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진 감독 "성인 국가대표로 키울 것"
김승희 선수 "걸 그룹과 임재범 노래 좋아요"

"처음에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엄청나게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시고 좋은 플레이를 칭찬해주실 정도로 축구박사가 다 되셨어요."

김승희 군이 장승포초등학교 축구부에 입단한 것은 4학년2학기 때부터다. 수월초등학교에 입학해 제산초등학교로 전학한 김 군은 3학년 때까지 육상부로 활동했다. 공부도 곧잘 했다. 제산초교에 재학할 당시에는 전교 5등 안에 들 정도였다. 

육상 100m와 800m 선수였던 김군은 3학년 때 장승포초교 축구부 전영진 감독의 눈에 띄게 된다. 재능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여러 학교를 수소문하던 전 감독에게 김군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전 감독은 "당차고 탄탄하게 보이는 3학년 녀석이 눈에 확 들어왔다"며 "시쳇말로 총알을 맞아도 총알이 되레 튕겨나갈 정도로 튼튼하고 야무지게 보여 바로 축구선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걸었다"고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운동을 좋아하던 소년이었지만 갑작스런 제안에 제대로 된 답변을 못했다. 단지 "아직 모르겠다"고만 한 뒤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다.

장승포초교 축구부에 들어오라는 제의가 왔다는 소식에 김군의 어머니는 "절대 안된다"며 반대했다. 전 감독이 몇번을 찾아 축구선수로 키워보자고 해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잠자리에 누워 곁에 있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내가 경찰이나 해군이 되길 바라지만 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내가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어머니는 "열심히 할 수 있겠니"라고 조용히 물었다. 1년 만의 허락이었다.

전영진 감독은 "힘과 스피드가 탁월한데다 스펀지처럼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빨랐다"며 "스트라이크 기질도 다분해 곧바로 주전자리를 놓고 선배들과 경합을 시켰다"고 말했다.

5학년 때 출전한 화랑대기 대회는 김 군의 뇌리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공식대회에서 첫 골을 터뜨린 것이 바로 그 대회였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우리 학교가 7:0으로 대승을 했어요. 첫 골도 첫 골이지만 중앙선에서 볼을 빼앗아 바로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두 번째 골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 발등에 느껴진 감촉과 출렁이는 그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김 군의 노력과 재능은 유소년 축구국가대표 선발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오는 20일 경주에서 열리는 2012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센터포워드로 발탁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스페인과 브라질,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축구의 강호들이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 대회 출전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랜다는 김 군은 "죽기 살기로 뛰어 대한민국 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전 감독은 "승희가 이번 대회에 출전해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부딪히다 보면 자신감과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기량 향상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힘써 승희가 성인 국가대표 선수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아낌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김 군이 좋아하는 선수는 스페인 축구클럽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캡틴 박지성. 메시처럼 현란한 기술과 골 결정력을 갖추고 박지성처럼 강인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 군은 성인 국가대표 발탁과 함께 스페인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대표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꼭 밟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스페인리그에 진출하는 한국인 선수도 되고 싶고요.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 팀이면 더욱 좋겠죠."

걸 그룹 티아라의 멤버 지연을 좋아하고, 상추 겉절이가 없으면 고기를 못 먹을 정도라는 김 군. 노래방에서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멋들어지게 불러보고 싶다는 그의 앞길에 영광과 환희의 순간이 펼쳐지길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