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윈드오케스트라(단장 김철근)의 연습실은 단촐하다. 하지만 그곳은 단원들의 꿈이 하나둘씩 영글어가는 특별한 공간이다.

음악이 좋고, 연주가 좋아 모인 사람들.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거제 원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난 22일 연습실에서 만났다.

연습실은 각 파트별 연주자들이 요일을 정해 모이는 장소다. 정해진 요일별로 색소폰과 플룻, 클라리넷 등의 담당 연주자들이 개인연습으로 기량을 쌓는다.

첫 정기연주회에 대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봇물 같은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이기호(37) 사무국장은 "첫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단원들과 한 달 동안 매일 만나 소주잔을 기울였다"며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똑같았지만 첫 정기연주회의 여운이 얼마나 진했든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변변한 연습장소도 없는 상황에서 바쁜 직장인과 학생, 주부들이 모여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졌던 첫 정기연주회는 모든 단원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경희(54·알토색소폰) 운영위원은 "단지 '한번 해보자'라는 열정만으로 모든 것을 준비했던 시기가 첫 정기연주회였다"며 "당시에는 악기소리가 어떻게 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숙했지만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흩어져 있었던 많은 동호회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아져 만들어진 거제 윈드오케스트라. 창단 당시에는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단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신지훈(31) 소프라노 색소폰 수석연주자는 "첫 정기연주회가 끝난 뒤 단원 모두가 부족한 실력을 절감했다"면서 "2010년 한 해 동안 제2회 정기연주회를 제외하고는 공연을 하지 않은 채 개인기량 쌓기에 주력했었다"고 설명했다.

1년동안 굳건히 내실을 다진 거제윈드오케스트라는 2011년부터 화려하게 비상했다. 좋은 음악, 맑은 소리, 훌륭한 하모니를 향한 끊임없는 집념은 단원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무대에 오르면 객석의 반응에도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남재열(47·알토색소폰) 운영위원은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대중가요를 연주할 때와 단원들이 각각의 퍼포먼스를 곁들여 연주할 때"라면서 "거가대교 휴게소 공연 당시 80이 넘은 할머니께서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함께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 속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황리에 마무리된 제3회 정기공연은 인기가수 변진섭이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첫 정기공연에서부터 계속된 매진 사례에 기쁨보다는 부담감이 더해진다는 단원들은 올해 정기공연은 보다 특별한 무대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서근호(57·알토색소폰) 운영위원은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축제형식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역 다문화가정 사람들이 거제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기연주회 외에도 매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거제시민과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거제 윈드오케스트라. 올 상반기만 해도 벌써 8차례나 무대에 선 이들은 아직 20번 가량의 연주회가 더 남아있다며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유철근(38) 지휘자는 "어려운 상황도 많았지만 위기 때마다 하나로 뭉쳐 자신을 희생하는 단원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지면을 빌어 오케스트라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 김희태 김성부 전현직 계룡초 교장, 김호일 문화예술회관장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국제대회에 참가해 캐나다의 작은 마을 주민 모두가 연주자로 참여한 공연을 본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로 거제시민들과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제원드오케스트라의 최종 목표는 호주 오페라 하우스에 서는 것이다. 최종 목표 이전에는 예술의 전당 무대에 당당히 입성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조화와 배려, 이 두 단어 속에서 거제 윈드오케스트라의 원대한 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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