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스님으로 구성된 거제불교사원연합중창단의 모험

깊은 산 중 절간에 울리는 목탁소리는 경이롭다. 바람소리에 묻어나는 스님의 염불은 더 없이 맑고 아름답다. 그들이 넓고 깊은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기에 그렇고, 깨달음의 길이 멀고 험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최근 15명의 스님이 산에서 내려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스님들이 무대에서 대중가요를 부른다는 것은 자칫 수도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는 모험이다.

하지만 호석스님을 비롯해 거제지역 불교사원연합회 15명의 스님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가벼웠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꽃 음악회'에서 이들을 만나 무대에 오른 사연을 들어봤다.

산을 내려온 것은 '벽'을 허무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절을 지켜야 하는 주지스님들이 노래를 부른다는 발상자체도 어려웠지만 15명의 주지스님이 중창단을 결성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도를 닦고 염불을 외는 일상을 벗어난 스님들의 짧은 '일탈'은 '벽'을 허물자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었다. 포교라는 이름의 사회접근 방법에서 행사포교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건 당연했다.

특히 거제지역 불교사원연합회의 활동이 활발했던 것도 중창단 결성에 급물살을 타게 했다. '중창단' 결성에 중지가 모아지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 초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가 되면 거제사회복지관 연습실로 스님들이 모여들었다.

평균 참석율이 80%를 넘었다. 법복을 입은 스님들이 호흡을 맞춰 나가는 모습은 진지하면서 화기애애했다. 지위와 직책, 남녀 그리고 노소가 구별되지 않았다. 노래를 통해 '벽'을 허무는 것은 아름다운 작업이었기에 텅 빈 객석은 중요하지 않았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거제불교사원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하담스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설명했다.

스님은 "위로는 깨달음(菩提)를 구하고 아래로는 근기가 낮은 중생을 교화한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보살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고, 이러한 보살수행의 핵심은 타행을 통한 중생구제에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창단을 결성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곧 '상구보리 하하중생'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행사 당일 오후 7시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린 연꽃음악회 피날래는 15명의 스님 중창단이 장식했다.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스님에게선 꽃내음이…그들이 진정한 '장미'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찬불가와 함께 스님들이 선곡한 대중가요 '장미'의 노랫말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스님들에게선 정말 꽃내음이 났다. 깊어가는 남녘의 봄. 조만간 산과 들, 마을의 골목골목에는 붉은 빛깔의 '장미'가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석호 스님을 비롯한 15명의 중창단 스님들은 '장미'였다.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맑아지고, 짙고 깊은 향기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꽃의 여왕 '장미'.

그리고  무상과 무아의 깨달음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서도 조건없이 산을 내려온 스님들이야 말로 분명 세상을 밝히는 진정한 불제자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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