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1박2일로 고향찾은 문 상임고문 동행취재

탯줄 끊어준 할머니 만나 큰 절 "살아계셔서 감사"

고향 주민들로부터 호박 선물받고…밤늦도록 '이야기꽃'

지난달 28일 오후 5시30분 고현 시외버스터미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방송국 카메라와 기자들도 장비를 체크하며 취재 준비에 한창이었다.

바로 그 때,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차량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문 고문은 기다리던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카메라 플레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민주통합당 거제시당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문 고문은 곧바로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야당 대선주자의 등장에 길 가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포옹과 기념촬영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몇몇 시민들은 그가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을 들고 와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어 취재진에 둘러싸인 문 고문은 "고향의 좋은 기를 듬뿍 받아가기 위해 거제를 찾았다"고 간략한 인터뷰를 한 뒤 터미널 안팎을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터미널에서 간담회가 마련된 웨딩블랑까지는 걸어서 움직였다. 문 고문은 로드샵 곳곳을 찾아 자신이 고향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지역경제에 대한 이야기 등을 물었다.

이윽고 도착한 간담회 장소.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장에는 50여명의 지지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담회가 마무리되자 곧바로 거제면으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는 문재인 국회의원의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문 고문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 주민 대부분이 명진마을회관에 모여 있었다.

어둠이 깔린 저녁 7시20분께 문 고문이 부인 김정숙 씨와 명진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고향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한 문 고문은 방명록에 '거제는 자유의 땅, 희망의 땅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흥남에서 아무것도 갖지 않고 내려온 일가를 반갑게 맞아 주고 살아갈 희망을 준 곳이 바로 이곳이다"며 "방명록에 쓴 글은 고향 거제를 한 마디로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명록을 쓴 문 고문에게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문재인의 운명'을 들고 온 지지자는 어린 딸의 이름을 책에 적어 주길 부탁했고, 문 고문은 흔쾌히 책에 글을 적어줬다.

마을회관으로 들어서자 마을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문 고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관 벽면에는 '명진마을 전설'이라는 시가 큰 현수막에 적혀 있었다.

고향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 뒤 조촐한 환영행사가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고향을 찾은 문 고문을 환영하며 꽃다발을 건네고 마을에서 직접 기른 호박을 선물했다.

문 고문은 "지난해 다시 고향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면서 "그땐 어머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했는데 건강이 좋지 못해 집사람과 함께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6·25 당시 부모님께서 흥남에서 수송선을 타고 거제로 피난을 와 이곳 명진에 터를 잡고 살게 됐다"면서 "당시 마을 주민들께서 많은 도움을 줘 살아갈 희망을 찾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지난해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마을 어르신들이 찾아와 격려해 줘 큰 힘이 됐었다"면서 "당선 이후 변변한 인사도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뵙게 돼 영광"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뜻을 품고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했다"며 "고향 분들에게 지지 받지 못한다면 그 어디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순간 마을주민들이 큰 박수로 문 고문을 격려했고, "꼭 대통령이 돼 달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마을 방문 이전에 열린 간담회에서 지역의 스님이 건넸다는 덕담도 소개했다.

문 고문은 "스님께서 거제는 6·25때 많은 피난민을 구했고, 외환위기 때는 조선업으로 나라의 경제를 살린 지역이라고 하면서 거제출신 대통령이 다시 한번 탄생해 세 번째로 나라를 구하는 역사적 고장이 되도록 해 달라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며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가운 게 고향"이라면서 "누가 뭐라 해도 고향 사람이 최고다. 꼭 대통령에 당선돼 다시 한번 고향을 찾아달라"고 일제히 외쳤다.

인사가 끝난 뒤 건배제의가 계속되며 준비한 음식과 술을 나르는 손길도 덩달아 분주해 졌다. 부인 김 씨도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였다. 마을 주민들이 문 고문에게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문 고문을 한 할머니 앞으로 데려갔다. 문 고문이 태어난 당시 그의 탯줄을 끊은 할머니라고 했다.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문 고문은 곧바로 추경순(83) 할머니에게 큰 절을 올렸다. 문 고문은 "아직까지 살아 계셔서 감사하다"며 "다음번에 올때는 꼭 어머니와 함께 오겠다"고 할머니의 두 손을 감싸 쥐었다.

마을회관 밖에서도 고향 출신의 야당 대선주자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야외에 마련된 음식을 먹으며 문 고문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문 고문이 회관 밖으로 나와 이 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사인공세와 기념사진 요청은 끊이질 않았다.

이윽고 잘 익은 농주가 항아리에 담겨 나왔다. 마을주민 한 명이 "문 의원, 오늘은 밤새도록 놀고 마시는 겁니다"라고 하자 곧바로 "당연하지요"라는 문 고문의 호쾌한 대답이 이어졌다.

술잔이 돌며 온갖 이야기가 가득했던 명진마을회관. 시끌벅쩍하던 잔치가 파해질 무렵 문 고문은 그 옛날 자신이 살던 집 인근에 마련된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밤하늘에 알알이 박힌 별빛과 마을 선자산의 자태가 아늑함을 더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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