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여성 최초 작업반장이 목표
반자동 용접 뒤 사상작업 필요없을 정도의 실력파
다른 팀에서도 탐을 내는 '인재중의 인재' 방미경
"앞으로의 꿈이요. 최소한 기감은 달아 보고 정년퇴직하는 겁니다."
자신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방미경 씨의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여성으로 기감(작업반장)을 단 선배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장 직급체계는 기능, 기선, 기정, 기감, 기원으로 구분돼 있다. 현재 기선인 방 씨로서는 두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는 할 수 없어요. 진급에서 어느 정도 불이익이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기감까지는 꼭 올라가고 말겁니다."
여 선배들이 기정도 달지못한 채 정년퇴직하는 모습을 보아 온 그이기에 진급에 대한 의지는 남달랐다. 여성 선·후배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협력업체 근로자로 현장에 투입된 지 3일 만이었던 것 같아요. 블록검사가 있다며 내부 청소지시를 받고 곧바로 블록 안으로 들어갔죠. 불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데 어둠 속에서 사람 형상이 벌떡 일어나는 거에요. 얼마나 놀랐던지 그야말로 총알같이 그곳을 탈출해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만 해도 공정작업 순서에 문외한이어서 사상 작업을 하시는 분이 안에 있다는 걸 몰랐죠."
여성 현장 근로자로 좌충우돌 했던 그는 1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작업의 기본을 알게 됐다고 했다. 용접기계로 흘러들어가는 전류와 전압조절을 불꽃만 보고 맞추는 일이 가능해졌던 것도 이때쯤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 회사에서 일하면서 반자동 용접을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남자 용접사들은 기량을 쌓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지금도 반자동 용접을 꺼리는 편이예요.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15㎏ 가까이 나가는 작업기계와 온갖 케이블을 블록 이곳 저곳으로 옮겨 작업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지요."
무더운 여름이면 작업의 어려움은 더해진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생수와 비타민, 식염제 등으로 더위를 이기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에어자켓 등의 장비가 좋아져 예전보다는 훨씬 작업하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불과 씨름하다보니 여름철이면 정말 고생이 많죠. 저 같은 경우에는 '안 덥다, 안 덥다' 하면서 자기최면을 계속 걸어 여름을 보내는 편이에요."
방 씨는 반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반원들에게는 누나처럼 편안히 다가가고, 선배들에게는 예의바른 후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반원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데 특출난 기술이 있어 '다른 선배의 말은 듣지 않아도 방 선배의 말은 듣는다'는 말이 반 전체에 퍼져 있다고 한다.
"7년 동안의 협력업체 근무 후 직영에 합격하자 곳곳에서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한 번은 연락이 전혀 없었던 학교친구가 보험을 들라며 전화를 걸어와 황당하기도 했고요.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으셨다가 의료비 지원 등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고 난 뒤부터는 막내딸이 대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맞구나 하면서 너무 좋아하세요."
여성 용접사로 탁월한 기량은 모든 작업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방 씨가 작업한 용접부위는 따로 사상작업이 필요없을 정도로 깔끔함을 자랑한다.
"대단한 실력이지요. 다른 반에서도 탐을 내는 재원중에 재원입니다. 여성으로서의 단점을 스스로 극복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죠. 억척스럽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방 씨의 상급자인 하종식(54) 기원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전 정말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직업훈련소에서 여성 훈련원을 뽑았던 그 기간에 응시해 수료를 할 수 있었고, 여성 근로자로는 처음으로 협력업체에서 직영으로 전환되는 행운도 누렸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를 보는 시선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일도 더 열심히 하고 행동도 더 조심하는 편입니다."
섬세한 용접작업과 유쾌한 성격으로 조선 현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방미경 씨. 누구보다 먼저 회사에 출근해 불꽃과 싸우는 그의 모습에서 대우조선해양 최초의 여성 기감이 머지않아 탄생할 조짐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