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부로 정년 맞을 것" 정유진 & 선석수 경사

정유진 경사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남편도 경찰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힘든 시기도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정 경사의 남편은 거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 근무하고 있는 선석수 경사. 10여년 남짓한 기간 동안 강력계 형사팀에서 일을 하다 얼마 전 자리를 옮겼다.

선 경사는 "처음 결혼하고 나서는 많이도 싸웠다"며 "신현파출소에서 함께 근무하다 형사팀에 배치된 뒤론 근무에 밤낮이 따로 없어 아내를 도울 틈이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 경사는 "사건이 터지면 새벽에도 일어나 현장으로 향했고, 몇날 며칠을 잠복근무에 매달리는 남편을 보면서 속으론 원망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아이 보는 일이나 집안 일에 많이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 경사의 아침은 여느 주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밥을 차리고 남편을 출근시킨 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그렇게 부산한 아침을 보내면 근무처인 신현파출소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학교와 유치원을 돌면 직장에 다소 늦게 출근하게 된다"며 "늘 동료들이 이해하고 배려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출소에 들어서면 겹겹이 쌓인 사건 서류들이 정 경사를 맞는다. 형사사건, 교통사고, 음주단속 등으로 각 서류를 나눈 후 경찰서로 향한다. 담당부서에 서류를 넘기면 어느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반가움도 있다. 잠깐 동안이지만 간혹 남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뒤에는 또 다른 업무가 그를 기다린다.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민원업무를 처리하며 직원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서류들과 씨름을 한다. 물론 파출소를 찾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퇴근 후에도 정 경사의 일과는 계속된다. 저녁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준비를 하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나면 밤 8시가 가까워진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잠을 재운 뒤 밀린 설거지와 방청소, 빨래를 한 뒤에야 비로소 짬이 난다.

정 경사는 "일하는 여성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내 시간이 별로 없어 속상하기는 하다"며 "언제쯤 여유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틈틈이 책도 읽고 승진시험 공부도 하면서 알찬 하루를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남편 정년 때까지는 함께 일하면서 본서 과장이나 파출소장까지 진급해보고 싶다"며 "여경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를 제대로 해준 선배, 후배들에게 전설로 기억되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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