별미중의 별미다.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연환경이 최우선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

수많은 생명체가 어우러져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김 이장의 논. 그곳에 가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존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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